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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history_24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율르★
추천 : 4
조회수 : 1123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1/08/23 13:30:56
이 글은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쓴 글이오나
글쓴이의 상상력이 덧 붙여진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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잰 걸음으로 갈 길을 재촉한 덕분에 세손은 침소에 비교적 빠르게 당도하였다. 주변에는 내시와 궁녀들이 병
약한 임금을 수발하기 위해 대기중이었고, 바깥에서는 어의가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손이 헛 기
침을 하자 바깥에 있는 모두가 그를 향해 절을 하였다. 그러나 어의는 세손을 향해 절을 하고도 머리를 들어
올리지 않았다. 그리고는 어의가 말하였다.
" 전하.. 송구하옵니다.. 제 의술로는 어찌할 도리가.. "
세손이 물었다.
" 어찌할 도리라니? "
어의가 울먹이면서 말하였다.
" 아마.. 오늘을 넘기시기 힘들 것이옵니다. "
세손은 담담하게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는 다시 물었다.
" 전하께선 지금 어찌하고 계시느냐? "
어의가 대답하였다.
" 마침 저하를 찾고 계셨습니다. "
그리고는 상선이 아뢰었다.
" 전하. 세손 저하께서 전하를 아뢰옵기를 청하십니다. "
그러자 침소에서 아주 희미하게 목소리가 세어나왔다. 마치 목소리가 문틈을 힘겹게 비집고 나오는 듯한 인
상을 심어주었다.
" 들라하라. "
그리고는 세손이 들어갔다. 침소 안에도 역시 두 명의 궁녀와 함께 한 명의 내시가 임금의 수발을 들고 있었
다. 임금은 연신 기침을 하면서, 타구에 가래를 뱉었다. 그리곤 세손을 힘겹게 바라보며 말하였다.
" 모두, 물러나거라. 세손과 긴히 할 얘기가 있다. "
그러자 임금의 수발을 들던 세 명은 바로 임금께 절을 하고 뒷 걸음질을 치며 물러났다. 문이 닫히자, 바깥
에는 상선과 어의의 그림자만 침소 안으로 비춰졌다. 문이 닫혔다는 것을 깨달은 임금은 세손에게 좀 더 가
까이 오라고 손짓을 하였다. 냉철한 세손도 이 때 만큼은 평범한 손자였나보다. 세손은 눈에 눈물이 고이고,
목에는 뜨거운 무엇인가가 그의 목소리를 막고 있었다. 세손의 눈에는 흐물흐물 흔들리는 임금이 보였다. 임
금은 친히 그의 손으로 세손의 볼을 타고 내리는 눈물을 닦아 주었다. 그리곤 말하였다.
" 미안하다. 내가 어리석었구나. 사도를 죽인것이 내 천추의 한이로구나. "
세손은 여전히 울먹이면서 말을 잇지 못하였다. 임금은 계속 말하였다.
" 그리고 또 미안하구나. 너를 끝까지 지켜주지 못하여서. 그리고... "
울먹이는 세손이었지만 세손은 그 다음에 임금이 할 말을 알아챘다. 그리고는 겨우겨우 그 목 안의 뜨거운
것을 벗겨내고 말을 하였다.
" 전하. 청이 하나 있사옵니다. "
임금은 그의 눈을 힘들게 쳐다보며 말하였다.
" 무엇이냐? 내 모든 것을 들어주마. 우리 하나밖에 없는 손자의 청을 들어보자꾸나. "
그 말을 듣자마자 세손은 차마 더 말을 하지 못하고 흐느꼈다. 그러자 임금이 그를 달랬다.
" 울지말거라. 사람은 한 번은 죽는 법이니라. 네 아비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나는 그래도 오래 살지 않았
느냐? 울지말거라. 울지말거라. "
임금의 말 끝도 어눌해졌다. 임금은 애써 흐르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고개를 반대로 돌렸다가 다시 세손이
있는 곳을 향하여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말하였다.
" 어서, 청을 말해보거라. 무엇이든 다 들어주마. "
그러자 겨우겨우 마음을 진정시키고 꺽꺽거리면서 말하였다.
" 사.. 살아주세요. "
임금은 그 말뜻을 단박에 알아챘다. 그리고는 세손의 손을 꼭 잡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세손이 다시 꺽꺽
거리면서 말하였다.
" 불충불효한 이 손자를 용서하십시오. "
임금은 고개를 가로로 저었다. 그리고 힘들게 말을 이었다.
" 그렇지 않단다. 얘야. 이 것이 너를 지켜줄 수 있는 유일한 방도겠구나. 그러나, 나도 청을 하나 해야겠
다. 들어주겠지? "
그러자 세손은 고개를 얼른 끄덕였다. 그리고는 임금이 안도의 미소와 함께 말을 하였다.
" 중전만은, 살려주거라. 이 늙은 할애비의 마지막 부탁이니라. "
세손은 잠시 멈칫하였다. 그의 이성은 세손에게 이 청을 거절하라고 명령하였지만 감성이 그 것을 저지하였
다. 세손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것을 본 임금은 다시 말하였다.
" 이 할애비가, 그리고 증조부이신 숙종 임금꼐서 생전에 탕평책을 쓴답시고, 여러 사람들을 죽인걸
아느냐? 너 만큼은 모든 사람들을 죽이지 말고 아우를 수 있는 그러한 임금이 되거라. 한 쪽을 살리기 위해
반대 쪽을 죽이는 그런 정치는, 또 다른 피 비린내가 나는 살육의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니라. 내 부탁을 들
어다오. 부디, 이 할애비같은 폭군이 되지 말거라. "
세손이 다시 울먹이면서 말하였다.
" 전하의 말 명심하겠습니다. 그리고.. 전하는, 성군이십니다. 절대로 폭군이 아닙니다. 역사가 그 것을 증
명해줄 겁니다. "
임금이 말하였다.
" 너의 다짐을 듣고나니, 내 마음이 한 결 가벼워지는 구나. 그래도 넌 아직도 내 눈엔 어린아이로 보이는
구나. 어찌할고, 이 간악한 정치판에 너 혼자 떨어뜨리고 갈 생각을 하니, 내 마음이 심히 안 좋구나. "
세손은 잡힌 그의 손을 다시 꼭 쥐었다. 그리고 걱정말라는 식의 눈빛을 임금에게 보냈다.
" 대견하구나. 많이 컸어. 내 손자.. 이제 좀 쉬어야겠다. "
그리고는 임금은 다시 눈을 감았다. 세손은 아직도 임금의 손을 잡고 말 없이 흐느끼고 있었다. 한 편 중전
쪽 사람들이 은밀히 모의를 하고 있는 장소에 한 명의 장옷을 한 궁녀가 뛰어왔다. 칼을 든 사람은 그를 막
으려 했으니, 장옷 사이의 그 녀의 시선은 그를 압도하였다. 그리고는 곧 칼을 내리자 그 녀는 황급히 말하
였다.
" 중전마마, 내명부에서 왔사옵니다. "
중전은 바깥을 향해 말하였다. 여전히 위엄있는 목소리로
" 들거라. "
그러자 궁녀가 황급히 들어오고는, 장옷을 열어젖히며 말하였다.
" 전하께서 승하하셨다 하옵니다! "
그 순간 모두가 벙어리가 된 마냥 정적이 감돌았다. 숨소리조차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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