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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에 수능을 치뤘던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humordata_1908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랑이변하지
추천 : 12
조회수 : 84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4/10/27 16:24:47
지금은 7차 교육과정이라 해서 제도가 많이 바뀐걸로 아는데... 저희는 6차 교육과정, 저희 밑으로 한 학년까지가 6차 교육과정이었죠. 2003년 수능까지가. 지금은 더 넓은 세상좀 한번 보자고 외국에 유학을 와 있습니다만... 오늘자 오늘의 유머의 첫 자료가 수험생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여전히 제가 수능을 치루던 그때가 생각나는군요. 그 자료를 보고 찡한 눈물이 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오늘, 컴을 정리하다 수능이 끝나고 제가 그때를 회자하는 기분으로 제가 시험본 당시를 적어놓은 글을 봤습니다. 별로 잘나지도 않은 녀석의 글이지만 이번에 처음 수능을 치루는 수험생 여러분과 재차 수능이라는 어려운 관문에 도전하시는 수험생 여러분과 그때의 설렘, 긴장감을 함께하고 싶어서 한번 올려봅니다. -------------------------------------------------------------------------------------------- 이 날..... 내 인생의 처음으로 내 전부를 걸었던날..... 난 누구보다 수능을 준비하고 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남들은 12년 공부해서 올인한다지만.... 공부에 관심도 없고 소위 문제아, 건달, 양아치라는 집단이었던 나에게는... 고3....딱 1년, 사실상 365일도 채 안되는 시간과, 고2때 마지막으로 본 172점이라는 모의고사 성적표가 전부였다. 단지 대학이란곳을 가보고 싶었던 나에겐 그냥 미친듯 공부해야만 하는 의무만 남아있었고, 서울로 한번 대학 가보자고 말하는 전라남도 순천시의 일개 양아치에겐 냉소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험날이다. 1교시에 우리 교실에서 5명이 탈락하고, 2교시 수리영역에서 2명이 탈락됬고 3교시 수탐2 영역이 끝나고 1명이 교실을 나갔다. 어떤 사람은 울먹이며 어떤 사람은 "씨x.."이라 중얼거리고 어떤 사람은 시험지를 찢어버리고 나갔다. 1교시 언어영역, 유난히 까다로웠던 언어영역이 유수의 입시 전문가들이 예상한것과는 달리, 그리고 내가 알고있는 지문은 딱 한 지문이 나왔다. 나도 나가고 싶었다. 누구보다 더 간절했다. 언어에서만 세 파트.. 모르긴 몰라도 14문제를 찍었기에... 읽어보지도 못한채.... 1년간 올인한 내 전부가 그렇게 맥없이 날아가 버리는듯 했다. 그래도 참았다. 그동안 내가 공부 못한다고 비웃던 사람들과 겪었던 설움을 한번에 날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기에. 참았다... 1년을 더 공부하면 10년간 낙오자가 될것 같았기에... 2교시 수리영역, 지독히 못하는 과목이다. 그래도 아무렇게 찍지 않았다. 모르면, 정말 모르겠으면 나열된 답을 전부 대입해 가지고 풀어버렸다. 그나마 제일 맞는것 같다고 느끼는걸 찍었다. 심지어 2점짜리 객관식 하나를 공식을 모른다고 모든 가능한 확률을 일일이 세느라 그 문제에만 15분이 걸렸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수탐2 시간이 왔다. 감기 기운에 유난히 옷을 두껍게 입은 내게 식곤증이 밀려왔다. 졸렸다. 이미 1,2교시에 너무 집중했는지 펜을 잡고있던 손에 힘이빠져 펜이 미끄러지기 일쑤였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시간이 얼마 남아있지 않았다. 사회탐구를 풀기에도 시간이 빠듯했다. '그래.... 과학탐구를 접자.' 입고있던 스웨터와 스웨터안의 티까지 벗었다. 걸친건 티안에 입는 런닝셔츠 하나뿐.. 양말을 벗고 찬 대리석 바닥에 발을 대고 미친듯이 문제를 풀었다. 그리고 난 말 그대로..... 과학탐구는 문제를 보지도 않고 다 찍었다. (문과라 과학탐구가 반영이 안되므로) 4교시 외국어영역. 자신있는 과목이다. 중학교때 영어로 인해 개 무시 당해봐서 그런지 더 한이 많은 영역... 듣기 녹음이 나오기전의 시간동안 내가 제일 어려워하는 어법 문제를 공략했다. ........내가 풀어본 유형이다. 생각하고 자시고 할것도 없이 자신있게 답을 골랐다. 듣기 부분.... 듣기 부분 전문 문제집만 14권을 풀어봤다. 남은건 집중뿐... 긴장한 탓인지 두 문제가 좀 햇갈렸다. 두 문제를 제외한 나머지 문제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머지 문제들... 얄짤 없었다. 영어만봐도 쏠릴 정도로 많은 문제집을 풀어제꼈다. 언제나 시간에 쫓기는 영역이라 더 많은 속독 연습과 집중력을 쏟아부었던 영역... 문제집 수준보다 다소 어려운 감이 있었지만 언어영역에 비하면 껌이었다. 마지막 5교시 선택 영역인 제 2 외국어, 일본어를 선택했지만 이전 영역들의 압박감에 몸이 지쳤는지 마킹만 하고 다 찍고 잠들었다. ..............그렇게 시험은 끝났다.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절망 그 자체였다. 해방감? 그런건 쥐뿔도 찾아볼 수 없었다. 수능전날 누구는 긴장푼다고 놀았고, 누구는 컨디션 유지한다고 일찍 잠들고 어쩌고 했지만, 수능 전날까지도 언제나 그랬듯 새벽 3시까지 공부를 했던 나였다. 허무함과 실망감이 더 클 수 밖에.. 그렇게 수험장인 순천고등학교 정문을 나올때... 엄마가 저편에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그리고 이제껏 여느때보다 더 힘껏 나를 안아주셨다. 다른 말은 없었다. 그냥 그렇게 엄마와 나는 한참을 끌어안고 있었다. 엄마한테 미안해서 망친것 같다는 말도 못했다... 집에 오자마자 쏟아지는 전화 공세를 받아낸 후 그렇게 잠들었다. 차라리 기절했다는게 더 맞는것 같다. 다음날 학교에 가보니 마킹 안해온 사람은 전교에서 나 하나뿐이었다. 많이 맞았다. 왜 맞아야 하는지도 모르고 선생님들한테 맞았다. 처음에 다정스럽던 엄마도 점점 초조했는지 왜 답을 안 옮겨왔냐고 야단쳤다. 젠장.... 정말 살기 싫었고 위가 뚫어져라 술만 펐다. 그리고 성적표가 나왔다. 몸과 마음이 다 지쳐버린 나였기에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성적표를 폈다. .................................................................................... .................................................................................... .................................................................................... .................................................................................... .................................................................................... 그렇게 난, 서울의 소위 좀 알아준다는 J 대학에 입학했다. 어느 누구도 나에게 손가락질 하지 못했고 어느 누구도 나에게 냉소를 짓는 사람이 없었다. 나를 향해 비웃던 손가락은 나를 치켜세우는 엄지 손가락이 되었고 내 마음을 후벼파던 냉소는 나를 칭송하는 따뜻한 미소가 되어 돌아왔다. 그리고 난 나도 '할수있다'라는 가능성과 함께 합격 통지라는 내 마음의 영광만을 남긴채, 2003년 2월 17일, 북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때의 영광을 다시한번..... 여전히 설렌다. ------------------------------------------------------------------------------------- 간혹 건방지다고 생각되거나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 있을지 모릅니다. 내용도 좀 길고요..하하;; 자랑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습니다. 단지 곧 있을 수능을 보실 모든 수험생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 . . . . . . 어떤 역경과 절망감 속에서도, 포기하지 마십시오. 포기하지 않는다면 당신이 승리자 입니다. -추신- 자료는 오늘자 오늘의 유머에서 퍼왔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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