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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아 에스코트의 추억을 읽고..
게시물ID : bestofbest_1908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veluga
추천 : 314
조회수 : 16930회
댓글수 : 15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4/12/25 19:54:34
원본글 작성시간 : 2014/12/24 19:59:41
제가 예전에 해외 나갈때 일이 생각나서 말입니다.
 
조금 먼 나라로 출장을 갔습니다.
비행기에 어린 아기를 안은 어린 분 두 분이 타셨어요
그냥 어린 부부인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탑승 전부터 아기가 웁니다.
당연히 달래야 하는데 안아주는 시늉만 하고 아이는 빽빽 우는 채로 안고만 있습니다.
아이 얼굴이 빨개지는 걸 보니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아서 모 입양관련 복지관 봉사활동 *년차라 다가가 아기를 살펴봤더니
아기가 입고 있는 우주복 버튼이 잘못 끼워져 있어서 아이 다리 한쪽이 이상한 자세로 휘어서입니다.
아기 옷을 다시 입혀주고 비행이 시작되었는데 아기가 또 울어요.
 
또 이번엔 아이를 안고만 있다가 남자분이 절 부릅니다.
도와달래요.
부모 아니냐 했더니 입양아 에스코트랍니다.
기본교육 안 받았냐 했더니 뭐 봉사활동도 다녔고 어쩌고..........
 
결국엔 두 분은 쿨쿨 주무시고 중간중간 사진도 찍으시고 여행책자도 뒤적이면서 놀았지만
아기들은 저와 스튜어디스, 다른 승객 한 분이 안고 돌봤습니다.
나중엔 하다하다 화가 너무 나서 승무원분들 양해를 구하고 캐빈 뒤쪽에서 두 사람에게 화까지 냈어요.
자기들은 공짜 비행기 티켓을 받으려고 한 건데 애가 너무 힘들게 한다, 하나도 모르겠다며 뻔뻔히 나옵니다.
일단 아기들이 중요하니까 아기들 안고 얼레고 해서 해당 국가에 도착합니다.
 
비행기 문 열리자마자 퀵패스로 아기들과 그 커플이 나갑니다.
한 아기는 6개월, 한 아기는 12개월이라 앉아있는 제 쪽으로 손을 뻗으며 우는데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아침에 도착해서 바로 일을 시작해야 하는데 비행기에서 잠 하나 못자고 내렸으니 제정신도 아닌데
공항에서 노트북 켜자마자 홀트에 접속해서 번호 알아내 항의전화부터 했어요.
 
홀트에서는..... 뭐......그래도 애기들 잘 갔으니..... 도와줬다면 쌩유. -_-
그런데 잘 갔는데 뭐, 어쩌라고, 애들이 그런 애인지 내가 알았나,
그래 니가 수고했다면 고맙다고 말해줄께 됐지? -_-
 
 
 
그래서 저는 솔직히 해외 입양아 에스코트 관련 글이 올라오는 건 반갑지 않습니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대학생 배낭여행, 해외여행 까페에 가면 공짜로 해외 여행하는 팁이라고 올라오는 개소리도 싫지만
이런 일이 의외로 계속 꾸준히 반복되고 있으니
혹시라도 만약에 좋은 일을 하셨다는 분 글을 보고 딴 생각 품는 머저리들이 안 생겼으면 하는 바람에요.
 
 
 
아직도 인천공항 갈 때마다 그 아기 입었던 별무늬 우주복과 머리카락을 손에 꼭 쥐고 잠들던 그 아이가 생각나거든요.
태어나 부모와 떨어진 것도 그렇지만 먼 나라로 떠나는 아이들과 함께 하는 길이 봉사가 아닌 하나의 여행 기회로 여겨질까봐 걱정스럽습니다.
물론 작성자님에 대한 비난이나 지탄이 아니라 보는 분들 중에 딴 마음 먹는 애들이 있을까봐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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