본인은 간호조무사로 3년간 수술실에서 어시스트를 하다가 방사선사가 하고 싶어서 뒤늦게 방사선사를 하게 된 아재입니다
방사선사로 2년차 되는데 이곳이 좀 특이한 '의원'입니다
의원임에도 하루 외래가 300명에서 많게는 500명까지도 되는 의원이고 본인의 파트외에도 도와주는 건 많은[의원은 대부분 그런걸로 경험상 알고 있습니다]곳이지만 방사선 파트 외에는 그냥 넘기고 방사선사로서 매우 아주 지극히 주관적으로 짜증나는 경우들을 언급해보겠습니다
이건 저의 취중 한탄으로 쓰는 글이며 다른분들이 공감을 못하고 공격을 받을 수 있음을 알고 쓰는 글이지만
모든 방사선사가 이렇지 않으며 저 개인의 생각임을 명시합니다
[이 글로 인해 다른 방사선사 분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합니다]
100% 주관적인 글임을 미리 명시합니다
1. 맘대로 문 열고 들어오는 환자들
앞에 어떤 환자가 사진을 찍던 혹은 자신보다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대기하고 있건 아무 상관없는
일단 닥치고 나의 앞을 막는 자들은 없어야 한다는 엄청난 정신으로 일단 문부터 열어 젖히고 보는 사람들
-이리 오너라! 어서 나의 아픈 부위를 찍지 못하겠느냐!!
문열고 들어와서 환자가 있으면
-어?
하고 그냥 닫고 나갑니다
이정도면 실수겠거니 합니다만
-나는 언제찍어주는데?
하고 안 닫고 버티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건 뭐하자는 건지 감도 안잡힙니다...
그냥 문 닫으면서 기다리시면 이름 불러드린다고 하고 심호흡 한번 해봅니다
2. 환자분 진료는 이곳이 아니라 과장님 방에서 보셔야합니다
저희는 차트상으론 오른쪽 왼쪽이 나와있더라도 과장님의 오타를 감안하여
항상 부위를 다시 물어보고 찍습니다
그래서 '어디가 아프세요?' 라고 물어보면
그때부터 진료가 시작됩니다
-내가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었는데....
네 그래서 아픈곳이 오른쪽인가요 왼쪽인가요?
이러면 다행히 오른쪽이다 왼쪽이다
라고 이야기 해주시면 다행입니다
-아니 왜 제 이야기를 다 안듣고 끊으세요? 왜이리 불친절 하세요?
네 이러면 안되지만 짜증이 납니다...
환자분 혼자만 찍는게 아니잖아요
이미 뒤에 환자분이 십수명이 대기중입니다
다 들어주고 찍어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뒤에서 컴플레인 들어옵니다 안 찍어준다고
[사실 이미 이런 반응 보이는 환자는 나가자마자 다시 컴플레인겁니다 불친절하다고]
짜증나지만 죄송하다고 하고 그냥 빨리 찍고 내 보냅니다
3 앵무새 타입
이런 사람들은 귀가 어두운건지 아니면 저를 일부러 짜증나게 하려는 건지 꼭 두번 이상씩 다시 되물어봅니다
예를 들어서 c-spine을 찍어야 해서
'목걸이, 귀걸이, 안경 그리고 머리에 하고 계신 악세사리 다 빼고 나오셔야합니다'
라고 이야기 하면
처음에는 '네' 라고 하고 탈의실에 들어가서
5분 정도 뒤에[절대 금방 안나옵니다]
-목걸이도 빼야하나요?
'네, 목걸이 귀걸이 안경 머리에 하고 계신 악세사리 다 빼고 나오셔야합니다
최소 1분뒤에
-귀걸이도 빼야하죠?
[살짝 짜증]'네, 목걸이 귀걸이 안경 머리에 하고 계신 악세사리 다 빼고 나오셔야합니다
그리고 또 1분뒤
-피어싱이라 안 빠지는데 어쩌죠?
'안 빠지면 그냥 나오시면 됩니다'
이러고 나오면 안경이랑 머리에 방울은 그대로 하고 있습니다 ㅂㄷㅂㄷ
이 사이에 승질급한 1번 환자들은 문열고 들어오고 난리납니다
5분이상 절대 기다리지 못 하는 성질급한 어르신들이 정말 많아요
사실 이 앵무새 타입 환자들은 그다지 짜증나는게 아닙니다
이 환자들이 시간 끄는 동안 문 열어 대는 환자들땜에 짜증나는거지
4. 군인
사실 저를 가장 짜증나게 하는 사람들입니다
다시 한번 명시하지만 저의 100% 주관적인 글입니다
빌어먹을 신형 전투복입니다
여러가지 빌어먹을 방산 비리 이야기들이 많지만 그건 버려두고
단추 대신 지퍼 채용
다들 일반촬영
그러니까 x-ray 찍으실때 기본적으로 쇠붙이가 있으면 나온다는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그러면 지퍼가 나올까요 안나올까요?
대다수 성인들이라면 건강검진은 다들 해보셨을테고 군인들은 입대할때 검진을 이미 했을겁니다
그리고 부사관이나 장교들은 매 1년마다 하는게 군인 검진이구요
그럼 제발 전투복 벗어라고 하면 곱게 한번에 벗으면 안될까?!
내가 씨발 니들보다 나이를 쳐먹어도 10살은 더 쳐먹은 형인데?!
사실 한두명이 오면 뭐 그려러니 하고 설명도 합니다
근데 하루에 150명씩 하면 입에서 단내가 납니다 [군인검진만 150명 일반 외래 환자만 100여명 이상 찍다보면 멘탈 나가고 내가 지금 어딜 찍는지 뭘 찍는지는 머리로는 이해 안되는데 몸이 움직이는 그런 상황이 옵니다]
그냥 쉽게 군인검진 흉부 x-ray만 찍으면 기본적으로 해야하는 말이
'전투복 상의 벗으시고 군번줄이나 목걸이 있으면 빼고 나오세요'
'여기 위에 턱 올리고 서시고 손을 허리에 올리시구요, 그 상태로 숨을 크게 들여 마시고 내시고, 다시 숨 크게 들여마고, 숨 참으세요'
-ray를 쏘고
'숨 쉬구요, [대략 5초간 사진이 나올때까지 대기 합니다]
끝났습니다 옷 입고 나오세요
이걸 계속 반복하다 보면 이게 공장에서 사진 찍는 기계인지 아닌지...
그리고 외래로 오는 군인들.. 전투화 신고 벗기 힘든건 아는데 발이 다쳤으면 전투화 벗고 찍는게 당연한데 왜 벗어라고 하면 짜증내고 화를 내는지 이해가 안되네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내가 원장 동기인데, 친구인데....
-아니 이건 CT나 MRI 찍어야하는데 [그러면 본인이 의사하시던가요...]
-내가 진료볼때 말 안했는데 오늘은 발가락도 아프네? [진료보실때는 손가락만 아프다면서요]
사실 상황에 따라서 짜증이 안나고 그냥 곱게 넘어가고 웃으면서 넘어가고 하는 때도 많지만
그게 쌓이고 쌓이다 보면 웃으면서는 안되는 상황이 많은데 짜증나는걸 티낼수 없는게 의료계의 현실아니겠습니까
몸으로 때우면서 서비스직이면서 전문직이고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편하게 병원에서 일하고 월급도 제법 받을거 같고 [병원이 박봉인걸 아시는 분은 알거지만]
남들 추울때 따뜻하고 더울때 시원하게 일할거 같은곳이지만
벼나별 더러운 꼴 많이 보고 감정노동이면서 육체노동인 이 곳에서 다들 힘내고 일해봅시다
다들 월급날을 보고 버티고 퇴직금을 보고 버텨보아요 [저에게 하는 스스로의 다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