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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밤
게시물ID : panic_189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름다움Ω
추천 : 0
조회수 : 141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1/08/28 07:05:13
어렸을 적에 저는 둔한 편에 아이였었다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습니다.

아닌건 알지만 혹시 우리 애가 벙어리가 아닐까하는 걱정도 하셨을 정도로 울지도 않고

떼도 잘 안썼다고 하시더군요.

제 아버지는 여느 아버지들처럼 점잖으신 편이라 남들에게 속을 잘 안비치시는 분입니다.

한번은 일하는 도중에 손가락 절단사고가 나셨었는데 어머니께

급히 출장갈 일이 생겼다며 이틀간 집에 못들어갈 것 같다고 말하시고 조용히 오셨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제가 겪은 이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지금까지 말하십니다..

이 일은 제가 국민학생 때의 일입니다..

제가 2살때까지는 강릉에서 살다 이런저런 일들때문에 부모님이 상경하게 되셔서

그때부터 지금까지 인천에서 살고 있습니다.

어렸을적 이사를 많이도 다녔는데 제일 오랫동안 지낸 집은 지금 살고 있는 이 집이고

가장 짧게 지낸 집이 바로 이 이야기의 집입니다. 이 주일도 못 가 이사를 했었으니까요.

이사간 집에서 학교까지 통학시간이 버스로 1시간이 넘었었지만

친구들과 헤어지기 싫어 전학을 가지않았었습니다.

이사를 하고 일주일이 넘었을려나..

그때쯤부터 종종 구토와 코피를 쏟곤 했습니다. 그때 당시엔 몰랐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면 이사를 온 뒤 무기력감에 시달렸었던 것 같습니다.

토를 하고 코피를 쏟는 건 괜찮았지만 어지럽고 몸이 축 늘어진 느낌이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그 어린 놈이 대수로운 일이 아니였다고 생각했던건지 아니면 부모님께 말하면 전학을 가게 될까봐

두려워서 였는지 아무말 않고 묵묵히 참기만 했었습니다. 

그 때 제 방은 골목길과 맞닿아 있었고 집 담벼락으로 경계가 지어져있었는데,

담장이 그리 높지 않아 책상에 앉아 밖을 보고있노라면 골목길을 지나가는 행인의 머리가

약간씩 보였던 것 같습니다. 조용히 책을 읽거나 할때면 누군가의 말소리를 종종 듣기도 했으니

방과 골목길이 꽤 가까워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 이사온지 몇일이 지난 날 밤.

가슴이 너무 답답해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몸을 일으키고 싶지만 꼼짝도 안하고 식은 땀만 흘리며 어두운 방속에 홀로 떨고만 있었는데

그때 창밖에서 목탁 소리가 들렸습니다. 눈이 팍 떠지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습니다.

담장너머로 누군가 저에게 말을 걸고 있었는데 방금 전 목탁을 두드리신 스님이셨습니다.

그 스님은 제게 지금은 밤중이라 부모님을 뵐 수 없어 내가 말할 수 없으니

이 집에서 사는 동안만은 부모님과 함께 잠을 잘 수 있게해달라고 말해보라는 것이였습니다. 

스님이 이렇게 말했다는 말은 하지말라는 말을 끝으로 더 이상 담장너머에선 

소리가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날밤은 아까 듣던 목탁소리가 머릿속에 남았던 것인지 평온한 기분으로 다시 잠이 들었습니다.

스님이 한 말을 듣고 꼭 얘기한 것은 아니였지만 별로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기분이었기에

다음 날 아침에 아침상을 차리시던 어머니께 가서 말을 했습니다.

혼자 자는게 싫은데 엄마와 같이 잠을 자고 싶다고..

그런데 씻고 나오시던 아버지가 화를 내시면서 잠은 혼자자야되는 거라고 얘기하셨습니다.

저는 주눅이 들어 조용히 밥을 먹고 등교준비를 했습니다.

학교가 끝나고 친구들과 놀다가 집에 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그 날은 유난히 버스에 올라타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저녁을 먹고 거실에서 티비를 보다 졸려서 방에 들어가 어느새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다시 가슴이 답답한 기분을 느끼며 깨었습니다.

티셔츠가 축축하게 젖을 정도로 땀을 흘렸고 너무 어지러워서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더 싫었던 것은 딱, 딱거리는 소리였습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보니 오른쪽 벽에 걸린 선풍기에서 나는 소리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눈이 어둠속에 조금 적응되자 선풍기윤곽이 보이기 시작했고 회전이던 선풍기가 어떤 것에 걸린듯

모가지에서 딱, 딱소리를 내며 반대쪽으로 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니 이제는 조금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했고

완전히 보일때쯤 저는 기절했습니다.

선풍기속에 어떤 여자가 제 얼굴을 쳐다보고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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