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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넛잡’, 한국산이라는 사실만으로 보기엔 난감한 애니메이션
게시물ID : animation_18971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機巧少女
추천 : 1
조회수 : 43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2/07 17:09:05
출처 : http://www.mediau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9961

아쉬운 부분들로 가득 찬 한국-캐나다-미국 합작 애니메이션 <넛잡 : 땅콩 도둑들>

지난달 29일 개봉한 애니메이션 <넛잡 : 땅콩 도둑들>(제작 레드로버 ‧ Toonbox Entertainment ‧ Gulfstream Pictures, 배급 싸이더스픽쳐스)은 개봉 전부터 논란에 휩싸였던 작품이다. 감독부터 제작진 대다수가 북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들어갔는데 과연 이것을 한국 애니메이션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국적 논란부터 한국보다 일찍 개봉한 미국에서 평가가 심각하게 좋지 않은 것에 대한 논란, 그리고 이 작품에 문화관광체육부나 한국수출입은행 등의 정부 기관에서 지원을 했다는 것에 대한 논란까지 일었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 <넛잡>이 미국에서 계속 꾸준히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오르고, 2월 2일까지 약 5천만 달러의 흥행 수익을 거둔 상태라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작품에 대한 궁금증이 끊이지 않게 되었다. 거기에 매달 마지막 수요일에 문화시설 할인 혜택을 주는 지원제도 ‘문화가 있는 날’에 박근혜 대통령이 작품을 관람하러 오면서 이목이 잠시 집중되기도 했다.

분명 <넛잡>의 감독 피터 레페니오티스는 캐나다인으로 <꼬마유령 캐스퍼>나 <토이 스토리 2>, <다이노소어> 같은 북미 애니메이션의 애니메이터로 경력을 시작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넛잡>의 제작사인 한국 회사 레드로버가 참여한 한국-캐나다 합작 애니메이션 <볼츠와 블립>의 TV 시리즈를 통해 데뷔하였고 이후 같은 시리즈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도 감독을 맡는 등 사실상 한국 감독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라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애초에 <넛잡>의 가장 큰 관건은 작품의 국적이 아니라 품질이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보다 일찍 개봉한 미국에서 혹평이 들려온 대로, <넛잡>의 스토리는 절대 좋다고 말하기 어렵다. 전반적인 작품의 스토리는 원작격 작품인 감독이 2005년 제작한 단편 <다람쥐 설리>(Surly Squirrel)와 영화에 참여한 각본가 론 캐머런의 전작 <헷지>에서 따온 부분이 군데군데 보이나, 영화의 짜임새나 흥미적 측면에서 <넛잡>은 이 두 작품을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 이야기는 동물들이 겨울을 보내기 위해 견과류를 훔치려는 메인 스토리와 각각의 서브 스토리가 전혀 조화가 되어 있지 않고 중구난방으로 흘러간다. 또한 이야기에 복선을 전혀 삽입하지 않은 채 반전만을 터트리다 보니 관객들은 이야기에 공감하기 어렵게 된다. 또한 군데군데 삽입된 개그 역시 80년대 슬랩스틱 코미디나 시답지 않은 말장난을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시원하게 웃기지도 못한다.

그렇다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특별한 것도 아니다. 작품의 배경인 50년대 미국을 표현하기 위해 화면에 배치된 사물들의 텍스쳐는 적당히 오래된 느낌을 주게 잘 그려졌고, 등장 동물들의 털을 표현하는 능력은 발군이지만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겹쳐질 때 털과 움직임이 따로 놀아 어색한 기분이 들고 만다. 단순히 이 문제를 예산이 적어서 그렇다고 보기엔 어렵다. 분명 <넛잡>의 제작비 4200만 달러는 디즈니나 드림웍스 같은 헐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에 비하면 적은 돈이나, 유렵의 애니메이션에 비하면 상당히 많은 제작비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200만 달러보다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진 <썬더와 유령저택>이 <넛잡>보다 더 자연스러운 느낌을 보여준다.

설상가상으로 포스터나 예고편에서 ‘최고의 지원권’이라 강조했던 카메오 가수 싸이는 작품에 도움을 주는 대신 가뜩이나 불안한 작품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는 데 일조한다. 작중에 나오는 그의 히트곡 <강남스타일>은 작품의 장면과 시대상 모두와 전혀 어울리지 않으며, 스탭롤에서 그를 3D로 모델링한 캐릭터와 등장 캐릭터들이 함께 강남스타일의 ‘말춤’을 추는 것 역시 뜬금없이 삽입되어 작품의 완성도를 더욱 좋지 않게 만들었다. 결국 정리하면 작품 전반적으로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는 셈이다.

분명 이 작품은 북미에서 상당한 흥행 수익을 거두고 있고, 속편 제작이 확정될 정도로 작품의 흥행은 어느 정도 기정사실이 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한국이 참여한 영화가 미국 박스오피스 상위권에 등극해 흥행하고 있는 것, 세계적으로 알려진 가수 싸이가 카메오로 나온다는 사실만으로 보기엔 도저히 넘어갈 수 없는 부분들로 가득 차 있다. 그런 점에서 <넛잡>의 미국 흥행은 단순히 기뻐할 수만은 없는 흥행인 것이다. 대신 <넛잡>과 같은 작품에 (마치 <라스트 갓파더>가 그랬던 것처럼) 정부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에 대해 고민하고, 독립적인 작품이나 다양성이 확보된 작품에 지원금이 돌아가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한국 애니메이션에 더 도움을 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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