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게시물ID : panic_190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초코맛소주☆★
추천 : 2
조회수 : 2047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8/29 16:10:45
제가 그 자취방에 처음 들어갔을 때가 생각납니다.
3층으로 된 단독 주택이었는데 자취생을 받으려고 만들었는지 2층과 3층은 긴 복도가 있고
양쪽으로 방이 3개씩 있었습니다.
1층은 주인집이었구요.
저는 2층의 맨 끝 방에 자취했는데 넓은 창문도 있고 습기도 잘 차지 않는 쾌적한 방이었습니다.
주인 아저씨는 뭐하시는 분인지 잘 모르는데 그냥 점잖고 인상이 아주 좋으신 40대 후반의 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주인 아주머니는 조금 무서웠죠.
뭘 그렇게 먹었는지 얼굴이고, 몸뚱이고 더 이상 살이 붙을 자리가 없을만큼 뚱뚱했었고,
무슨 영양소가 부족한지 한쪽 눈꺼풀은 항상 떨림을 반복했죠.
불어 터질듯한 두꺼운 입술 가장자리로 침 분비물이 조금씩 흘러내렸고,
엄청난 크기의 입술로 앞니를 다 가리지 못해 항상 입을 벌리고 다녔죠.
게다가 히스테리 환자처럼 말을 할 때 항상 짜증 섞인 억양으로 말을 했습니다.
또 돈에 굶주린 사람처럼 단 하루라도 방세가 밀리면 난리가 났었죠.
방세만 싸지 않았다면 벌써 다른 곳으로 갔을 겁니다.
그런데 어떤 때는 천하에 둘도 없는 좋은 사람이었습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자취생들에게 고기도 구워주고 과일도 갖다주며
친조카나 친 자식처럼 잘해 주셨죠.
그런데 평상시는 무서웠기 때문에 주인방 근처에는 한번도 가질 않았습니다.
그 날은 제가 자취를 시작한 지 6개월 되었을 때입니다.
몸이 안 좋아서 학교에서 일찍 들어온 저는 잠시 눈을 붙이려고 방에서 이불도 덮지않고 들어온 옷차림
그대로 누웠습니다.
그날은 날씨도 우중충해서 곧 비가 쏟아질 것 같이 보였습니다.
멀리서 천둥소리도 들리고 있었구요.
누운지 10분 정도가 지났을까 커다란 천둥소리에 저는 눈을 떴습니다.
눈을 뜨니 바로 눈 앞에 형광등을 장식한 둥근 반사갓이 보였습니다.
저는 몸을 옆으로 돌리려고 힘을 썼는데 몸이 움직이질 않았습니다.
감각신경 외에는 모든 운동신경이 마비된 것 같았습니다.
가위에 눌린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아무렇지도 않았습니다.
몸이 피곤하면 가끔 겪는 일이었으니까요.
굉장히 짜증은 났었지만 그대로 잠들기 원했습니다.
그 순간 번개가 번쩍하는 것입니다.
번개가 번쩍이는 것과 동시에 형광등 밑에 어떤 무서운 검은색 얼굴 형상이 나타나
저에게 천둥소리같은 비명을 '악"하고 지르는 것입니다.
저는 정말 그 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그것도 고정된 곳에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비명을 '악' 지름과 동시에
그 얼굴형상이 순간적으로 제게 접근하며 입을 쩍 벌리며 그러는 것입니다.
그 비명소리는 마치 동굴속의 소리 울림처럼 서서히 작아졌습니다.
전 무서웠습니다.
다시 번개 쳤습니다.
그 형상이 그 번쩍임과 동시에 순간적으로 제 얼굴에 다가오며 입을 쩍 벌려 '악' 하고
비명을 지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검은 형상의 얼굴이 주인 아줌마를 닮은 겁니다.
얼마나 겁나는 일입니까? 그 무서운 아줌마한테 가위를 눌리다니.
저는 식은 땀에 온몸이 젖는 듯했고 피가 거꾸로 도는 듯 했습니다.
눈을 감고 싶었지만 눈도 감기지 않았습니다.
고통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쳤으나 몸은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또 번개가 칠 것 같았습니다.
가슴이 터질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번개가 쳤습니다.
"악!!!!"
전 기절했던 것 같습니다.
그 다음부터 기억이 안나는데 눈을 떠보니 제가 벽을 보고 누워있는 것입니다.
벽에 코를 대고 차가운 시멘트벽의 기운을 느끼며 잠이 들었나 봅니다.
그 때 멀리서 무당들이 굿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런데 소리가 점점 커지며 제 귀를 괴롭히는 것입니다.
저는 벽을 보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죠.
꽹과리와 징소리, 북소리로 뒤범벅된 그 소리가 바로 제 뒤에서 울리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고통스러웠습니다.
저는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봤습니다.
미칠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무도 없는데 옆에서 굿하는 소리가 귀청을 찢는 듯 했습니다.
저는 얼굴을 다시 벽쪽으로 돌려 눈을 꼭 감고 꼼짝하지 않았습니다.
이 고통스러운 가위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얼마 뒤 다시 주위가 조용해졌습니다.
저는 천천히 숨을 고르고 눈을 떴습니다.
제가 방문을 머리맡에 두고 누워 있더군요,
이미 방안은 어둠속에 서서히 묻혀가고 있었습니다.
모든 상황이 끝난 것이라 생각했었죠.
그 때 방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열리더라구요. 제 머리맡에 있는 방문이 말이죠.
저는 누운 상태로 눈을 치켜들어 올려다 봤습니다.
열린 문 사이로 빛이 들어왔고 검은 형상의 사람이 서 있는 것입니다.
양손에 무엇인가를 들고 서 있더라구요.
그리고 왼손에 쥔 물건에서는 뭔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그 형상이 저라는 것을 알 수 있었죠.
모릅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냥 저 같았습니다.
판사님. 웃기지 않습니까?
그 검은 형상은 잠시 저를 주시하더니 제 위로 눕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깨어난 겁니다.
오른손에 식칼과 왼손에 주인 아주머니 머리를 들고요.
"존경하는 재판장님!! 이것은 피고가 극형을 면하기 위해 자신을 정신이상으로 몰아가는
아주 파렴치한 진술입니다."
담당 검사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피고에게 언성을 높였다.
"피고는 피해자를 피해자 안방에서 잔혹하게 살해합니다.
사건 발생 시각 날씨는 조금 흐렸지만 피고의 말처럼 번개가 치진 않았습니다.
사건 현장을 처음 발견했던 피해자의 남편 말로는 자신이 안방에 들어 왔을 때
형광등이 망가져 깜박이고 있었고, 피해자가 머리가 없어진 채 방에 누워 있었다고 했습니다.
피고는 피해자의 집에 갈 일이 없었다고 하지만 아마 피해자는 형광등을
교체하기 위해 피고를 불렀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 피고의 변호사가 검사의 말을 가로 막았다.
"피고는 자신의 진술처럼 심각한 환청과 환각을 겪고 있습니다.
대낮에 굿소리를 들었다는 것이 정상적이라고 보진 않습니다."
그러나 검사는 가소로운 듯이 피고를 쳐다보며 말을 이어 갔다.
"훗..정상적이지 않다구요? 살해 시간 때 농악패들이 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습니다."
판사는 잠시 입을 굳게 다물더니 피고에게 물었다.
"피고? 피고의 살인 증거는 너무나도 많고 명백합니다.
피고의 살인 행위는 분명한 것입니다.
그런데 검사와 본 판사가 피고의 기이한 얘기를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피고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태연하게 답변했다.
"정말입니다. 판사님!
제가 9살 때 엄마한테 가위 눌린 적도 있거든요."
-끝-
출처
웃대 - 하드론作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