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사이다 게시판 보고 속 뻥뻥 뚫린게 고마워서 저도 사이다썰 하나 남깁니다
모바일이라 키보드가 없으므로 음슴체
2007년 어느 겨울이었음.
온라인 게임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휴일이고 나발이고 없어서 토요일에 출근해서 일요일 아침에 집으로 가고 있었음
일요일 아침(10시정도)라서 그런지 지하철 안에는 20명 남짓 있었고 대부분이 여자였음
근데 신도림역쯤에서부터 옆칸이 조금씩 시끄러워지고 사람들이 술렁이기 시작함. 너무 귀찮아서 신경 끄고 있는데 조금 있으니 내가 앉은 칸도 뭔가 쌔 해지기 시작함
고개를 들고 보니 키는 180이 넘어 보이고 몸무게는 100키로 정도.... 그리고 눈이 심하게 맛이 간 20대 중반 남자가 "이히히히ㅎ헤헷" 이러면서 젊은 여자들 이마에 딱밤을 날리거나 손을 잡아 댕기면서 오고 있었음
이놈이 근데 가짜로 미ㅊ놈 같던게 아주머니들이나 남자들은 안건드림. 자기가 힘으로 이길거 같고 신고같은거 잘 못할거 같은 여자들한테만 만지작 거리는데 절대 10초 이상 만지질 않고 다음 여자한테 감.
여자들 특히 젊은 여자들은 이런거 당하면 보통 피하고 보는게 괜히 뭐라 했다간 물리적으로 해꼬지 당할거 같고 잘못 엮이면 골치 아파질거 같아서 그럼. 거기다가 성추행이든 이런경우든 딱 당하면 순간적으로 머리가 백지장이 되고 심장이 오그라 드는거 같고 손발이 부들부들 떨림. 나이 좀 먹으면 아주 조오오오금 덜 떨리는데 그래도 비슷함.
나름 눈에 뵈는게 없던 시절이라(게임업계쪽에 있으면서 벼라별 꼬라지를 다 보던 시절....) 간나샛퀴 나한테 오면 지옥을 보여주갓어! 라고 다짐하고 태연한척 만화책을 보고 있었음
대각선 건너편에는 누가 봐도 여리여리한 아가씨가 한명 앉아있었고 그 다음은 나였음. 그리고 내 옆에는 이제 막 대학교 들어간듯한 마른 남학생 하나가 소설책을 엄청 집중해서 읽고 있었음.
예상대로 건너편 아가씨가 딱밤을 맞고 어이 없어 하는 와중에 그놈이 나한테 옴. 일단 정강이부터 발로 차고 시작할까 고민하던 찰나였음
옆에서 얌전히 소설책 읽던 남학생이 벌떡!!!!!일어나더니 그 미ㅊ놈을 향해...
"크아아아어아오어아아아아ㅏㄴ"
라고 울부짖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
그러더니 들고 있던 하드양장본 소설책으로 미ㅊ놈을 막 패기 시작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패는 와중에도 크아오아아아아ㅏ 는 잊지 않음 ㅋㅋㅋ
가짜로 미ㅊ놈이 이 젊은 미친학생(ㅋㅋㅋ)을 피해 옆칸으로 도망갔는데 이 남학생ㅋㅋㅋ 쫒아감 ㅋㅋㅋ
한 20초 정도 크아아아ㅏㅇ 소리 들리고, 지하철이 역에 도착해서 문이 열렸는데 아까 그 가짜로 미ㅊ놈이 정말 "미친듯한 속도"로 뛰쳐 나가는게 보임 ㅋㅋㅋㅋㅋ
완전 통쾌해 하고 있는데 그 남학생이 옆칸에서 다시 우리칸으로 넘어오더니
"소란을 피워 죄송합니다" 이러고 꿉벅 인사하더니 다시 내옆에 앉아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읽던 책 읽음.
거의 10년 가까이 지났는데 아직도 머리속에 생생함. 그 남학생 지금은 뭐하고 사는지 궁금한데 엄청 성공해 있으면 좋겠음. 마무리 어케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