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일 전 만으로도 스물다섯이 되는 생일을 맞았습니다. 최근 2년간 성실하지 못한, 도피하는 삶을 살았고 그 결과 자신감도 그 무엇도 다 잃은채 지금 꼭 해야 하는 일을 계속 미루기만 하면서 외국에서 친구집에 얹혀살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무지 제 생일이 달갑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친구를 좋아했건만 부끄러운 마음에 한국 친구들에게 거의 연락하지 않은지도 벌써 1년이 넘어가고 이젠 다들 제가 살아있는지 어떤지도 몰라 연락도 기대할 수 없었고..연락한다 한들 받기 창피한 지경입니다.
그런데 한국날짜로 제 생일이 되는 새벽 12시 쯤에 갑자기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제 어머니셨어요. "딸! 생일축하해!" 발랄한 목소리로 외치시더니 높은 목소리로 빠르게 생일축하 노래를 부르시고 "딸! 사랑해!" 또 한번 외치시고 급히 아버지를 바꿔 주셨습니다. 아버지도 낮은 목소리로 너 나가면 어쩌냐 했다면서 사고 싶은 것 있으면 사라고 한마디 하시고 생일 축하한다며 끊으셨는데 목이 메어 겨우 응, 고마워요, 괜찮아 하는 목소리가 결국 떨렸던 것 같아요
제 어머닌, 아니 가족 분위기 자체가 그렇게 이벤트를 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집 아닌 곳에서 생일을 보내는 일이야 흔했지만 전화로 생일축하노래를 받아보는 건 태어나서 처음있는 일이었습니다. 그건, 엄마의 재롱..같은 거였습니다. 요새 말도 연락도 없는 제 마음을 헤아리고 위로하시는 거였어요.
만 스물다섯에 이젠 절대로 짧다고만 할 수 없는 시간을 살았는데...
어색함을 무릅 쓴, 엄마의 발랄한 목소리만 떠오르면 정말 죄송해서 잠도 못자고 아직도 눈물만 납니다. 정말 멈추질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