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커다란 페스츄리에 초코 덮인 와플, 편의점서 파는 레토르트 떡볶이 1인분까지 미친듯이 먹고 커피믹스 두 개 찬물에 휘휘 타 마시고 나니까 마치 최면에서 깨어난 사람처럼 내가 지금 뭘 한거지.... 충격에 눈 앞이 막막해지더군요
토하려고 화장실 가서 별 생쑈를 해보았지만 토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손가락도 넣고, 위아래로 고개인사도 해보고, 웩웩 거리고... 진짜 원맨쇼란 쇼는 다 했음... 덕분에 내 목구녕 깊숙한 곳이 어떤 감촉인지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지요
그러다가, 지금 내가 하는 짓이 tv에서 보던 거식증 환자들이랑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관뒀습니다. 엄청 먹고 바로 토하고, 먹고 토하기만 반복하면서 살 빠지길 바라던 여자들.. 보면서 "에유 저럴바엔 운동을 하지-_-" 라고 혀를 찼던 여자들이 하는 행동을 제가 하고 있더군요
급 정신이 들어 작업실로 돌아왔지만 아직까지도 스스로의 폭식과 구토 시도에 정신이 멍합니다.
정말, 적당히 먹는 게 몸을 사랑하는 제일의 방법인 것 같아요. 꼬박꼬박 운동도 하고.. 채식 식단도 지키고... 내 몸을 아껴왔다고 생각했는데 별 맛도 못느끼는 것들 돼지처럼 입에 쑤셔넣고, 화장실 앞에서 그거 토해 낼 궁리나 했다니...
어휴 스스로가 한심하기도 하고ㅋㅋ, 얼마나 어렸을 때부터 살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어른이 되서까지 이렇게 강박증에 시달리나 싶어 처량하기도 하고....ㅋㅋ
TV보면서 토하는 여자들은 다 운동하기 싫어하는 귀차니스트인 줄로만 알았는데 그분들 심정은 정말 이루말할 수 없이 비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토가 나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변기 앞에 쭈그려 앉아있는 심정, 정말 최악입니다-_-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