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나의 두갈래길
게시물ID : readers_189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필두자루
추천 : 0
조회수 : 29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3/18 00:45:20


'...when I look into your eyes it's like watching the night sky...'

작가는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을 흥얼거린다. 
가사는, 잘 모른다
아니, 꽤나 오래전에 들어봤던 노래였지만, 오랜시간이 지나서 가사는 잊어버렸고 그냥 음만 간신히 흥얼거릴 뿐이다.

작가는 노트북에 1시간 가량을 앉아있다가, 결국 한글자도 적지 못하고 노트북을 덮는다.
오랫동안 같은 자세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느라 굳어진 몸에서 우드득 소리가 났다, 작가는 의자에 앉은 채로 몸을 기지개를 켠다.
작가는 커피나 타마실까 했지만, 화끈거려 얼얼한 머리를 짊어지고 움직이는것이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작가는 그냥 의자위에 누운채로 눈을 감는다.

어쩌다 이지경까지 온걸까

'...Well, there's so much they hold And just like them old stars...'

눈을 감고 누워있으니 알싸한 기분이 조금은 가시는듯 했다.
작가는 명문대 문창과를 졸업했다.





선생은 점심시간에 노래를 들으며 잠깐 쉬기로 한다.
동료 선생님 들이 점심 먹으러 가지 않겠냐는 말들에 일일히 정중하게 웃으며 거절하고
교무실에 아무도 없어졌을때 쯤 되어서야 이어폰을 귀에 꼽고 노래를 틀어본다.

선생은 이렇게 혼자서 노래를 들으면서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왠지 오랫만이구나 싶다.
학생때는 고독이랍시고 혼자서 노래를들으면서 우울함을 달래곤 했는데, 사람사이에 바쁘고, 공부에 치이고, 저리치이고 하다보니,
어느새 노래를 듣는 시간은 자연스레 줄어들게 되었다.

'...I see that you've come so far...'

선생은 좀 더 편한 자세로 바꾸어 의자에 눕고는, 눈을 감는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교무실에서 조용히, 나긋하게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러다 문득, 입을 닫고 눈을 살며시 뜬다

나는 정말 내가 하고싶은일을 하고있는걸까.

"...How old is your soul..."

눈을 뜨고 보니 그날따라 교무실 벽 사이로 내리쬐는 햇볕은 맑고 선명했다
선생은 명문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했다.






"...Well, I won't give up on us..."

작가는, 어릴적부터 글쓰는일을 좋아했다, 잘하지는 못하더라도 배우면 어떻게 해결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막연하게나마 내게 꿈이 있다면, 소설가가 되고싶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미미한 생각이 길이되어서, 그렇게 작가가 되었다

작가가 된건 적당히, 평범한 방식으로 작가가 되었다.
졸업 후 꽤나 공들여서 써봤던 첫 작품이 읽어줄만한 정도의 작품은 되었던 모양인지 운좋게 상을 탈 수 있었고
출판사에서 연락이 와서는 책을 두어권 내게 된것이 지금까지의 이력아닌 이력이다.

물론, 돈을 잘벌고 있는건 아니다.
아주 유망하고 촉망받는 작가로써의 삶을 살고 있는건 아니고, 그냥 그렇게 작가라는 이름만 달고 살고 있을 뿐이다.

작가는 눈을 뜨고는 자기 방을 둘러본다.
쥐꼬리만한 돈들을 조금씩 조금씩 모아서 장만한 집이다.
노트북도 그 쥐꼬리만한 돈을 또 쥐벼룩 발톱 때만큼 떼어서 모으고 모아서 장만한것이다.
그마저도 허름한 방, 허름한 책상에 허름한 노트북.

어찌보면 허름한 인생이다.

"...I'm giving you all my love..."

작가는, 커피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은 주전자에 물을 올리고 물이 끓을동안 기다린다.




"...And when you're needing your space..."

선생은, 어릴때 머리가 좋다는말을 많이 들었다. 특히 수학 분야를 조금 잘했다.
사실 그렇게 잘한건 아니다, 다른 과목들에 비해서 수학점수가 좀 더 높았고, 이해력이 조금 더 높았을 뿐, 그뿐이다.
성적이 잘나오다 보니 어린 선생에게 수학을 물으러 오는 친구들이 여럿 있었고, 선생은 자신이 가르치는걸 꽤 한다고 느꼈다.

선생은 딱히 돈을 많이 벌고싶다던가, 혹은 거창한 꿈같은걸 가지고 있는것은 아니었다.
성적이 나오면 나오는대로 대학을 들어가서, 적당한 회사에 취직해서, 선생 나름대로의 행복을 찾아서, 그냥 그렇게 사는게 자신의 꿈으로 여겼다.

대학교에 들어가자 울긋 불긋했던 얼굴의 피부들은 조금씩 가라앉기 시작했고, 남아도는 시간에 나름대로 자기계발이라는걸 하기도 했다.
그덕에 20 이전에는 꿈도 못꿨던 연애란걸 해보기도 하고, 학창시절에 들었던 대학생활과 별다를바 없는 대학생활을 거쳐왔고, 
졸업 후에는 임용고시도 적당히 통과했다.

선생은 눈을 감고, 생각에 잠긴다.
평범한 직업, 평범한 꿈, 소박한 행복, 그냥 그것 뿐인가, 그것으로 충분한건가.

"...To see what you find..."




"...Some even fall to the earth..."

작가는, 그저 그냥 글쓰기가 좋았다. 공부를 조금 잘한것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싶었다.
설령 그에게 그 분야에 대한 재능이 없더라도, 좋아하는 일을 따라가다보면, 언젠가 성과가 보일거라는걸 믿고있었다.

사색에 잠겨있는 동안, 물이 끓는다.
작가는 커피믹스 두개를 따서 컵에 들이 붓는다.
주전자 불을 끄고, 손잡이를 행주로 감싸고 컵에 물을 붓는다.

작가는 글을 쓸때면, 행복했다. 자신이 하고싶었던 일을 하고 있다는 프라이드가 있었고 어릴때 부터 뭐든 쓰는걸 좋아했으니까. 그걸로 좋았다.
성공하고, 적당히 살 수 있을만큼 버는것도 아니고, 어찌보면 가난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힘들게 벌고는 있지만,
행복하니 그걸로 만족한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일이 아니라, 그냥 내마음대로 하고픈 일을 했다는건, 
조금 후회로 남아있다.

"...The tools and gifts we got, yeah, we got a lot at stake..."

작가는 다시 의자에 앉아서 노트북을 열고는 커피를 휘젓는다.
조용하게 노랫소리만 흘러나온다.





"...I had to learn what I've got, and what I'm not, and who I am..."

선생은, 그렇게 가르치는걸 좋아한것은 아니다. 무난하게, 잘하는거니까, 이정도 직업이면, 살만한 직업이겠지 하고 이렇게 온것이다
만일 선생이 영어를 잘했다면, 영어를 가르쳤을것이고, 운동을 잘했다면, 운동선수를 했을지도 모른다.

선생은 딱히 간절히 원하는것이 없었다.
그냥 보통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굳이 뛰어날 필요 없고, 뛰어나지도 못하니, 그냥 무난하게. 그거면 됐다.

"...I'm still looking up, I'm still looking up..."

그게 선생의 마음 한구석 한켠에 조그마한 불만으로 남아있는것이다.
왜 나는 정말 간절히 좋아했던게 없을까, 왜이렇게 재미없게 살고 있는건지, 살고있는게 맞긴 한건지

노래를 듣고있자, 여선생 한명이 교무실로 들어온다, 여선생의 손에는 커피 두잔이 들려있다.
여 선생이 점심 드셨냐는 질문에 별로 밥생각이 없어서 먹지 않았다 했고 
그러자 여선생은 이거라도 마시라며 커피 한잔을 놓고 자리로 돌아갔다.

커피는 금방 탄건지, 김이 모락모락 나고있었다.




그는, 커피를 들고 커피 안쪽에 비치는 그의 모습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어찌 되었든간에, 결국 이게 나니까.
불만은 없다, 조그마한 상실감일뿐, 오래전에 결정해온 일이다. 나는 그렇게 행복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어느쪽으로 걸어왔던지간에 후회는 없는것이다.

나는 커피를 훌쩍 마셔버리고, 
키보드로 손을 가져간다.

잠깐 벗어놓은 이어폰에서는 여전히 노래가 흘러나온다.

".......I won't give up on us Even if the skies get rough I'm giving you all my love I'm still looking up "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