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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무상급식에 대한 수필이라면 수필이고 아니라면 아닌 글.
게시물ID : sisa_1121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긴침묵으로
추천 : 10/3
조회수 : 466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1/08/17 23:21:55
세상엔 두종류의 병신이 있다.
하나는 상식 이하의 사람이고,다른 하나는 상식을 초월하는 사람이다.

상식 이하의 사람에겐 종종 욕도 하고,화도 내며,때로는 그에게 노기를 드러내기도 하는 것이 우리네 일상이나 상식을 넘어서는 병신에겐 차마 그러질 못한다.그 초상식적 병신력에 입을 쩍 벌릴 뿐 대응할만한 용기를 내질 못하는 것이다.

내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이 후자의 병신이었다.
1학기를 마치고 바로 정년퇴임을 한 노인네였는데,으레 교직자들이 숙제 안해온 아이나 수업중 떠든 아이들을 줄세워놓고 30cm자로 손바닥,종아리,혹은 둔부를 때리는 것처럼 이 양반도 그런 방식으로 체벌을 가했다(물론 체벌이 금지된 지금은 이게 까마득한 옛날 이야기가 돼버렸지만).남녀의 구분 없이,한줄로 세워놓고 양쪽 뺨싸다구를 한두번씩 주먹으로 후려갈겼다.
11살 꼬마가 그 폭력을 마주하게 되어 눈을 꼭 감고 있으면,이 교직자 되는 사람은 이 아이가 눈을 뜨는 순간,바로 그 찰나를 기다렸다 주먹을 냅다 꽂아버리곤 했으니 그 따스한 자비에 개탄의 언사를 내뱉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하루는 쉬는 시간이 끝나는 수업종이 친 이유로 우리는 부동의 자세로 이 노인네를 기다리고 있었다.
마치 에디오피아 소년병을 앉혀 놓은 것처럼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던 우리 앞으로 걸어들어 온 이는 소년병 몇명을 호명하더니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들은 가장형편이 어려워 급식비를 내기 어려우므로 국가에서 지원해 주기로 했다.이제부터 식사해도 좋다'

공개처형이었다.
그러자 처형당한 이 하나가 섦게 울기 시작했다.
형 집행인은 왜 우냐고,어서 그치지 못하느냐고 다그치기 시작했었다.
그 뒤로 진행된 일련의 사건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그 형 집행인은 아이하나 갈구느라 한 교시정도 훌쩍 날려버리는 것이 늘상 있는 일이어서 내게 '이 다음'을 아직까지 기억하게 할 만한 인상을 주진 못했나 보다.
당시로서는 그것이 공개처형이었는지도 인식하지 못할 만큼 무지했던 나는 내 친구가 왜 저리 섦게 우는지 이해하지 못했었지만,그때보다는 약간 머리가 굵어진 이젠 종종 마주하게 되는 '무상급식'이라는 단어에 이 사건을 떠올리고,이 사건으로 하여금 무상급식에 찬성쪽으로 마음을 기울일 만큼은 그 친구를 이해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가난'이란는 상처를 입고 있는 아이를 그렇게 공개처형 하는 실책을 저지르고,그것이 실책인 것 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교직자들은 이젠 거의 없다시피 하지마는,그러한 형 집행인의 부재가 곧 상처의 치유는 아니다.
다만 드러나지 않아 우리가 잘 알지 못할 뿐이다. 발각되지 않는 위선을 우리가 선으로밖에 알 길이 없는 것처럼.

급식시간,한 선생님이 아니에게 "왜 더 먹지 않니?"라고 묻자 아이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저는 돈 내고 먹는 게 아닌데,더 먹으면 안될 것 같아요"

이 짤막한 문답이 나를 슬프게 한다.
적어도 아이들 만큼은 이러한 죄없는 막연한 죄책감에서 해방되게 하자고,그들이 먹는 음식만큼은 눈치보지 않고 먹을 수 있게 하자고 전면 무상급식에 찬성하는 것은 너무 감정적인 판단일까?

혹여 3~40조 드는 사대강 사업보다 2~3조 드는 무상급식이 훨씬 더 가치로운 일이고,설령 무상급식을 행하는 데 사대강 사업 만큼의 비용이 든다 하더라도 이는 한낱 삽지랄보다 가치로운 일이라고 생각하면 이는 나뿐의 생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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