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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마마 반역 팬픽] 제7장. 후회가 남지 않도록
게시물ID : animation_1899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Maマ
추천 : 4
조회수 : 881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2/07 22:30:51




BGM : Nightwish – Ne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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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법소녀 마도카 마기카 반역의 이야기’ 후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포일러에 주의!

 - 12장+에필로그로 구성되어 있으며, “1쿨짜리 애니메이션을 기획하면 어떤 내용이 될까?” 라 생각하면서 썼습니다.

 - 에필로그를 제외한 각 장은 대략 200자 원고지 75매~100매 사이의 분량입니다.

 - 일본식 표현은 가능한 한 순화하였습니다.
 (예 : 마미상 -> 마미 언니, 사야카짱 -> 사야카)

 - 성을 부르는 경우, 이름을 부르는 경우, 자신을 3인칭으로 부르는 것 등은 원칙적으로 원작의 규칙을 따랐습니다.
 (예 : “미키 사야카, 너는~”, “마도카, 아케미하고는 만나 봤어?”, “나기사는 치즈가~”)

 - 원칙적으로 주 2회, 화요일과 금요일, 21시~24시 사이에 연재합니다. 

 - 제 관심병이 도지면 (커뮤니티 이용규칙에 저촉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주말에 합본으로 재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 샤프트식/이누카레식 연출의 느낌을 글로 옮겨보려고 최대한 노력하였습니다만, 능력 부족은 어쩔 수가 없네요.

 - 너무 많은 흑역사가 한 닉네임에 집중되는 것을 막기 위해, 평소와 다른 닉네임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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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장.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내가 평소와 다르다는 걸 다른 사람들, 특히 같은 교실에 있는 악마가 눈치 채지 못하게 하면서, 악마로부터 부분적인 승리라도 거두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다 보니 벌써 하교할 시간이다. 사실, 주기적으로 복도에 나타나 교실 안을 흘끔 쳐다보는 검은 옷의 아이들이 너무 거슬려 그 생각에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했다.

 학교가 끝난 뒤, 오늘까지만 혼자 집에 가라고 쿄코에게 말했더니, 쿄코는 또 나에게 시비를 건다. 쿄코에게 조용히, 장난 칠 기분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러자 쿄코는 “뭐,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미안” 이라며 의외로 순순하게 마도카를 데리고 하교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야카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닫는다. 자신의 매정한 말 한 마디로 인해, 쿄코는 사야카가 무슨 일을 저지르려 한다는 것을 눈치 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변명을 하는 것은 쿄코에게 ‘사야카가 정상이 아니다’는 생각을 더욱 깊게 밀어 넣을 뿐이니까.

 쿄코와 마도카가 시야에서 벗어난 뒤, 사야카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교실 안을 확인해 본다. 아케미 호무라의 모습을 발견할 수 없다. 항상 그랬던 것처럼 학교 일정이 끝나자마자 아무와도 접촉하지 않고 떠났을 것이다.

 사야카는 미타키하라 뒷산으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긴다. 그냥 악마가 거기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있다. 근거 없는 확신을 증명이라도 해 주려는지, 검은 옷의 아이들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따라붙는다. 도대체 무엇이 그리 신나는지, 자기들끼리 온갖 짓궂은 장난을 친다.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도 하고, 토마토를 던져 서로에게 맞추기도 하고, 묶은 머리를 잡아당기기도 한다.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작전일까, 아니면 그냥 평소 하던 대로 행동하는 것일 뿐일까? 아니, 이런 걸 생각할 여유가 없다. 동요하지 말고, 오늘 내내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자.

 ‘나는 악마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어. 하지만, 악마 녀석도 나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건 마찬가지야. 내가 마도카를 공격했을 때, 아케미 호무라는 분명 내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착각했어. 아마 이번에도, 내가 어디까지 기억해냈는지 알지 못할 거야. 내가 떠올린 것이 고작 ‘아케미 호무라는 악마’ 하나밖에 없다는 걸 들키면, 악마는 또 나를 어떻게든 잘못된 길로 끌고 가겠지. 나는 모든 것을 떠올린 것처럼 행동해야 돼. 내가 모든 것을 떠올렸다고, 악마가 착각하게 만들어야 해. 그 다음 악마에게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캐내야 해‘

 갑자기 맞고 때리는 소리가 난다. 검은 옷의 아이들이, 이제는 짝을 지어 주먹다짐을 하고 있다. 멍이 들거나 피가 나지는 않고, 별로 아파하는 것 같지도 않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 때문에 싸우는 광경이 더 섬뜩하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가 작은 동물이나 곤충을 잔인하게 죽이면서 해맑게 웃는 장면을 보는 것 같다. 통각이 마비되는 희귀병에 걸린 유아가 태연하게 자해를 하는 광경이 연상된다. 사야카는 그런 모습에서 애써 시선을 돌린다. 

 ‘휴. 그런데 악마가 정보를 흘리도록 어떻게 유도해야 하지? 지금 상황에서 대화는 양날의 검이야. 아니, 손잡이가 없는 칼이라고 하는 게 더 그럴듯하겠네. 무얼 끌어내려고 말을 섣불리 건넸다가는 오히려 내가 아는 게 없다는 걸 악마한테 들킬 수가 있잖아. 말을 아껴야 돼. 가장 중요한 사실에만 집중해서, 그것만 알아내면 되는 거야.’

 쇠를 긁는 듯한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린다. 저 주술용 인형 같은 녀석들은 이제 잔인한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중세 고문도구를 가지고 놀고 있다. 목을 매다는 시늉을 하기도 하고, 고문을 주고받는 연기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자기들만의 언어로 대화를 주고받는다. 억양이 매우 강하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뭔가 끔찍한 말이라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다.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머릿속으로 되뇌면서 사야카는 전략 수립에 집중한다. 

 ‘내가 알아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사실이 뭘까? 당연히 악마를 공격할 방법, 악마의 약점이지. 아마, 마도카랑 어떻게든 연결되어 있을 거야. 왜 마도카가 악마의 약점인지 알아내야 해. 그 약점을 공격할 방법까지 알아낼 수 있으면 좋고.’

 기분 나쁜 아이들이 서로 먹을 것을 주고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서로 나눈 음식들은 입에 가져다 대기 전에 허공으로 사라지고, 물처럼 녹아 흘러내리고, 돌처럼 굳어 마실 수 없게 된다. 사야카는 아이들의 표정이 슬퍼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한다. 조금 뒤, 머리카락이 없는 아이가, 자기가 가지고 음식(이미 돌로 변해 있다)을 다른 아이들에게 넘겨준다. 그러자 음식들이 갑자기 제 모습을 되찾는다. 대머리를 제외한 다른 아이들은 모두 행복한 표정을 지으며 음식을 먹는다. 음식이 다 떨어지고 나자, 아이들은 잠시 망설이더니, 이번엔 아직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은 음식을 향해 이상한 마력을 쏟아붓는다. 음식이 제 모습을 찾는다. 처음부터 저렇게 되돌릴 수 있었으면 왜 대머리 인형이 음식을 포기하게 놔뒀던 것일까?

 사야카는 저런 모습을 보자 불길한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만화에서, 소설에서 가끔 보이던, 악마와 천사가 사실은 한 뿌리에서 나온 존재들이라, 하나를 죽이려면 다른 하나를 희생해야만 한다는 설정이 떠오른다. 

 호무라와 마도카 사이에 그런 관계가 있다면 어떻게 될까? 마도카 같은 아이라면, 그런 상황에서 아마 기꺼이 희생을 선택할 것이다. 자기를 희생해서 남을 고생시키지 않을 수 있다면 어떤 일이라도 할 아이니까. 하지만, 그 착한 아이를 죽게 내버려두면서 탄생한 세상이, 악마가 있는 세상보다 낫다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 이런 수단까지 사용하는 네가, 악마를 비난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

 정말로 천사를 희생시키는 것 외에 방법이 없다면, 조금은 정당화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아주 비효율적이기는 하나, 천사를 희생시키지 않고도 악마를 처치할 방법이 있다면? 저 대머리 인형처럼, 그런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사가 스스로 희생을 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면? ‘천사가 스스로 선택한 일이잖아’라는 변명 속에, ‘우리가 고생하지 않아서 다행이야’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한 점도 없다고 할 수 있을까?

 검은 인형들은 갑자기 축제 분위기로 접어든다. 온갖 종류의 악기를 가져와 연주하고 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종류는 얼마 되지 않는다. 피리, 북, 오르골이 전부다. 하지만 각 악기의 동아시아식, 중동식, 유럽식, 중앙아시아식, 아메리카식 변형물을 모두 사용하기에 얼핏 보면 매우 다양한 것처럼 보인다. 오르골 소리, 북 소리도 자세히 들어보면 악기마다 음색이 미묘하게 다르다. 때문에 악기들의 소리가 잘 조화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연주하는 곡 자체도 슬픈 곡을 억지로 기쁘게 연주하는 듯 영 어색하다. 불쾌한 불협화음에 인상을 찌푸리는 동안, 사야카는 어느새 뒷산 중턱까지 와 있다.

 ‘저 아이들은 악마가 괜히 날 혼란스럽게 하려고 보낸 녀석들일 거야. 복잡한 생각은 악마의 약점을 알아내고 나서 해도 늦지 않아. 지금은, 악마와 싸우는 데에만 집중하자.’

 정답 없는 생각을 이렇게 떨쳐내고 나서, 사야카는 악마와 싸우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해 본다. 악마가 이렇게 나오면, 난 이렇게 맞서야지, 하고 각본을 짜 보기도 한다. 물론 각본대로 언쟁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지만,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 놓으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해 볼 수는 있다.

 인형처럼 생긴 아이들은 이제 기괴한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암사슴 비슷하게 생긴 거대한 인형옷 안에 둘, 아니면 셋 정도가 들어가 있는 것 같다. 사슴의 한쪽 눈은, 저 아이들이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화롭게 웃고 있지만, 반대쪽 눈은 슬픈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인형옷 밖에 있는 다른 녀석들은 각자 쇠로 된 막대기를 가지고 감옥과 같은 철창살을 한 일 자로 만들고는, 사슴의 몸통 부분에 놓는다. 사슴이 감옥 안에서 밖으로 탈출하고 있는 것인지, 감옥 밖에서 안으로 끌려들어가고 있는 것인지 도통 구분할 수가 없다.

 어느새 사야카는 뒷산의 정상에 거의 도착한다. 해가 졌는데도 불구하고, 정원의 꽃들은 모두 활짝 피어 있다. 하지만, 싱싱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한다. 꽃잎을 여는 것이 자기들이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라는 듯, 모든 힘을 짜내고 있는 것 같다. 곳곳에는 유럽 귀족 집안의 고귀한 따님이 좋아할 만한 장식이 마련되어 있다. 주로 흰색과 은색으로 칠해져 있는 아치형 문틀, 울타리, 대리석 조각, 흰색 계통 석재로 포장된 길.

 눈을 들어, 뒷산의 가장 높은 부분, 깎아지는 듯한 절벽 바로 앞을 본다. 정원의 분위기와는 영 맞지 않는, 평범한 나무 의자. 그 의자에 악마, 아케미 호무라가 앉아 있다. 사야카가 일부러 발소리를 크게 내며 접근한다. 하지만 정원의 주인은 첫 방문객에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고, 그저 미타키하라 시의 야경을 바라볼 뿐이다.

 검은 옷을 입은 아이들은, 철없는 어린아이들이 어른들의 싸움을 구경할 때처럼, 둘씩, 셋씩 짝지어 자기 모습을 어설프게 숨긴다. 어디서 나타났는지, 까마귀 아닌 까마귀 수십 마리가 날아와 정원에 몇 안 되는 나무에 내려앉는다.

 “이야, 이런 곳에 있었던 거야?”

 사야카가 마음에 없는 감탄으로 침묵을 깬다. 호무라가 고개를 반쯤 뒤로 돌려 곁눈질로 사야카를 바라본다. 귀에 걸린 보라색 귀걸이가, 막 뜨기 시작한 달의 빛을 받아 반짝인다.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온 거지? 미키 사야카.”

 호무라가 다시 고개를 원위치로 돌리고는, 손가락을 매만지면서 말한다.

 “글쎄, 기억났거든. 네가 악마라는 게.”

 사야카는 담담하게 말한다. 상대방도 알고 있는 정보를, 굳이 자세히 설명할 필요는 없다.

 “그렇구나.”

 그 말을 들은 호무라는, 몸을 약간 돌려 앉는다. 아까와 같은 곁눈질은 아니지만, 여전히 사야카를 약간 옆으로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악마가 누군지 알아냈으니, 너는 어쩔 생각이야? 미키 사야카.”

 예상치 못한 질문에 사야카는 약간 당황한다.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그렇다고 침묵하고 있을 수는 없기에, 사야카는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입을 연다.

 “그거야, 당연히…”
 “처치할 생각이야? 단지, 악마라는 이유만으로?”

 사야카가 의미 있는 대답을 할 거라 기대하지 않았던 것인지, 호무라는 사야카가 말을 꺼내자마자 말허리를 자르고 끼어든다.

 “…무슨 의미야?”

 사야카는 이렇게 반문하면서, 데자뷰를 느낀다. 이런 대화를 해 본 적이 있다는 느낌을 받지만, 확실히 기억해낼 수가 없다.

 “생각해 봐, 미키 사야카. 지금 우리가 사는 이곳이, 그렇게 나쁜 세상이야?”

 호무라가 천천히 일어서, 완전히 사야카를 향해 돌아선다. 한 손을 의자 등받이에 짚고는 말을 계속한다.

 “누구에게도 감당할 수 없는 불행은 주어지지 않아. 이 세상에서, 불행은 행복을 잘 느낄 수 있게 해 줄 뿐이야. 세상에 흩뿌려진 저주인 마수들도, 점차 수가 줄어가고 있어. 너희 마법소녀들, 토모에 마미, 사쿠라 쿄코, 모모에 나기사도 모두 사이좋게 지내고, 협동하며 살아가고 있어. 좀 특별한 아이, 카나메 마도카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만의 행복을 스스로 만들며 살아가.”

 호무라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몸을 돌린 뒤, 고개를 뒤로 살짝 꺾으며 말한다.

 “이런 세상을 만든 것이, 처치해야 할 정도로 무거운 죄를 지은 거야? 미키 사야카.”
 “……”

 사야카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한다. 마지막에는 분명 악마를 처치하겠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그 결심이 충분히 굳어 있지 않았었나 보다. 호무라의 말에, 사야카는 또 다시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런 사야카를 보면서, 호무라는 다시 몸을 사야카 쪽으로 돌리며 입을 연다.

 “이 미타키하라를, 이 세계를 부숴 없애도, 정말 괜찮은 거야? 후회가 남지 않도록, 충분히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야?”

 사야카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한다. 악마와 맞서겠다는 결정을 정말 후회하지 않을까?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악마의 행동을 눈감아주는 결정을 한다면, 나는 반드시 크게 후회할 것이다. 그건, 마법소녀가 되고자 마음먹었을 때 했던 다짐, 정의를 지키겠다는 다짐을 배신하는 것이니까. 아케미 호무라의 말이 그럴듯하게 들리기는 한다. 그러나 저것은 악마의 말이다. 악마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교묘하게 배치된 논리다. 악마의꾐에 흔들리지 않겠다. 내가 결심했던 대로, 악마와 맞서자.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다면, 내가 책임질 수 있는 후회를, 내 신념을 지키는 후회를 하는 게 낫다.

 “아무리 녀석들이 행복하다고 해도, 그게 진실이 아니라면, 무슨 의미가 있어?”

 사야카가 대답을 시작하자, 호무라의 표정에 아주 잠깐, 이유를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나타났다 사라진다. 하지만 사야카는, 악마의 이 미묘한 표정 변화를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이, 악마인 네가 억지로 만든 환상이라면, 무대 위에서 연기하고 있는 것과 다를 게 없다면, 그 행복은 의미가 없어. 사람들은 행복한 게 아니야.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착각하고 있는 거지.”
 “그렇지 않아, 미키 사야카.”

 호무라가 야릇한 미소를 지으면서 반박한다.

 “뭐?”
 “넌 뭔가를 오해하고 있어. 나는 사람들에게 환상을 심어준 적이 없어. 우주를 통째로 바꾸지도 않았고. 극히 일부만을 수정했을 뿐이지. 사람들은 이 우주에서 자기만의 생각에 따라, 가장 옳은 길, 가장 행복한 길을 찾아 나아가. 내가 사람들에게 직접 개입하는 경우는 단 하나, 이 우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때뿐이야. 만약 이런 우주를 거짓이라고 한다면, 도대체 어떤 우주를 진실하다고 할 수 있을까? 미키 사야카 네가 날 물리쳐서 탄생한 우주가, 정말로 진실한 우주일까? 지금의 세계를 거짓이라고 할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 그 우주도 네가 만들어 낸 거짓에 불과할 텐데. 그래서야 지금 이 우주와 다를 게 아무것도 없어.”

 사야카는 호무라를 노려보면서 재반박한다.

 “그 말을 어떻게 믿지? 아니, 믿는다 해도 마찬가지야. ‘극히 일부’가 무엇이고, ‘우주의 붕괴를 막기 위해 필요한’ 게 도대체 뭔데? 달을 저 모양으로 만든 것도 극히 일부고, 마도카의 리본 색이 바뀐 걸 알지 못하게 하는 것도 우주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거였어?”

 사야카는 여기까지 말하고는 아주 잠깐 망설인다. 손잡이 없는 칼을 뽑아들지 말지 고민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도카가 하나의 우주, 적어도 하나의 법칙을 만들었다는 추측, 물증은 없지만 무의식이 도저히 부정하지 못하는 이 명제를 활용해야 할까?

 ‘이게 사실이라면, 악마는 내가 마도카에 관한 것까지 모두 기억해 냈다고 착각할 거야. 그 다음부터는 말꼬리만 잡으면서 악마가 스스로 약점을 털어놓게 유도하기만 하면 돼.’

 이 공격이 자기 손을 벨 수도 있다. 악마에게 ‘난 아무것도 모른다’고 광고하는 꼴이 되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 다른 공격방법이 성공할 확률은 훨씬 낮으니까 말이다. 사야카는 조심스럽게, 하지만 그 조심스러움을 악마가 눈치 채지 못하게 말을 잇는다.

 “너는 마도카가 만든 세계를 네 멋대로 바꿔놓았고, 앞으로도 그럴 수가 있어. 그 사실만으로도, 이 세계는 거짓이야.”

 호무라가 반응하기까지의 짧은 시간 동안, 사야카는 심장이 수백 번도 더 뛰는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그런 사야카와는 무관하게, 악마는 표정에 극히 미세한 변화도 없이 대답한다.

 “그럼 미키 사야카 너는, 카나메 마도카가 만든 세계가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공격이 성공했구나, 사야카는 생각한다. 악마의 반응을 보니, 마도카가 정말로 원환의 섭리를, 하나의 우주를 창조했다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제, 지금까지 구축해 놓았던 논리로 계속 공격하는 일만 남았다.

 “그래. 마도카가 만든 우주야말로, 네가 그렇게 숨기고 싶어 하는 진실이지.”

 호무라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글쎄, 그 주장은 모순된 것 같은데? 네가 말하는 그 ‘진실한 세계’가, 카나메 마도카가 창조한 것이라면, 이미 그것을 진실하다고 볼 수 없지 않을까? 한 존재가, 자기 입맛대로 만든 우주잖아. 지금과 다를 게 없어.” 

 사야카는, 호무라의 지금 발언이 이전까지 있었던 진술의 취지와 상충함을 발견하고는 곧바로 반격에 나선다.

 “카나메 마도카의 세계 역시 거짓이라고 주장하려는 거야? 이상하네. 그럼 아케미 호무라 너는, 거짓된 세계를 수정하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준 게 되잖아. 그런 존재가, 정작 자기 자신을 악마라고 칭한다고? 그거야말로, 앞뒤가 안 맞는 거 아니야?”
 “…….”

 호무라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진다. 지금이 몰아붙일 기회라고 생각한 사야카는, 바로 추가 공격을 가한다. 

 “아케미 호무라, 너도 알고 있지? 네가 저지른 일이 옳지 않다는 걸 말이야.”  

 호무라는 옆으로 한 걸음, 의자에서 떨어지면서 말한다.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아 있다.

 “사람들이 불행해질 거야, 미키 사야카.”

 주제가 사야카가 원하는 방향과는 다른 쪽으로 비틀린다. 하지만, 여기서 억지로 다시 마도카 이야기를 꺼내면 악마가 의심을 품을 가능성이 높다. 사야카는 일단 대화를 흐름에 맡긴 뒤, 다음 기회를 노려야 되겠다고 판단한다.

 “같은 말 반복하게 하지 마. 지금 사람들은 행복한 게 아니야.”
 “네 친구들이 죽을 수도 있어. 너도 마찬가지고.”
 “맞아. 하지만 어떤 결과도, 거짓된 세계에서 거짓된 삶을 계속하는 것보다는 나아.”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키면서도, 이 세계를 바꾸겠다는 거야? 그게 정말 옳다고 생각해?”
 “……”

 아직까지 답을 내리지 못한 문제. 누군가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세계를 바꾸는 것이 정말 올바른 일일까? 악마 앞에서 깊이 생각할 여유는 없다. 사야카는 자신의 정의감에 모든 사고를 맡기고는, 반박을 시작한다.

 “그래 맞아. 잘못을 바꾸기 위한 노력에는 항상 희생이 따르지. 하지만 왜 그 희생이,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쪽의 책임이 되어야 하지? 잘못된 상황을 그대로 유지시키려는 녀석들이 책임을 져야지. 아케미 호무라, 너 자신도 너의 세계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고 있어. 만약 네 세계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희생이 생긴다면, 그건 내가 네 세계에 맞섰기 때문이 아니야. 악마인 네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든 네 세계를 억지로 유지하려 했기 때문이지.”

 사야카는 숨을 돌리고는, 말을 마무리한다.

 “내 생각이 옳아. 아케미 호무라. 그러니까, 난 너를 처치할 거야.”

 사야카가 이렇게 확답하자, 호무라의 표정이 완전히 굳는다. 평소의 피곤한 표정도 아니다. 그저, 모든 것을 포기했다는 듯한 눈을 하고, 무표정으로 얼굴이 딱딱해져 있다.

 “뭐, 결국 네가 이렇게 나올 거라는 건 예상하고 있었어. 미키 사야카. 넌 항상 그랬으니까.”

 호무라가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동작을 취하면서, 자신의 귀걸이를 살짝 건드린다. 귀걸이가 서서히 모습을 감춘다. 그러고는, 손등을 위로 한 채 팔을 살짝 앞으로 뻗는다. 손등에는 검정색 테두리에 보라색으로 색칠된 다이아몬드형 문신이 새겨져 있다. 그 문신에서부터, 소울 젬이 모습을 드러낸다.

 “네 멍청한 결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말해줄까? 여기서 내가 널 살려 보내면, 너는 마도카에게 가서 모든 걸 털어놓겠지. 그러면 나는 마도카를 통제할 수 없게 될 거야. 기껏해야 하루나 이틀 정도 버티겠지.”

 호무라의 소울 젬이, 살짝 진동하는 듯하더니, 아랫부분이 원형으로 늘어나 받침대와 같은 형태를 띠기 시작한다.

 “내가 널 죽여 버리면 어떻게 될까? 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죽었다는 사실을 마도카가 알게 되면, 마도카는 그만큼 이 세상을 미워하게 될 거고, 의심하게 될 거야. 그렇게 되면 마도카가 멀리 달아나는 건 역시 시간문제가 되겠지. 한 달 정도는 버틸 수 있을까?”

 받침대에서부터, 도마뱀의 다리와 같은 네 개의 선이 뻗어 나온다. 각각의 선은 3자로 휘어지며 서서히 위쪽으로 올라가면서 소울 젬을 감싸 쥐고, 소울 젬의 윗부분에서 다시 만난다.

 “너에 대한 마도카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릴 수도 있고, 아예 시간을 돌려서 너와 마도카의 관계를 완전히 없애 버리는 방법도 있겠지. 하지만 그래도 결과는 똑같아. 그렇게 해 버리면 마도카의 무의식에 의심의 씨앗을 뿌리게 될 것이고, 내 세계를 유지하기는 그만큼 힘들어질 뿐이야.”

 마지막으로, 소울 젬의 꼭대기 부분에 작은 구체가 하나 더 생긴다. 45도 기울어진 정사각형 무늬가 생기고, 떨어진 꼭짓점을 직선 두 개가 잇는다.

 “미키 사야카. 네가 움직이기로 결정한 이상, 나는 어떻게 하더라도 마도카를 가질 수 없게 돼버려.”
 ‘마도카를… 가질 수 없게 된다니?’

 다소 뜬금없는 말에 사야카가 의문을 가질 틈도 주지 않은 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형된 소울 젬, 아니, 다크 오브에서 지금껏 본 적이 없는 강한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을 바탕으로, 호무라가 서서히 자기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검은색 드레스. 드레스의 안쪽은 녹조를 연상케 하는 기분 나쁜 초록색이다. 드레스의 디자인은 뭐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다. 박쥐를 연상케 하기도 하고, 까마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고풍스럽다는 느낌도 없지는 않으나, 퇴폐적이라는 인상이 훨씬 강하다. 뒤이어 등 뒤쪽으로 악마의 날개가 펼쳐진다. 억지로 달아놓은 듯, 앙상한 뼈대에 거대한 깃털이 일렬로 달려 있다. 마지막으로, 악마의 머리에 자주색 리본이 생겨난다. 본래 모습을 찾은 악마가, 거만한 표정으로 사야카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하지만… 방법이 딱 하나 남아 있어. 미키 사야카.”

 섬뜩한 미소.

 “마도카가 돌아갈 세상을, 남겨두지 않는 거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지금까지 숨을 죽이고 둘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검은 옷의 아이들이 날뛰기 시작한다. 두려워한다기보다는, 기쁨에 겨워 춤을 추는 것 같다. 각종 무기를 어디선가 꺼내 와서는, 자기들끼리 주고받고를 반복한다. 까마귀 같지 않은 까마귀들도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라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흩어진다.

 사야카는 본능적으로 소울 젬을 꺼내 마법소녀로 변신한다. 곧바로 칼을 꺼내 들고는 방어에 유리한 자세를 취한다. 사방이 적이다. 언제 어떻게 공격해올지 모른다. 하지만 악마는 아직 공격할 생각이 없다는 듯, 말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오래 전에도 생각해 본 적 있어. 이런 저주받은 세상 따위,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부숴 버릴까 하고 말이야. 그땐 더 중요한 일이 생겨서 포기했지만. 아, 그러고 보니 연습도 한 번 해 본 적이 있네. 원해서 한 건 아니었지만 말이야. 지금은 없애야 할 세상이 연습 때보다 훨씬 넓지만, 상관없어. 내 힘도 그때보다 강해졌으니까. 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나?”

 악마는 조용히 손에서 검은 활을 소환해 든다. 활 끝을 이름 모를 붉은 꽃이 장식하고 있다. 악마는 곧 하늘을 향해 시위를 당긴다. 사야카가 반응할 틈도 없이, 활에서 불길한 보라색이 감도는 빛의 화살이 만들어지더니, 하늘을 향해 날아간다. 하늘에 거대하고 복잡한 무늬가 나타난다. 동시에, 주변의 모든 장소에서 이상한 기운이 느껴진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처음부터 이렇게 할 걸 그랬어.”

 악마는 이제 환하게 웃고 있다.

 “기억하는지 모르겠네, 미키 사야카. 마수가 멸망하고 난 뒤에는, 세상을 파괴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했었지. 미안해, 좀 많이 앞당겨졌어. 이왕 세상을 깨부술 거, 굳이 마수가 모두 없어질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

 악마가 사야카를 쳐다보면서, 한층 더 환하게 웃는다. 사야카는 화가 치솟는 것을 느낀다. 전력을 다해 악마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악마의 작은 손짓 한 번에 힘없이 뒤로 밀려난다. 본능적으로 균형을 잡아 자세를 유지하고는, 뒤이은 후속타를 간발의 차이로 피한다.

 “이젠 너한테 고마운 마음까지 들어, 미키 사야카.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어. 더 이상 복잡한 고민을 하지 않아도 되니까.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고 싶어서, 빼앗길 수밖에 없는 것을 빼앗기기 싫어서 왜 그렇게 발악했을까? 그냥, 내 손으로 없애 버리면 간단하게 해결되는데. 그래. 내 아이가 될 수 없다면, 둘로 갈라 죽여 버리면 되는 거야.”

 악마는 춤을 추는 듯한 동작을 취하면서, 사야카를 향해 보랏빛 화살을 퍼붓는다. 사야카는 악마의 공격을 피하고 있기는 하지만, 너무 아슬아슬하다. 조금이라도 집중력이 흐트러지면 그대로 적중당할 것이다. 도망칠 길을 찾을 여유조차 없다. 운 좋게 빈틈을 찾아 찌르더라도 자신의 공격이 통할 것 같지가 않은데, 악마에게는 그 빈틈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거기다가, 악마의 부하들은 여전히 자기들끼리 노느라 사야카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저 녀석들이 합류한다면 목숨을 잃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더욱 절망적인 사실은, 악마가 전력을 다하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아직 안 돼요… 아직 안 돼요… 자고 있는 아이는, 어디에 있나요… 이제 어쩌죠, 깨어나 돌아갈 곳이 없어졌네요…”

 악마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한다. 지난번에 꾼 꿈에서 들었던 노래다. 갑자기 머릿속이 복잡해진 사야카는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는다. 악마의 공격이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야카를 향해 정면으로 날아온다. 피할 시간이 없다. 저 화살을 받아내더라도 치명상을 입지는 않겠지만, 후속타를 피하기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사야카가 모든 것을 포기하려는 순간, 익숙한 붉은 빛의 결계가 나타난다. 악마의 공격을 그대로 흡수한 결계는 제 역할을 다하고 곧바로 산산조각난다.

 “겨우 찾았네.”
 “…쿄코!”
 “엉뚱한 짓을 할 것 같긴 했는데, 이 정도일 줄은 전혀 몰랐네.”  

 악마는 쿄코를 흘끗 보더니, 상황에 맞지 않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한다.

 “성가신 녀석한테는 성가신 친구가 있는 법이구나, 미키 사야카. 그래, 마음껏 날뛰어 봐.”

 아주 어두운 보라색 빛 대여섯 갈래가 포물선을 그리며 사야카와 쿄코에게 날아온다. 쿄코가 방어용 결계를 친다. 마수의 상대로는 수십 번의 공격쯤은 손쉽게 막아내는 장벽이, 악마의 한 갈래의 공격만을 간신히 막고는 붉은색 먼지로 산화한다. 나머지 빛기둥이 사야카의 망토 끝자락 사분의 일 정도를 스쳐 잿더미로 만들고는, 사야카와 쿄코 주변의 지면을 강타한다. 폭발이 일어나거나 구덩이가 패이지는 않지만, 착탄점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만으로도 그 위력이 상상 이상임을 알 수가 있다. 

 ‘쿄코, 도망쳐서 마도카를 찾아야 해!’

 쿄코가 합류했지만 여전히 승산은 없다. 하지만, 도망갈 틈 정도는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한 사야카가 텔레파시로 퇴각을 제안한다. 

 ‘뭐? 무슨 소리야. 이 대 일이라고.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갈 거야?’

 아직 악마의 정체도, 힘도 확실히 알지 못하고, 검은 옷의 아이들이 뒤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다는 것도 모르는 쿄코가 그 제안에 순순히 응할 리가 없다.

 ‘설명할 시간 없어, 쿄코! 일단 믿어 줘, 도망가야 돼!’
 ‘쳇!’

 쿄코와 사야카는 결계를 여러 겹 쳐 놓고는 산 아래로 달리기 시작한다. 쿄코의 결계는 얼마 되지 않아 모두 부서지지만, 악마의 시야에서 벗어날 시간은 충분히 벌어 줬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악마의 부하들은 도망치는 둘을 추격하지 않는다. 악마도 일단 둘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더 이상 공격하지 않는다.

 “그나저나 저 녀석은 도대체 뭐야? 사야카.”

 쿄코가 사야카를 뒤따라 도망치면서 묻는다.

 “악마.”
 “뭐? 장난치지 마!”
 “장난치는 거 아니야! 진짜 악마!”
 “쳇, 최소한 네가 정신병원에 갈 필요는 없어졌네.”
 
 둘은 최단 거리로 마도카의 집을 향해 이동한다. 번화가를 지나면서 보니, 악마의 영향력으로 인해 길도, 건물도, 간판도, 사람도 형편없이 휘고, 구부러지고, 뒤틀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그 상태로 하던 일에 열중한다. 왜곡된 상태로 물건을 사고, 꼬인 상태로 음식을 먹고, 불룩 튀어나온 상태로 옷을 입어본다. 온갖 괴상망측한 특수효과를 무분별하게 삽입한 동영상을 보는 것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의 모든 물체가 원래의 어떤 모습이었는지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형체가 어그러진다. 시간마저도 느리게 흐르는 것 같다. 움직임이 슬로우 비디오를 보는 것처럼 굼떠 있다. 그런데도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세계를 파괴하는 정말 악마다운 방법이다. 피해자 본인들도, 사라지는 그 순간, 자신들의 시간이 완전히 정지하는 그 순간까지 이상하다는 걸 모르겠지.

 조금 있자, 마미와 나기사도 이상함을 감지하고는 사야카와 쿄코에게 텔레파시를 건다. 사야카는 설명할 시간이 없다고, 최대한 빨리 마도카 집으로 와 달라고 대답하며, 간단한 방향만을 알려준다. 대충 방향만 안다면, 그 다음부터는 소울 젬의 기운을 쫓아서 오기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달렸을까, 마도카의 집이 눈에 들어온다. 다행히도 마도카의 집 근처는 아직 멀쩡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벨을 누르며 마도카를 찾는다. 마도카가 공포에 질린 얼굴로 밖으로 나온다. 마도카도 주변이 이상하다는 걸 눈치 챈 것 같다.

 “사야카, 쿄코! 어떻게 된 거야? 이런 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사야카는, 그런 마도카를 보면서 침을 한번 크게 삼키고는, 입을 연다.

 “마도카, 지금부터 내 말 잘 듣고, 어떻게든 기억해 내야 돼.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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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혹시 모를 오해를 방지하기 위해, 저는 마마마 첫 정주행부터 지금까지 호무라 팬임을 밝혀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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