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활동하던 화가 윌리엄 어터몰렌(Utermohlen·1933~2007)은 62세가 되던 1995년에 알츠하이머병 진단을 받았다. 진단 이후 화가는 더는 그림을 그릴 수 없는 2000년까지 약 5년 동안 많은 자화상을 남겼다. 여기에 알츠하이머병으로 인지기능이 점차 없어져 가는 과정이 깊게 남아 있다. 자화상 그리기는 자신에 대한 기억을 놓치지 않기 위한 노력이었다.
유명 화가로 활동하던 어터몰렌은 1990년 이후에는 초기 그림들과는 다른 형식의 그림들을 그렸는데, 그 과정에서 여러 알츠하이머병 증상에 의해 변해가는 페인팅 기법과 그림 내용을 관찰할 수 있다.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시공간 지남력 감소, 사물의 모양을 파악하거나 재구성하는 능력의 저하와 그 사물의 기능에 대한 이해력 감소, 판단력과 사고력이 점차 떨어지는 것이 그림에 녹아 있다. 인지기능 장애로 느끼는 좌절, 슬픔, 고독감과 감정 변화까지도 포함돼 있다. 이런 그림은 화가가 자신의 얼굴 모양을 기억하지 못할 때까지 계속된다.
흔히들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증상에 대한 인식이 없어 정작 환자 자신은 마음이 편하고, 보호자만 힘들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질병으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받는 사람은 분명히 환자 자신이다. 치매 환자가 자신의 질환을 인식하지 못하는 '질병 자각 결여' 상태는 대개 인지기능 저하가 아주 심한 말기에서만 나타난다. 환자 보호자나 돌보미들은 환자를 이해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이 환자 증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무심코 못 참고 내뱉는 말이나 행동에 치매 노인들은 큰 충격과 좌절을 겪고 즉시 증상이 악화하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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