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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 들린다는 자이푸르는 아그라, 델리와 거리도 가까워(아그라에서 200km, 델리에서 250km) 북인도 트라이앵글로 불릴 정도로 유명하다. 분홍색 벽돌로 건물을 쌓아 올려 핑크 시티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도시이기에 우리를 포함한 수많은 관광객들이 이 도시로 이동하고 있었다. 가까운 거리인 탓에 연착되는 기차를 타고도 6시간 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 기차를 타고 낮에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니 낯설다.
항상 새로운 도시에 도착하면 느껴지는 이런 낯선 도시의 첫인상이 좋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뭔가 새로운 곳이라는 설렘으로 새 풍경을 눈에 담으며 신기해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무런 정보도 없는 장소라 모든 것들이 낯설어 두렵기도 하다. 도시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두려움인 셈이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가슴에 품고 우리는 역 밖으로 나왔다.
친구는 휴대폰으로 우버 택시를 호출했다. 차량 공유 서비스로 출발한 우버는 이제 인도에서 콜택시처럼 이용되었다. 처음 우버 서비스가 탄생했을 때는 카풀의 일환, 혹은 짬 나는 시간에 뛰는 아르바이트 같은 개념으로 활용되었다. 하지만 인도 시장으로 들어온 우버는 투잡 개념이 아닌 콜택시처럼 활용되고 있었다. 한국에서는 맥도 못쓰고 떠나버린 우버였지만, 확실히 인도에서는 택시 대용으로 정착했다. 호출도 빠르고, 다른 이동수단보다 안락하고, 안전하기도 하면서 가격 실랑이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 덕분에 우버는 어느 도시를 가도 편리한 교통수단이 되었다. 호출한 우버를 기다리기 위해 역 앞에 서 있으니 릭샤 기사들이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오토바이를 개조한 오토 릭샤 기사부터 자전거로 손님을 끌고 가는 릭샤 기사까지 모두 우리를 먹잇감 노리는 하이에나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릭샤 탈래요? 어디까지 가요?”
“아 저희 XX까지 가요. 근데 이미 우버를…”
“아 거기까지면 200 루피면 갈 수 있어요. 빨리 따라와요. 짐 들어줄게요.”
릭샤 기사는 우리가 우버를 불렀다는 말을 채 마치기 전에 우리의 짐을 들며 따라오라고 했다. 나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릭샤 기사에게 말했다.
“200루피라고요? 말도 안 돼. 우버는 100루피인데?”
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안락하고 편하지만 비싼 우버가 목적지까지 100루피였는데 이 릭샤 기사는 불편하고 느린 릭샤로 200루피나 불렀다. 아무리 인도에서 흥정이 당연하다고 해도 원래 가격의 4배에 가까운 가격을 처음에 부를 줄은 몰랐다.
“필요 없어요. 우린 이미 우버 불렀어요.”
“에이 농담이었어요. 도시 구경도 포함해서 80루피에 가 줄게요. 어때요? 지금 바로 출발할 수 있어요. 우버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되니까 따라와요.”
가지 않겠다는 여행자와 가자는 릭샤 기사끼리 실랑이가 길어지는 사이 우리가 호출한 우버가 도착했다.
생각해보면 어처구니없는 흥정이 따로 없었다. 자본주의 시장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소비자는 더 좋은 서비스와 저렴한 비용으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우버와 릭샤를 비교하면 우버의 절대적인 우위였다. 가격, 서비스 모두 우버의 승리다. 우버가 가지 못하는 지역이거나 주변 우버 기사가 없지 않으면 릭샤는 설 자리가 없어져갔다. 결국 여행을 하다 보면 우버가 인도를 점차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이 체감이 되었다. 하지만 편한 우버가 득세한다고 하니 안타까운 감정도 들었다.
우버는 자신의 차를 소유한 사람이 앱으로 서비스를 등록하여 사용된다. 개인택시처럼 자신의 차가 있어야 한다. 자차를 보유하고 있다는 말은 곧 인도에서 중산층은 된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릭샤 기사들은 대부분 차 한 대도 구하지 못할 만큼의 가난한 삶을 살고 있었다. 법인 택시 마냥 회사 릭샤로 하루 벌어먹고사는 경우도 있었고, 집안에 있는 돈을 끌어 모아서 겨우 오토바이를 개조한 듯 보이는 오토 릭샤 한 대를 장만해 생계를 이끌거나, 혹은 그 돈도 없어 자전거 인력거를 끌기도 한다.
우버가 들어오기 전에는 거의 동등한 사업성을 가졌던 릭샤 기사들끼리의 경쟁이었다. 하지만 시장을 파괴하며 압도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가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들어오자 두 사업체 사이에는 자본적인 간극이 생겨버린 셈이다. 릭샤의 주요 돈벌이였던 돈 있는 관광객들이 불편한 릭샤에서 편한 우버로 점차 이동했다. 릭샤 기사들은 우버를 호출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나 혹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시장이 줄어들고 말았다. 경제적 판단으로는 우버의 승리이며 릭샤의 몰락이 예견되었다. 하지만 우버를 몰고 싶어도 몰 수 없는 릭샤 기사들이 그대로 사라지는 손님들을 바라보며 손가락을 빨고만 있어야 하는 것일까. 자본주의에서 당연하다고 느껴지는 경쟁력 약한 이들의 도태를 당연하다고만 생각하기에는 씁쓸함이 생겼다.
기술과 자본이 발전하면서 생기는 이런 간극은 한국에도 존재한다. 바로 대형마트의 등장과 재래시장의 몰락이다. 철저한 위생과 다양한 상품, 그리고 편리한 쇼핑 구조로 이루어져 점차 발전하는 대형 마트와 달리 상대적으로 모든 방면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재래시장은 이제 점차 소비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구경하는 재미와 사람 사는 냄새로 그나마 명목을 이어온 재래시장이었지만 그런 재미 역시 이젠 대형마트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이젠 대형마트가 단순히 장을 보기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 나들이의 공간으로 변화한 것이다.
이런 불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재래시장도 나름 살아남기 위한 변화와 혁신을 추구했다. 하지만 자본이라는 구심점으로 다양한 시도와 발전을 하는 대형마트와 달리 재래시장은 확실한 구심점이 없어 변화가 어려웠다. 결국 하루하루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목도하지만 다른 변화의 방법이 없어 사라짐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기술, 자본, 인력 모두 뒤처진 상황에서 변화의 길을 찾는 것조차 어렵기 때문이었다.
릭샤 기사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버와 다른 자신들만의 차별점을 찾아내 확실한 소생의 방안을 찾아야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결국 이 릭샤 기사들이 선택한 것은 당장 하루 이틀이라도 돈을 더 벌기 위해 감언이설로 호갱(호구+고객님이라는 말)님들을 추려내는 것이었다. 더 이상 릭샤 운용이 불가능해질 때까지 조금이라도 시장을 빨아먹는 루징 게임이다. 이들의 교육 수준이나 복지 수준도 낮으니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이나 다른 진로 선택도 어려웠다. 릭샤를 버리고 다른 일을 찾기 힘들 때 까지는 릭샤 기사를 해야만 한다. 소생 불가능한 도태를 하더라도 우선 다가오는 미래보다 오늘내일이라도 제 살 깎아먹으며 돈을 버는 길을 선택한 셈이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여행객들이 자본주의의 상징인 우버를 타지 말고 빈민 노동자들을 위한 릭샤를 고수하자고 할 수는 없다. 나조차도 우버가 더 편하고 저렴하고 빠르기에 더 좋았는데, 불편하고 느린 릭샤를 타자고 하기엔 어폐에 맞지 않는다. 다만 우버를 타고 있었지만 마음은 편치 않았다. 심지어 릭샤 기사들이 나에게 사기를 치려고 했음에도 말이다.
내가 조금 느리고 불편하더라도 이들을 위해 시간과 돈을 조금 쓸 만큼의 여유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내가 가진 이 불편한 감정이 단순한 연민인지, 혹은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인지.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적은 사회적 약자나 기술적 약자에 대한 동정은 언제나 이런 씁쓸한 입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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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행 하고 난 좋았는데 이런 저런 안 좋은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서 변명 함 해봐요ㅋㅋ
사기 당한 썰도 있으니 심심하면 구경 ㄱㄱ
뭔가 인도 혐오가 점점 오르는 듯 한데 인도 좋은 점도 다음에는 올려 볼께용
https://brunch.co.kr/@pubss/221
사기당한 썰 1탄 http://huv.kr/pdswait8434437
출처 | 원출처 웃대 http://huv.kr/pds107186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