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문구완구 제조업체 MAX에서 개발해 출시한 ‘워드라이터’입니다. 세금 포함 94,600엔, 우리나라로 치면 약 96만원(…)인데요. 작동의 원리는 간단합니다. 팔과 같이 보이는 필기도구 고정대에 볼펜 등 필기도구를 고정시킨 뒤 규격에 맞게 종이를 세팅하고, 기계를 조작해 쓰고자 하는 글자를 입력하면 기계가 움직이면서 입력한 글자를 그대로 쓰는 방식입니다. 이 기계를 통해 회사 보고서를 작성하는 한편, 짤방상에 나오는 것처럼 택배 송장도 작성할 수 있겠죠.
…언뜻 보면 엄청난 기술을 갖춘 기계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생각해 보면 일본이 아니고서는 절대 만들 수 없는 기계라고 할 수 있는데요. 마치 하이스펙, 하이테크놀로지 기계를 만들어서 곡괭이로 쓰는 나라 답습니다.
우선 저 기계가 만들어진 배경에는 아직도 일본 내 회사에서 최종 보고서는 수기로 작성하거나 혹은 자신의 이름과 서명을 수기로 한 뒤 도장을 찍는 문화가 강요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할 수 있습니다. ‘윗사람에게 허락을 맡으러 오는 주제에 컴퓨터로 인쇄해 오다니 이 무슨 건방진 발상인가'라면서 보지도 않고 종이를 내던지는 꼰대력 충만한 베이비붐 세대 특유의 발상 때문이죠. 더욱이 높은 분이나 혹은 어려운 사람에게 택배를 보낼 때 프린트를 해서 주소를 작성할 경우 건방지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연하장을 만들 때 수기로 하지 않으면 정성이 없다며 예의가 없다는 식으로 여겨지는 문화들이 가득하기 때문에 일본에서는 ‘의외로’쓸만하다는 반응입니다(미친…).
그래서 2019년 연말에 발표된, 하타치 캐피탈과 덴소 웨이브가 합작해 만들어 낸 자동 날인 로봇(일명 도장찍는 로봇)과 함께 ‘구석기의 마인드와 생각을 가지고 있는 세상에 하이테크놀로지를 보급하면 일어나는 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일본에서는 이 기계들을 가지고 ‘사실상 서류를 전자화 하는 목적에 부합하고 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안함정…돈을 들여서 무의미한 병신짓을 하이퀄리티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한 자각이 없다 하겠습니다.
이런 병신짓들은 일본의 보수 우경화에 기인한 탓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득권에 붙어 기생해 로비를 해대는 비리와도 연관이 있습니다. 문구 완구 회사들의 일본 정부 로비가 상당한 수준이라 종이의 사용, 볼펜의 사용, 필기도구의 사용 등을 강요하는 배경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도 있는 것이죠. 코로나 시국에 A4용지와 필기도구들의 판매량이 급감하는 우리나라와는 정반대의 행보라고 할 수 있는데, 마찬가지로 자동 날인 로봇 또한 도장 업계의 로비와 함께 당시 과학기술상으로 입각한 다케모토 나오카즈 중의원이 '일본의 인감 문화를 지키는 의원 연맹'의 회장을 역임한 것으로 인한 개발이라는 의혹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로 인해 2017년부터 인감제도를 꾸준히 없애려 한 노력들은 다시 난항을 겪는 중…여러모로 참 대단한 나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