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팩스사랑은 유명하지요.
물론 저희 회사에도 팩스가 있고, 현역으로 많이 쓰고 있습니다.
사진과 비슷한 팩스기계를 쓰고 있지요.
팩스오는 경우는 광고가 많지만, 가끔 손글씨 팩스도 옵니다. 팩스보내는 분들이 나이가 있다보니 세로쓰기나 흘려쓰기 악필...
원하는 상품을 적어서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서 보냅니다. 은근히 있습니다.
2018년에 있었던 충격적인 일화가...메일로 용건을 보냈더니
'메일로는 체크를 못할 가능성이 있으니 앞으로는 꼭 팩스로 연락부탁합니다'
라는 메일이 왔더군요. ㅎㅎㅎ
일본의 팩스 보급률 그래프입니다.
출처:내각부 소비자 동향조사 https://jp.gdfreak.com/public/detail/jp010010005080100024/1
한참때는 팩스보급률이 60프로까지 갔다가 2~3년전부터 보급률이 하락하고 있네요. 지금은 50% 이하로 떨어졌네요.
그래도 회사 업무에서 빠질 수 없습니다. 기업의 팩스보급률은 아마 99%일겁니다. ㅋㅋ
정말 21세기에 팩스를 많이 쓰냐는 질문을 듣곤 하는 데요. 일본회사에서는 정말 많이 씁니다.ㅎ
일본에서 팩스 문화가 보급된 이유는 처음에는 일본어의 특성도 이유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90년대에 워드가 보급되기 전에 키보드로 카타카나, 히라가나, 한자를 모두 입력하는 게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은 물론 기술이 충분히 발달되었는데, 없어지지 않는 이유의 첫번째는 고령화입니다.
새로운 문물을 익히기 힘들고 익숙해진 것을 계속 사용하길 고집하는 인원이 많은 것이죠.
디지털 약자를 배려하는 의미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게 하나의 카르텔처럼 되어버린 거죠.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거래처나 손님이 팩스를 쓰니까 어쩔수 없이 쓰고....또 이렇게 팩스를 쓰니까 손님이나 거래처도 또 팩스를 쓰고....무한반복입니다.
그리고 도장을 찍는 문화도 한 몫합니다. 찍어서 보내야 하니까요. 팩스만큼 우편으로도 많이 보냅니다. ㅎㅎ
또한 온라인의 데이터는 언제 어디로 사라질 수 없어서 불안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손글씨가 더 성의있다고 생각하는 문화가 깔려 있구요. (특히 이력서는 손글씨가 많습니다. 젊은 친구들인데 말이죠)
이러한 이유들로 쉽게 팩스가 없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코로나로 재택근무가 많아지면서 이메일 연락에 대해 좀 관대해진 느낌은 듭니다.
얼마전 융자를 받기 위해 스무가지가 넘는 서류를 제출했습니다. 거기서 항상 추가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데 이때는 보통 팩스로 보냅니다.
몇달전부터 융자관련해서 만나고 (열번정도 만났음) 무수한 서류를 내었지만, 아직 저는 담당자의 이메일 주소를 모릅니다. ㅋㅋㅋㅋ
명함에도 은행의 유선전화와 팩스번호가 있을 뿐.....라인 메신져나 개인 전화번호도 모릅니다.ㅋㅋㅋㅋ
융자는 아직 심사중이네요. ㅎㅎㅎ 첫 미팅때부터 대략 두달은 된 것 같은 데 말이죠....
보내는 자료 위에 연필로 받는 담당자 이름을 적고 팩스를 보낸 후, 전화를 걸어서 팩스가 잘 도착했는 지 확인을 합니다.
은행도 그렇고 구청이나 세무서 등 관공서도 기본적으로 같은 흐름입니다.
자주 제출하는 건 온라인 폼을 만들법도 한데...
양식을 다운로드해서 프린트해서 손으로 기입하여 그걸 팩스로 보냅니다.
얼마전에 도쿄시가 코로나 환자 집계를 팩스한대로만 받았다는 게 한국에서도 뉴스에 크게 난 적이 있는데요.
이것이 보건소에서 도쿄시로 보내는 코로나 발생 보고서입니다. 주소 이름 등을 모두 손으로 적어야 합니다.
의료기관이 관할 보건소에 팩스를 보내고 또 보건소가 도쿄시에 환자 정보를 보낼 때 수기로 서류를 작성해 팩스로 전송하는 시스템이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개인 정보를 보호한다며 환자 이름을 이니셜이나 가타카나로 표기하거나, 환자의 주소를 검은펜으로 지워버리는 경우도 있었구요.
접수한 보건소 측에선 다시 의료기관에 전화해 가려진 정보를 일일이 확인한 뒤 도청에 팩스를 보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많을 때는 하루 200명분의 서류가 이 팩스로 들어왔는 데, 도쿄는 쏟아지는 서류를 수신용 팩스 1대로 접수했습니다.
10명 정도가 여기에 달라붙어 다시 확인 작업을 했지만,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기 일쑤였는데, 감염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실수가 발생했다는 해명입니다.
책임 소재를 따질 때도 팩스 통신이 등장했습니다.
환자 정보 누락 당시 도쿄시 측에선 “팩스가 안 왔다”고 해명했는데, 보건소 직원은 “분명히 팩스를 보낸 기록이 남아 있는데도 ‘재발송’을 요구했다고 했습니다.
도쿄는 각 보건소로부터 도착하는 감염자 정보를 집약하는 작업을 둘러싸고, 2020년 5월 11일에는 양성자 111명의 보고 누락과 35명의 중복이, 5월 21일에는 58건의 누락과 11건의 중복이나 착오가 있었다고 공표했습니다.
도쿄시는 이 사태가 벌어진 뒤 30명을 투입해 정보를 관리하고 공유하는 데이터센터를 가동했다고 합니다.
도쿄에서 처음 코로나 감염자가 발생한 지 4개월 만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뀐 시스템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의료기관에서 팩스로 보건소로 보내고, 보건소가 다시 팩스로 도쿄시에 보냈던 시스템이었는 데...
바뀐게....팩스 송신은 똑 같이 하고
도쿄가 팩스 받은 내용을 데이터 베이스에 올려서 보건소와 정보공유를 실시간으로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바뀌었다고 해야 할지..좀 애매합니다. ㅋㅋㅋ
그냥 온라인으로 입력폼 페이지를 만들고 거기다가 입력해서 송신 버튼만 누르게 하면 빠르고 받는 입장에서도 실수도 덜하고 잘 관리될 텐데...어려운 일도 아닌 데 말이죠.
도쿄시도 많은 비판 뒤에 시스템을 바꾼다고는 하였는데 이런 팩스 문화가 당분간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조금은 이메일이 늘어나고는 있습니다.
코로나로 재택근무 중이어서 팩스를 보낼 수 없으니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겠습니다....라고 전화로 미리 양해를 구하면 이메일로 보내도 된다고 하기도 합니다. ㅋㅋㅋㅋ
일본 국가공무원의 86%가 국회의원에게 문서보낼 때 팩스로 보낸다는 통계도 있네요.
컴퓨터로 만든 문서를 프린터해서 팩스로 보내면 그걸 받아서 다시 컴퓨터에 입력하는 이런 비효율이 얼른 사라졌으면 합니다.
만약에 이번 코로나로 팩스와 도장문화가 사라진다면 코로나는 일본 사회의 디지털 혁명을 일으킨 구세주라 평가받을 겁니다.
그럴 것 같지는 않다만서두......
출처 | https://analog-japan.com/bbs/board.php?bo_table=analog&wr_id=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