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글에 GD가 작곡가인가 아닌가에 관해 글이 있는데, 몇몇 분들이 작곡의 개념에 대해 약간 혼동하시는 것 같아 조금 설명해 드릴까 해서 글 남겨봅니다.
먼저, 이 글을 음게에 올려야 하나 연예게에 올려야 하나 고민하다가... 연예게에 올립니다. 음게 분들은 다들 아실테니 관심 없으실테고, 사실 연예게 분들이 조금 헷갈리실 것 같거든요.
자.. 그럼 하나씩 설명해 볼께요.
1. 작곡
작곡은 곡의 멜로디 라인을 만들어 내는 과정입니다. 동요 "학교 종"을 예를 들면, "학교 종이 땡땡땡~" 이 부분의 "솔솔라라 솔솔미~" 부분이예요.
작곡은 일반적으로 멜로디를 머리에 떠올리고 오선지에 그리는 것 까지가 진정한 작곡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냥 자다 깨서 꿈속에서 떠오른 멜로디를 입으로 흥얼거려 녹음하는 것 자체로도 작곡이라고 하더군요.
(사실, 이 부분이 예전부터 작곡을 해오던 사람들 입장에선 좀 기분 나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작곡이란 게 일정한 틀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다가 가능한 한 독창적으로 만들어 줘야 그 곡의 창의성이 더 눈에 띌 수 있거든요.
근데, 예전부터 곡을 써왔던 사람들은 어떤 작곡을 하더라도 악보에 그릴 줄 알아야 그걸 표현할 수 있었으니, 여기에 발생하는 언어(음악적 언어)적 장벽을 넘어 선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라고 생각했던 거죠.
그만큼 작곡가가 많지 않았고, 시중에 들리는 음악들은 왠지 좀 비슷비슷하다고 생각하게 될 우려가 많았죠.
(보통, 한 사람의 작곡가가 사고의 폭이 엄청 넓어서 다양한 음악을 할 가능성은 무척 희박하거든요. 하지만, 또 그런 사람들이 드물게 있었으니, 그런 사람들이 진정한 뮤지션이니, 아티스트니 하는 거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어쨌거나, GD가 꿈속에서 갑자기 뭔가 머리에 떠오른 멜로디가 있고... 이걸 보이스레코더로 흥얼흥얼 녹음했다 치자구요..
악보는 안 그렸다 치더라도, 일단 멜로디가 기-승-전-결 끝까지 완벽하게 녹음했다면... 이걸 악보로 옮길 줄 알든 모르든...
작곡으로 봐 주자!!!! 이게 요즘의 논리입니다...
2. 편곡
편곡은 작곡된 곡의 리듬을 결정하고, 연주하는 악기(들)을 결정하고, 각각의 연주 방법을 결정하는 과정입니다.
앞서 "학교 종"을 예를 들면, 이 곡의 박자를 4/4박자로 정하고, 피아노 반주로 도-솔-미-솔 / 도-솔-미-솔... 이렇게 넣어주는 행위들입니다.
편곡을 하는 사람은 아무리 몰라도 "화성"과 "리듬" 정도는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웬만하면 악보를 그려 넣을 줄 알아야 하고, 넓게는 다양한 악기의 음색과 연주 방법까지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화성이란 태양계 네번째 행성이 아니구요, 쉽게 말해 화음(=코드)을 넣는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그런데, 요즘은 컴퓨터 소프트웨어들이 좋아서 이미 기본적으로 저장된 리듬들, 악기 음색, 코드들이 멜로디만 쳐 주면 자동으로 쭉쭉 뽑혀 나오게 되어 있더라구요.
그래서, 요즘은 악보를 전혀 볼 줄 모르는 사람들도 이러한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달달달 공부해서 편곡을 아주 훌륭히 잘 해내고 있습니다.
("박명수의 어떤가요" 기억나시죠? 아주 대표적인 예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옆에서 신사동호랭이(?)인가 돈스파이크씨가 많이 도와준 모양인 것 같긴 합니다만, 어쨌거나 박명수씨가 편곡까지 한 거라고 볼 수 있어요.)
3. 프로듀싱
프로듀싱은 그 곡의 편곡 방향, 곡의 성격, 더 나아가 그 곡에 대한 퍼포먼스(비주얼적 요인)를 결정하는 행위라고 보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습니다.
"학교 종" 노래를 꼭 4/4박자로 부르지 않아도 되고, 꼭 밝은 느낌으로 부르지 않아도 됩니다.
(학교 종이 울리니 쉬고 싶은데도 수업을 들어야 하는 학생들의 안타까운 상황을 생각하면서 부르게 하려면 편곡 방향이 완전히 달라지겠죠.^^)
프로듀싱은 다분히 개인의 가치관적인 요인이 많이 반영되구요, 대중가요의 경우 대중성, 예술성, 창의성 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고민되어야 합니다.
당연히, 프로듀싱만 놓고 보면 굳이 악보를 볼 줄 알아야 한다거나, 화성이나 리듬 다 몰라도 됩니다. 그저 "느낌 아니까~" 개념만 차 있으면 돼요.
예전, 이효리의 표절 시비에서 "프로듀싱" 문제를 놓고 설왕설래했었는데, 이게 편곡가의 책임이냐, 프로듀서의 책임이냐 따져 볼 때...
제 개인적으로는... "둘 다 책임이다."라고 생각합니다.ㅎㅎ
4. 작사
작사는 다들 아시다시피 멜로디에 가사를 붙이는 겁니다.
물론, 가사를 미리 만들어 놓고 곡을 쓰는 경우도 많구요, 곡을 쓰다 보면 가사가 중간에 수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순서는 어떻게 될 지 몰라도 어쨌거나 가사를 써 붙이는 게 작사예요.
여기에는 크게 봐서 랩 가사를 만드는 것도 포함되긴 합니다만, 랩의 경우 이미 리듬과 음색(일종의 악기), 음의 높낮이 등이 바닥에 깔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해 작사의 범주를 조금은 넘어 선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엄밀하게 바라봤을 때 작곡이나 편곡 수준으로 생각하기에도 좀 어정쩡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요즘 대중가요를 보면 노래 가사 중 어떤 것들은 도대체 의미가 뭔지 이해가 안되는 가사들이 많아요.
느닷없이 이상한 영어가 나오고, 문맥이 전혀 안맞는 언어 배열이 많죠.
이걸 작사로 봐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그냥 툭툭 내뱉는 추임새들로 봐야 할 것인지는 듣는 사람들이 알아서 판단해야 할 것 같습니다.
끝으로, GD가 작곡가냐 아니냐에 대해 사람들이 왈가왈부하잖아요?
솔직히 기존의 작곡을 하던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인정하기 싫을 수 있습니다.
이 사람들이 의심하는 것은 보통 이런 부분들이예요.
악보는 그릴 줄 알아? 장3도, 단3도, 감4도, 완전5도는 알고 있어? 악기나 제대로 다루겠어?
뭐 어쨌든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수 있겠지만, 폭 넓게 바라봤을 때 작곡자 맞아요.
작곡 관련 컴포져를 어느정도 다룰 줄 안다면, 편곡이나 프로듀서라 해도 맞아요.
세상이 발전하는 만큼, 너무 고리타분하게 바라 볼 거는 아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편리한 작곡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곡을 만들고 다양한 샘플링을 곡에 붙여 쓰는 것은 어찌되었건 한계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작/편곡에 쉽게 접근하는 것도 좋긴 하겠지만, 진정으로 음악을 즐기려는 사람들은 그 수준을 분명히 뛰어넘어서 더 많은 음악적 지식을 학습하고, 음악적 통찰력을 깨달으려 노력하게 됩니다.
또, 그런 사람들의 음악은 세월이 흘러도 늘 사람들 머리속에 남아있기 마련입니다.
...
어떻게 마무리 하지??
아... 점심이니 진지 드실 때가 되었습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