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완/ 이 장면은 영화의 클라이맥스이기도 하고, 가장 처절한 액션신을 펼치겠다고 염두에 뒀던 터라 힘도 제일 많이 들었습니다. 운당정은 모두 4개의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가장 먼저 나오는 게 마당이고, 그 다음은 수상가옥, 그리고 다다미방, 마지막이 2층으로 이뤄진 객잔 비슷한 실내죠. 각각의 공간에 따라 액션의 스타일도 달리했는데, 마당에서는 목검으로 액션을 펼쳤습니다. 정두홍/ 무기를 고르다가 목검을 죽도처럼 다루는 액션을 펼치면 새롭겠다는 생각을 한 거지. 사실 그런 액션은 다른 영화에서는 보여지지 않은 거거든. 류승완/ 저는 무기를 다뤄본 적이 없어서 굉장히 힘들었는데, 정 감독님은 펄펄 나시데요. 정두홍/ 나는 매일 그것만 찍으면 좋겠더라고. 일단 몸이 안 힘들고 팔만 움직이면 되니까. 류승완/ 두 번째 공간인 수상가옥에서는 태권도 액션이랄까, 이두용 감독님 스타일의 발차기 액션을 만들었죠. 우리 둘이 콤비 플레이로 싸우는 것도 여기가 시작이죠. 촬영을 양수리 세트장 꼭대기에 있는 운당에서 진행했는데, 거기에 물을 채워놓고 그 안에서 물을 튀기며 싸우려고 했죠. 그래서 방수처리까지 다 해놓았는데, 자꾸 샜잖아요. 정두홍/ 그리고 그때가 12월이라서 다 얼어붙어서 제작부들이 토치로 녹이고 했지만, 결국엔 안 됐잖아. 사실 여기선 내가 권투를 응용한 액션을 했는데 다 편집됐더만. 류승완/ 뒷부분은 정말 편집을 세게 했죠. 하여간 이번에는 정말 냉정하게 편집을 했어요. 무엇보다 제 얼굴이 자꾸 나오니까 보기 싫어서 팍팍 자르게 되더라고요. 정두홍/ 그 다음인 다다미방에서는 사시미칼 액션을 했잖아. 애초에는 장검을 쓰려고 했는데, 예산이 적어서 세트를 작게 짓는 바람에 도저히 못 휘두르겠더라고. 그때 떠오른 게 회칼이야. 근데 나는 아직도 그 장면에서 칼에서 나오는 사운드를 죽인 게 아쉬워. 류승완/ 제대로 된 사운드로 보는데 여자들이 다 고개를 숙이고 무서워하고 있으니까. 정두홍/ 나는 더 살벌하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류승완/ 감독님이 영화를 만들면 아마 18세 관람가가 아니라 27세 관람가나 35세 관람가가 나올 거예요. 그리고 마지막 공간인 운당정 내부는 공간구조와 어우러지는 액션을 만들려고 했어요. 예고편을 보신 분들이 <킬 빌> 비슷하다고 하는데, 사실 이미 예전 쇼브러더스 영화에 많이 나왔던 스타일이죠. 이 세트는 원색으로 꾸몄는데, 애초부터 저는 이 영화가 원색의 영화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정두홍/ 그 장면에서는 공포의 4인방에게 멋진 액션을 주자는 것이 컨셉이었잖아. 류 감독은 4인방을 맡은 애들이 잘했다고 하지만, 내 마음엔 안 차더라고. 류승완/ 그때는 촬영도 막바지라 우리도 너무 힘들었잖아요. 서로 몸이 닿는 것도 싫어할 정도로. 정두홍/ 그런데 왜 날보고 2층에서 직접 뛰어내리라고 한 거야? 대역 써달라니까 들은 척도 않고. 류승완/ 아니, 대역을 쓰려면 정 감독님을 왜 주연으로 씁니까. 정두홍/ 하여간 춥고 힘드니까 맨 정신으로 안 되겠기에 협찬받은 양주를 커피에 타서 마시면서 연기했는데, 그때부터 끊었던 술과 담배를 다시 하게 됐잖아. 류승완/ 하도 힘드니까 등장인물들이 한명씩 죽을 때마다 진심으로 기뻐했잖아요. 그게 촬영이 끝나간다는 얘기니깐. 정두홍/ 그래도 지나고 나니까 참 재밌었던 것 같아, 그지? 류승완/ 에잇, 무슨. 닭살스럽게. 아닌 게 아니라 이번에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뭔가를 계속 만들어가다 보니까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들었어요. 정두홍/ 나도 그렇네. 대사 달달 외고, 몸 바쳐서 액션을 한 게 얼마만이지 몰라. 류승완/ 우리에게 다시 이런 기회가 올까요? 정두홍/ 이렇게 센 액션연기? 당연히 또 할 수 있겠지. 아, 나는 환갑잔치 때 스턴트 시범하는 게 소원인 사람이라고 말했잖아. 내용출저:시네마 21 정두홍감독횽아 졸라 멋지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