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긴 생머리 좋아한댔지? 했던 파마 다시 풀고 열심히 열심히 기른 머리 이제 가슴께까지 와... 어려보이는 인상 좋아한댔지? 그래도 스무한살 아니냔 소리 들을 정도면 꽤 어려보이는거 아니니, 이 나이에 여고생 소리 듣는게 가당키나한 일이냐고... 이십대 중반에 그런 소리 듣는거, 어줍잖게 화장하고 다니는 무서운 여고생같단 소리같아 남사시럽다... 뽀얀 여자 좋아한댔지? 안 그래도 고운 피부, 좀 더 뽀얗게 보이고 싶어서 화이트닝 기초세트에만 내가 얼마를 투자하는지 너는 모를거다... 팔락 거리는 짧은 치마가 이뻐보인댔지? 타고나길 넓직하니 저주받은 골반덕에 한번도 시도 안 해본 팔락거리는 치마를 니 덕에 벌써 네 벌이나 샀다, 지하철 계단 오르내릴때가 두려워 자주 시도는 못 해봤지만... 몸매 좋은 여자가 좋댔지? 몸매 이건 할 말 많다... 희정이 아는 오빠, 내 이름도 모르는 그 오빠가 나랑 같은 교양 수업 듣는데 내 몸매가 좋아서 기억한다고 소개시켜줄 수 없겠냐 했다더라... 이 하나가 다인거같지? 아냐 임마, 희한하게 너한테를 제외하곤 꽤 먹히는 몸매다, 나... 다리 예쁜 여자가 좋댔지?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늘씬한 내 다리 라인 부러워하는 동기 여자애들이 지금 떼바다를 이룬다... 도대체 넌 내 다리가 뭘로 보이는거니, 늘 옆에 서있으니 다리 볼 틈이 없었다면 어쩌겠니... 내가 팔로 걸어다녀야 내 이 고운 다리를 봐줄거니... 얼굴이 찐해보이는 여자 싫어한댔지? 그래서 너 만나고, 하늘 찌를 것 같이 그리던 눈썹, 두툼하니 단정하게 밑으로 내려 그리고... 아이라인이랑 마스카라하면 얼굴이 진해보인다길래 나 요새 눈화장도 제대로 안 해... 앞코 둥근 구두 싫어한댔지? 섹시하게 앞코가 잘록한 구두가 좋다는 니 말에 구두 살때마다 고민한다... 전에 샀던 까만 구두 보구선 너가 스치듯이 '괜찮네' 했던 말에 진짜 그 날 하늘 날았다, 사시사철 그 구두만 신겠다고 나 신께 맹세했잖아... 밝히게 생긴 여자 싫어한댔지? 나 안 밝힌다, 어쩌다 내 손에 니 손만 닿아도 아직 수줍은 여자야... 흰티만 입어도 야해보이는건 미안하지만 아까도 얘기했든 타고나게 출중한 몸매 덕이다, 가슴살 뺀다고 이 몸에 살 더 빼면 공사장에 널린 나무기둥이랑 내가 다를게 뭐겠니... 팔다리 두갠거밖에 더 있겠니...
그래.... 그마나도 다행인건, 내 성격이 너랑 잘 맞아서, 얘기도 통해서, 늘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니 얘기... 나 그걸로 이때까지 버텼다. 근데 아직도 네가 보기엔 내가 많이 모자란가보다... 언제쯤 제대로 날 봐줄 수 있는지 묻고싶은데, 먼저 들이대는 여자는 또 싫어 한다길래 속앓이만 이게 몇년인가 모르겠다... 싫으면 싫다고 딱 잘라 말이나 하지 그러냐, 눈치에 밥말아 후식까지 챙겨먹었냐... 이제는 알만도 할텐데 내내 떠보기만 하는 너, 너하기엔 모자라고 남주기엔 아까운 맘인거냐... 어장관리, 어장관리, 너랑 날 보면서 참 딱 떨어지는 말일 수도 있겠다... 했지만 생각해보면 넌 또 나 빼곤 주위에 여자 없잖니, 나보다 더 니 이상형에 딱 맞아떨어지는 여자 나타날까봐 침만 발라놓고 마는건가부다, 너...
정말 으악~~~~~~~~~~~~~~~~~~~~ 이다... 이렇게 욕을 하고 원망해도 그래도 또 나는 너밖에 안 보이니 이를 어쩜 좋으냐... 아무리 잘 생기고 훤칠한 놈이 들이대도, 얼굴 크고 못나고 키도 작은 니가 몇곱절은 사랑스러워 보이니... 나도 환장할 노릇이다.
미안하다, 술 잘 하는 여자 싫다는 니 귀에 들어갈까봐 친구들도 안 부르고 혼자서 술 한잔 했다... 술 들어가니까 또 니 생각 나더라. 그래서 써본다, 주절주절.... 죽어도 절대로 누구한테도 입밖으론 꺼내지 못 할 이야기지만.
반말이라 죄송합니다. 나오는대로 써본 글이라, 유머도 아니고 뭣도 아니지만... 혹시나 주변에 이야기하면 웃어주고 맞장구쳐주고 늘 생글생글 웃는 얼굴로 바라보고 있는 아가씨 있다면, 잘해주세요. 어쩌면 나처럼 이런 속내 말로 못 하고 끙끙 대고 있는 불쌍한 여인일지도 모르니까... 허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