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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 진단부터 완치까지
게시물ID : humordata_19087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56565
추천 : 14
조회수 : 1770회
댓글수 : 51개
등록시간 : 2021/06/19 15:01:31

안녕하세요 좋은 주말입니다

 

몇 주 전에 우울증 진단받은 이야기를 썼는데요

 

저와 같이 우울증을 앓고 계신 환우님들, 혹은 그 주변인들께는 위로가 되고자 합니다

 

병원을 갈까 말까 망설이시는 분들께도 진입장벽을 낮춰드리고 싶고요

 

단순히 호기심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어떤 기분인지, 어떤 증상이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도 답변이 조금이나마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 우울증은 우울감이 주된 증상이기는 하나, 동반되는 증상이 매우 다양합니다

 

공황발작(발작이 잦게 일어나면 장애라고 알고 있어요), 불면증, 무기력증, 강박증, 식이장애, 대인기피 등과 같이 나타나요

 

여기서 저는 무기력증과 우울증이 심했고 스트레스에 대한 면역 또한 거의 없는 상태였습니다

 

대인기피증도 있어서 친한 친구를 만나는 것도 망설여졌고요

 

흔히 무기력증을 '그냥 귀찮은데 핑계대는거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최대한 제가 느낀 감정을 자세히 설명해볼게요

 

 

 

 

청소나 빨래, 설거지, 샤워, 식사처럼 평소에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들이 버겁게 느껴집니다

 

뭐랄까 동네 뒷산도 가지 않았던 나에게 누가 에베레스트 가라고 등떠미는 느낌이예요

 

마음에 족쇄가 채워진 것처럼 몸이 움직이질 않습니다

 

머리에선 해야지, 해야지 생각하는데 결국은 누워서 하루를 보내고 말아요

 

절대 귀찮음이 아니예요 귀찮음과는 거리가 먼 무언가가 저를 붙잡고 있는 느낌입니다

 

저는 이게 매우 심해서 연차를 다 쓰고 난 다음에야 다니던 일을 그만두고 치료에 전념하기로 했습니다

 

병원에 처음 갔던 당시 저는 일반인의 4배 이상 우울감이 극에 달해 있었고

 

우울증 환자 집단의 평균 점수보다도 높았습니다

 

 

 

 

참고, 참다가 이러다 내가 정말 죽을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병원에 갔어요

 

운전하다가도 가드레일 너머의 절벽을 보면 문득 '여기를 세게 박으면 떨어져서 죽게될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어요

 

불면증도 매우 심해서 2주간 잠을 거의 못잤고

 

집중력과 기억력이 흐려져서 자주 쓰던 비밀번호도 잠깐 기억이 안난다거나 했죠

 

 

 

 

아무튼 병원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았습니다

 

저 또한 초반에는 정신과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의사선생님께 꼭 약을 먹어야하냐고 물어보니

 

약과 상담을 동반해야 시너지가 좋다고 하더라고요

 

동반했을때 100%의 효과가 있다면, 단순 상담으로는 1~20%의 효과밖에 보지 못한다고요

 

그리고 약과 함께 상담을 병행한 치료를 한 지 벌써 3달이 되었습니다

 

지금의 저는 파트타임이지만 그래도 타인과 함께 일하고, 스스로 날씨가 좋으면 등산을 갈 만큼 치유가 많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환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거예요

 

약은 걸을 수 없는 사람에게 목발이 되어 줄 뿐, 스스로 걷는건 본인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저 또한 치료중에 자살 생각도 많이 했고,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했어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니 정말 좋아지더군요..ㅎㅎ

 

아래에는 여러분이 궁금하실 것 같은 질문들이나, 제가 의사선생님께 여쭤봐서 들었던 답변들을 적어볼게요

 

 

 

 

1. 가격은 어느정도 인가요?

 

저는 초진에 검사 2가지+상담+약 처방으로 4만원대 납부했고요

 

지금은 일주일에 한번씩 상담+약인데 상담 시간에 따라 7천원~9천원대로 내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적용시)

 

 

 

 

2. 우울증은 유전이 되나요?

 

우울증 자체는 유전이 되지 않지만

 

아무래도 우울증에 잘 걸리는 기질은 있다고 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남에게 피해주는거 싫어하고 그냥 내가 참고 손해보는 스타일이여요.. 룰 같은거 지키는거 좋아하고요..)

 

 

 

 

3. 어떤 노력을 하셨나요?

 

처음에는 밖에 나가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래도 10분, 20분

 

조금씩 시간을 늘려가며 천천히 산책했어요

 

그리고 작은 화이트보드를 사서 요일마다 아주 작은 일들을 썼습니다

 

월 - 쓰레기 분리수거

화 - 설거지

수 - 빨래

 

이런식으로요

 

그리고 지키려고 노력했고 생활패턴도 맞추려고 했어요

 

초반에는 절대 욕심내지 않고 할 수 있는것만 했어요

 

 

 

 

4. 치료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의사선생님께 여쭤보니 보통 1년 이상이라고 하셨습니다

 

저도 아직은 정해진 패턴에서 벗어나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직장을 다시 갖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하고 있어요(아무래도 급작스런 일들이 없진 않을테니까요)

 

그리고 혹시나 재발한다면 처음보다는 치료 기간이 짧아진다고 하더라고요

 

 

 

 

아직 완치는 아니지만..

 

완치하고 싶은 마음에 제목을 저렇게 했는데 낚이셨다면 죄송합니다ㅠ.ㅠ

 

우울증은 내가 나를 컨트롤 할 수 없는 병이라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고요

 

모든 병이 그렇듯 초기에 잡아야 빨리 잡을 수 있으니.. 너무 걱정 마시고 힘드시다면 정신과에 방문하길 추천드립니다

 

그리고 정신과도 막 이상한 사람 있고 그러지 않아요!

 

가서 대기하다보면 옆에 있는 분들도 다들 평범한 분들이십니다

 

제 글이 단 한분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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