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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언급, 超스압 죄송합니다] 전 판타지 소설 작가입니다.
게시물ID : readers_190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우랑방탕
추천 : 13
조회수 : 2878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4/03 06:16:29
[주의]

1. 그다지 넋두리는 들어있지 않습니다만, 필자의 과거 얘기가 초반에 살짝 들어가 있습니다.
2. 징징대는 글 아닙니다.
3. 그런데 답답해서 여러 문단을 적어봅니다.
4. 닉언급 잠깐 나옵니다. 죄송합니다.
5. 적고 보니 초스압이군요. 



prologue

안녕하세요.

마감 앞두고 맥주 한 잔 하다가 책 게시판이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아차린, 날림작가 우랑방탕입니다.

하루 지난 이영도 님 낚시글에 파닥이다가, 책게에는 무슨 글들이 있나 찬찬히 읽어봤습니다.

직종이 직종인지라 "장르", "판타지" 등의 제목을 단 글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읽다보니 맥주에서 소주로 주종이 변경되었습니다.

뭐, 그렇다고 소주 먹자고 죽자는 얘기는 아니고 소주 먹을 시간대가 된 것 뿐입니다.

그럼, 시작할게요.





1. 판타지 작가랩니다.

네, 전 장르문학 중에서도 판타지 작가입니다.

무슨 자존심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유행이던 "게임", "차원이동물"은 죽어도 쓰지 않겠다고 발악을 하던 글쟁이였습니다.

고등학생 때 꽂혀 있었던 드래곤 라자와 하얀 로냐프 강 때문에 그랬을 거라 추측을 해 봅니다.

이제 와 돌이켜 보건대, 그런 종류의 글을 쓸 능력이 안 되었던 겁니다.[웃음]

그래서인지 수능을 마치자마자 하얀 로냐프강 작가이신 이상균(래픽) 님의 홈페이지에서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로젠다로의 하늘"이라는 홈페이지였고, 운영자가 무려 작가분 본인이었습니다. 직접 하얀 로냐프 강 3부를 극히 비정규적으로 연재하고 계셨죠.

이듬해에 군대로 끌려갔고, 복무 후에는 드림워커에서 쭉 활동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덜컥 출판사에서 출판제의가 왔어요. 실험적인 판타지를 찾고 있는데 기획안이랑 제 글이 흡사했다는 게 이유였지요.

당연히 승낙을 했겠지요? 출판 기회를 놓칠 수 없었을 뿐더러, 돈에도 눈이 어두웠거든요.

그렇게 2005년도 초반에 출판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메이저 출판사였던 북청로파(북박스, 청어람, 로크미디어, 파피루스) 중에서 북박스 출신이랍니다.

2005년도에 출판을 했으니 굳이 따지자면 3세대 작가로 분류할 수도 있겠네요.

비슷한 시기에,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글로는 SKT, 오라전대 피스메이커 그리고 아이리스 정도가 있군요.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대학생 신분으로 권당 280만 원 가까운 인세가 떨어지니, 총 6권에 3학기 등록금은 되겠더라고요.

그래요. 출판했다고 자랑하며 즐거운 마음보다는 3학기 등록금이 생겼다는 게 훨씬 기뻤어요.

그래도 래픽 님이 출판 축하한다며 축전 보내주신 건 자랑

그때부터 작가의 길이 시작된 것 같습니다.




2. 라이트 노벨?

이러쿵저러쿵 대학원 진학한다고 글을 미뤄뒀어요.

그런데 어찌어찌하다보니 교수랑 틀어졌네요?

재미있게도 전 공학도였습니다.

연구비 꼬불치는융통하는 걸 도와줬거든요. 정년 얼마 남지 않은 교수라 포닥도 없고, 선생님 급도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존경하옵는 교수님께서는 자기가 언제 연구비를 꼬불치랬용도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라고 했느냐며 노발대발하셨어요.

……이중 장부 만들라면서. 아주 구체적이더만


억울하지만 답이 없었어요.

결국 석사 수료하고 쫓겨납니다.

머리에는 "감히 겁도 없이 교수님과 싸우고 뛰쳐나온 싹퉁머리 없는 아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말이죠.

하필이면 관련 업종에서 최고 권위자 랭크를 달고 있던 교수라 취업길은 잿더미로 변해버렸습니다.

유학은 다음 생에 기약을 하기로 하고, 이리저리 일을 하기 시작했죠.

간신히 목구녕에 풀칠만 하는 와중, 뭔가를 떠올리게 됩니다.

글을 썼던 게 기억나기 시작한 거죠.

다시 출판사 문을 두드립니다.

다행히 처녀작이 제법 판매고를 올린 상태였는지 아니면 초췌한 제 거지꼴모습이 안쓰러웠는지 계약을 하게 됩니다.

문제는 계약만 덜컥 해놓고 무슨 글을 쓸지는 얘기도 나누지 않았다는 겁니다.

판타지는 어렵냐고 물었더니 게임, 이고깽, 일격에 지구 두 조각낼 거 아니면 쓰지 말라고 하더군요.

억울했어요. 전 판타지가 쓰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제 기획서를 읽고 난 편집자는 딱 한 마디를 해줬습니다.

"자비로 출판해라."

그래요. 제 기획안은 당시 트렌드에 비해 미친 듯이 구닥다리였어요.

머릿속으로는 드래곤 라자와 하얀 로냐프강이 뛰어노는데다가 "디아블로 2"에서 차용한 "선도자의 로망"으로 글을 쓰려고 했으니 오죽했을까요.

그래도 정통 판타지를 쓰겠다고 아득바득 칼을 갈고 있으려니 편집자가 한 마디를 더 해줍니다.

"요즘 라이트 노벨이 뜬다더라."

머리가 멍해졌어요. 판타지에서 라이트 노벨로 태세전환이 쉽게 되겠어요?

하지만 어쩌겠나요. 학자금은 갚아야죠.

그래서 하루히 시리즈와 작안의 샤나로 공부를 했어요.

장르문학을 감성적 유희로 접근한 게 아니라, 전공서적으로 접근을 했던 거죠.

지금도 고향집에 내려가면 형광펜으로 밑줄 그어놓은 하루히 시리즈가 창고에 모셔져 있습니다. 태워버려야지

그렇게 분석하고 파악하고 정립하고 공식세우고 생 난리를 피워가며 라이트 노벨을 썼습니다.

2009년에 말이죠.

멋지게 써서 출판을 했어요.

대차게 말아먹었습니다.[웃음]

대충 출판사까지 문 닫을 정도로? 저 때문에 망한 건 아닐 겁니다





3.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제부터 본론입니다.

중간에 일은 많았습니다. 게임기획자라거나 게임회사 대표라거나 또 한 번 야무지게 말아먹었다거나 아무튼 일은 있었습니다만,

판타지를 쓰고 있습니다.

겸업으로 쓰고 있어요.

재미있는 건 본업보다 수익이 더 짭짤하다는 거지요.

사실 이것 때문에 본 게시물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더 상세히 이유를 적어보자면 AD로시(닉 언급 죄송합니다) 님의 http://todayhumor.com/?readers_18789 글을 읽고 마음이 무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아예 대놓고 말씀드리자면, 저번 달 수익이 담배 두 보루도 안 된다는 말씀에 가슴이 욱신거렸기 때문입니다.





4. 또 다시 판타지.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재미있게도, 2006년도 기획입니다.

그때 당시에도 올드하다고 퇴짜를 먹은 기획서지요.

그런데 통과했습니다.

빠르면 4월 말, 늦어도 5월 중에 ** 혹은 카카오에 연재를 시작합니다.(정확한 회사명을 밝힐 순 없습니다만 웹툰으로 흥한 곳……입니다.)

게임물도 아니고, 대체역사도 아닌데다가, 현대물은 더더욱 아니고, 차원이동물까지도 아닙니다. 당연히 뽕빨에로물도 아닙니다.

얼마나 올드하냐면요. 마왕이 용사 때려잡, 아니, 용사가 마왕 때려잡는 이야기입니다. 심지어 주인공이 쉰다섯 살이에요.

오호라. 그러고 보니 마왕이 용사 때려잡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겠다.

오디세이아나 일리아스 급의 케케묵음이지요. 그래도 오디세이아나 일리아스는 주인공이 젊잖아요?

그런데 통과했어요.

물론 어투라든지, 대사를 제외한 지문이 두 줄을 넘기면 안된다는 제약사항 때문에 조금 갑갑하긴 합니다.

그래도 제가 적고 싶은 세계에 제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담아서 글을 낼 수 있게 되었어요.

보수도 짭짤하게 말이죠.

여기서 제가 얻었던 결론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소재고 설정이고 트렌드고 나발이고 글이 우선 재미있어야 한다.

디지털 출판시장은 먹고 살만하다.





5. 얼마나 짭짤할까?

과거 2000년 초반 출판시장에서 판타지 혹은 무협은 200자 원고지 기준 1,000매를 한 권 분량으로 잡았습니다.

이후로 점차 줄어 850매까지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만.

지금은 글자수로 계산하죠? 권당 140,000자 이상입니다. 제 경우는 1권이 143,500자 가량이고 원고지로는 892매가 나왔군요.

아래한글에서 8포인트 글씨 크기로 A4지 97매 분량입니다.

많긴 한데, 신내림받아서 적다보면 하루에 A4 15매 쓰는 경우도 가끔 있습니다. 쓰고 나서 이틀 동안 아무 것도 못하니 문제지만

개인기록으로는 하루 A4 27매가 탑 레코드입니다. 사흘이면 책 한 권 쏟아지는 양이죠. 물론 쓰고 한 달을 쉬었습니다. 한 달 뒤에 싹 다 지웠다는 게 함정.

연재의 경우 1회에 5,000자 이상을 써야 하며 7,000자를 넘기는 경우는 최대한 지양하고 있습니다.

연재분이 많아야 하니까요. 플랫폼에서도 7,000자 이상은 꺼려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한 권 140,000자 기준으로 5,500자에서 6,000자를 한 회 연재분이라고 가정할 경우.

권당 25회 연재분이 나오는군요.

토, 일 연재를 쉰다고 가정하고 매일 연재를 내달리면 한 달에 한 권 정도가 소모됩니다.

여기까지는 AD로시 님께서도 당연히 알고 계시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이 1회 연재 고료가 얼마냐 하는 건데요.

지금부터는 조회수에 비례하여 고료를 지급하는 것이 아닌, 1회당 고료를 지급하는 플랫폼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이걸 밝히라고 하는 건 근로계약서 보여달라고 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근사치만 어떻게 말씀드리고 대충 넘어갑…….

최하 10만원 초중반에 고료가 결정됩니다.

여기서 말씀드리는 고료는 출판사와 소득 분배를 마친 후의 고료입니다.

무슨 말인고 하니, 카카오 페이지나 ** 북스에서 출판사에 고료를 쏘면지급하면, 7:3 내지 6:4 비율로 소득 분배를 한 후에 작가 통장으로 들어오는 돈이라는 얘기입니다.

물론 작가가 7입니다. 5:5 얘기를 하는 출판사는 쌩양아치나쁜 사람들이에요.

그럼 견적이 나오죠? 한 달에 원고지 900매 혹은 140,000자 이상의 책 한 권을 집필하여, 토요일 일요일을 제외한 매일 연재.

1회 연재당 고료를 눈 딱 감고 10만원 책정 후 25를 곱하면?

250만 원 되겠습니다.

3.3%가 세금이니 그거 가져가면 2,417,500원 가량 되겠군요.

그런데 보통 기성작가에게는 조금 더 돌아간다고 보시면 됩니다. 이 부분부터는 공개하기가 좀 껄끄럽군요.

매달 한 권 씩만 써도 최하 연봉 3,000 가량이 들어옵니다. 연재 고료만 가지고 말이지요. 출판 인세는 별도입니다.

그래서 초반에 말씀을 드렸죠? 본업보다 짭짤하다고.

그런데 말입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6. 편집자가 있었다.

한 편 연재에 작가 수익이 10만 원 초반 액수라는 것은 말 그대로, 합리적인 선에서 계약이 된 겁니다.

한 달에 한 권 글 쓰기가 녹록치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못할 것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답게 한 달에 연재 펑크 두어 번 정도 내고, 200만 원 정도 받아갈 상황을 만들어주는 겁니다.

단.

전담 편집자가 있는 작가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물론 전담 편집자, 즉 출판사와 계약을 하지 않고 매체와 곧장 연결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조아라가 대표적이지요.

하지만 조회수에 따라서 고료를 지급하는 매체가 아닌, 회당 고료를 지급하는 매체에서는 전담 편집자가 있는 작가, 즉 출판사와 계약한 작가를 포섭하려 합니다.

당연한 얘기겠지요. 조회수가 안 나와서 수익이 안 나더라도 고료는 나가야 할 테니까요.

기성 작가가 아닌 경우, 여기에서 큰 벽에 막혀버립니다.

물론. 물~~~~~~~론 이 바닥에서 10년 이상 커리어를 쌓고, 네임드 급이 되어서, "내가 아무개요!" 외치면  플랫폼에서 "어서 옵쇼!" 라는 사람이 있기는 합니다.

없지는 않아요. 여자친구 같아서 소문만 있다 뿐이지. 잘 찾아 보면 있습니다. 하지만 어차피 신인과는 상관없는 얘기이니 치워둡시다.

그런데 기획력 있고, 작가들 잘 챙겨주고, 네임 밸류(플랫폼 입장에서) 높은 출판사가 많을까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적지도 않습니다. 묘한 밸런스지요.

제가 처음 북박스에서 출판을 했을 때, 2권 4,000부 보장에 인세 9%였습니다.

북박스, 청어람, 로크 미디어, 파피루스. 흔히 말하던 북청로파 4대 문파는 저 정도 비슷하게 챙겨줬습니다. 그래서 사대 문파였지요.

차마 어느 출판개새끼사라고 말씀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별 더럽고 치사한 일이 많았습니다. 어마어마했어요.

그런데 그 좁다는 게임업계 바닥보다 훨씬 좁은 출판 바닥에서 인원 이동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출판사 대표들도 그렇고요.

종이책이 시들해지니 장르문학 출판사들이 어디로 기어들어왔겠어요?

그렇습니다. e-북이지요.

그리고 선현의 지혜를 따라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개가 똥 못 끊습니다.

그러니 출판사를 잘 고르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신인작가 입장에서는 그게 최종 보스나 마찬가지입니다.





7. 출판사를 잡자. 출판사를 잡자.

사실 출판사에서는 반대의 얘기를 합니다.

작가가 너무 없다고.

당연히 출판업계도 대한민국 경제 시장 내에 있으니 말 나오는 것은 비슷합니다.

출판사에서는 늘 재미있는 글을 뽑아낼 수 있는 작가를 물색하고, 작가는 신들린 에디팅으로 자기 글의 퀄리티를 높여줄 출판사를 찾습니다.

이게 이상적인 얘기지요.

하지만 이미 계약한 작가들 돌리는 것만 해도 어느 정도의 수익이 보장되는 출판사보다, 당장 먹고 살기 급급한 작가가 더 다급한 심정일 겁니다.

이걸 이용해 먹으려는 출판사만 피해도 절반의 성공은 거둔 겁니다.

가끔이지만, 한 번 쓰고 버릴 요량으로 신인 작가와 계약해서 난장물을 쓰는 경우도 있거든요. 우선 돈은 벌리니까요. 그것도 제법. 많이.

그런데 그 신인 작가가 다음 글을 쓰려면?

필명 바꿔야죠. 이미 더럽혀진 이름입니다.

예전 불쏘시개니 화형식이니 했던 양판소 작가들 중에 이런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자기 이름으로 두 질의 책을 출판해야 작가로 인정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더랬습니다.

아무튼, 호구 신인 작가 찾아 눈이 벌건 출판사를 피했다는 가정 하에 괜찮은 출판사를 찾을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없어서가 아니라, 그 출판사가 어마어마하게 바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이 그런 케이스죠.

편집자 더 뽑아서 공장 돌리려니 인건비는 더 나가고, 또 편집자 왕창 뽑았다가 작가들 쑥 빠져나가면 자르기도 애매하고…….

그래서 언제나 편집자들은 아슬아슬한 T.O의 경계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습니다. 이미 확보한 작가들만 가지고도 그렇게 바쁘지요.

따라서. 신인 발굴에 소홀한 경우가 꽤나 많습니다. 투고 형태로 원고를 받기도 합니다만 아무래도 세밀히 검토하기는 어렵지요.

당연히 신인 발굴 방법 중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연재 사이트에서 랭킹 차지하고 있는 작가들한테 쪽지 보내는 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도 꽝이 걸릴 확률은 무척 높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결론임과 동시에 슬픈 결말이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장으로 가시죠.





8. 에라, 이 더러운 세상.

별 얘기는 아닙니다.

신인 작가가 안정적으로 밥 벌어먹고 살 정도가 되려면, 괜찮은 출판사랑 계약을 하는 편이 제일 좋습니다.

예습 복습 열심히 하면 서울대 간다는 말과 비슷하지요? 이러다 돌 맞겠네.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타고난 건 못 이기니, 금수저금펜 잡고 태어난 천재들을 제외하면 두 가지를 해야 합니다.

첫째, 글을 미친듯이 잘 써야 합니다.[민간인 기준임. 작가기준 아님]

둘째, 수도 없이 출판사 문을 두드려야 합니다.

그러려면 출판사를 많이 돌아다녀야 하는데 7장에 기술한 이유로 인해, 그게 막상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제일 쉬운 방법은.

아는 작가-이미 출판을 몇 번 해서 인지도가 좀 있는-를 통해 편집자와 연결되는 겁니다.

아쉽게도 반전이나 희망은 없습니다.

그게 제일 빠른 길이지요.

편집자도 사람인지라, 생면부지의 사람이 쓴 글보다는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작가가 추천한 사람의 글을 우선 검토할 테니까요.

따라서 가장 손쉽게 안정적인 출판작가가 되기 위한 신인 작가의 행동강령을 정리해 봅시다.

하나. 글을 맛깔나게 쓴다.

둘. 아는 동네 작가를 섭외한다. [잘 나가는 작가일수록 좋다.]

셋. 다정한 편집자를 만난다.

넷. 수정사항의 홍수를 버텨낸다.

다섯. 출판한다.

여섯. 통장 잔고를 확인하며 크게 웃는다.

정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공법을 추천합니다.

매번 출판사를 찾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아느냐고 물으시겠지만, 아는 작가에게 부탁을 해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작가들도 자신에게 부탁한 글이 영 탐탁찮으면 함부로 추천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거든요.

그러니 혹여 연재 사이트에서만 승부를 보시겠다 생각하는 신인 작가분들이 있으시다면,

좀 힘드시더라도 발품과 인품을 파셔서 출판사를 찔러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연재 사이트에서 정면으로 부딪히는 것보다, 자기 글을 하나하나 첨삭하는 얄미운 편집자가 작가의 실력을 향상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주위에 아는 작가가 없는 신인 작가분들은 출판사에 들이 미세요.

진심으로 건투를 빕니다.





Appendix. 장르문학. 좀 더 좁혀서 판타지 소설이 개판 오 분 전으로 전진하고 있다.

그 부분에서는 다소 회의감이 있습니다.

순수문학과는 달리, 장르문학-우선 문학이라고 붙여놓겠습니다.-은 소비자 의존형 문학입니다. 엄밀히 따지자면 문학보다 산업에 가깝지요.

즉, 소비자가 관심을 주지 않으면 장르문학은 고사합니다.

순수문학은 김춘수의 꽃이 될 수 있어도, 장르문학은 그러다가 굶어 죽습니다.

따라서 장르문학은 시대 혹은 소비자의 패턴에 맞춰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질적 저하가 가속화되는 장르문학, 소위 말하는 양산형 판무, 현판, 스포츠물, 레이드물 따위가 판을 치는 것은 전부 소비자의 탓이다?

100점 짜리 개소리입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가장 큰 용의자는 출판사입니다. 다음은 작가지요.

출판사는 자극적인 소재를 뽑아야 합니다. 그래야 팔리니까요.

출판사는 시류를 따라가는 걸 좋아합니다. 그래야 판매부수를 판매보장부수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안전하게 장사하겠다는 데 말릴 수는 없습니다. 그런 부분까지 들먹이면 영업 방해나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R&D가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알고, 친하게 지내는 편집자들 중에는 이런 분들이 몇 분 계십니다.

어떤 것이 유행한다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것은 시도된 적 없다를 매일 찾아보는 편집자들이 있습니다. 꽤 많습니다.

그리고 사장 혹은 높은 사람한테 욕을 먹습니다.

그게 누적되면 편집자들은 물들어갑니다. 색깔이 비슷해져요.

안타까운 노릇이죠.

경영인은 본능적으로 안전한 것을 찾으려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시도를 갈구하지요.

그리고 매번 새로운 선을 넘지 못하고 뒤로 물러납니다.

모든 사장님이나 높은 양반들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물론 사장님들 심정이야 백번 이해가 가요.

그러나 그 상황이 양판소가 쏟아지기 시작하던 2000년 중반부터 지금까지 이어진 건 심각한 문제라는 거죠.

오히려 라이트노벨로 접근했던 회사들이 성공했습니다.

초중기 시드 노벨이 그랬지요. 물론 라이트 노벨은 취향이 많은 걸 판가름하니 딱히 언급은 더 하지 않겠습니다.

다음 용의자는 작가입니다.

재미있게도 작가 역시 출판사와 비슷한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유명해지고 싶은 것이지요.

유명해지면 똥을 싸도 돈이 들어옵니다. 여러 번 싸면 곤란하겠지만.

독자들은 말초적인 것에 우선 끌립니다. 본능이죠. 그것은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런 독자의 반응에 작가가 중독되는 것도 정상입니다. 잘못된 건 아니죠.

다만 그런 말초적인 것에 대한 독자의 반응 안에 작가가 갇혀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조정래 님의 황홀한 글감옥처럼 문학순수주의에 접근하라는 말은 아닙니다만,

"적어도 자기 이름 달고 글을 쓰면 남 부끄럽지는 않게 쓰는 게 옳지 않겠느냐."가 기본 소양으로 깔려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조심스러운 것이, 작가의 창의력을 건드릴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그렇다!"고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누구나 자기 글의 모토는 있으니까요.

하지만 감히 말씀드리건대, 작가라면 "자기 자식에게 자기 글을 자랑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생각합니다.

뭐, 아닌 경우도 있겠지요. [시무룩]

그렇다면 전반적인 판타지문학의 질적 하향세를 타개할 방법은 있을 것인가.

우선 어느 정도 수준 이상의 작가들은 제외하겠습니다. 잘 버티고 있는 작가들에게 뭐라고 할 순 없으니까요.

제가 감히 해답을 드릴 수는 없겠습니다만, 제 판단 하에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실리콘 밸리입니다.

뜬금없죠? 실리콘 밸리.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실리콘 밸리는 윤리적인 하자가 있는 벤처기업만 아니라면, 성공할 때까지 벤처기업을 지원합니다.

아주 지독하게. 컨설팅 옆에 붙여서. 낮이고 밤이고, 몇 번을 실패해도, 그 벤처회사가 상장해서 주식 대박 터트릴 때까지 지원합니다.

개판으로 글을 쓴 작가에게 다음 글을 출판해도 괜찮다고 말해줄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이런 풍토를 위해 가장 골머리를 썩혀야 할 집단은 또 다시 출판사작가입니다.

소비자 분들은 그늘에서 굿 감상하시고 떡 잡수시면 됩니다.

조금만 더 자세히 설명을 드리죠.

처음부터 이영도 님처럼 글을 잘 쓸 수는 없습니다. 그런 뉴타입을 바랄 출판사는 없습니다.

그러면 우선 출판사는 장기적으로 작가를 육성해야 합니다.

불쌍한 신인 작가를 돕겠다는 마인드가 아니라, 캐시 카우를 종신계약시키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하는 편이 좋겠지요.

작가에게 투자해서 출판사가 원하는 제품을 뽑아내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작가는 최소한의 직접 정신으로 장르판에 뛰어들면 됩니다.

못 버티고 나가는 거야 어쩔 수 없겠지요. 자동적으로 체에 걸러질 겁니다.

출판사가 이런 식으로 작가 한 명 키우는데 얼마의 돈이 들어갈까요?

일 년에 1,800만 원 정도면 됩니다.

꼬박꼬박 작가 통장으로 월급 주고 퀄리티 될 때까지 함께 만들어내는 방식이지요.

굳이 표현하자면 월급작가 정도가 되려나요?

현실성이 떨어질까요? [웃음]

순수문학 작가 중에 문하생을 두는 분들이 계십니다. 같은 계통과 문파를 유지하려는 목적으로 차세대 문학가들을 육성하는 것이죠.

방식이 같습니다.

즉, 출판사가 질적 양적으로 상품성과 문학성이 구비되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신인 작가를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졌으면 한다는 것입니다.

신인 작가에게 최소한의 생활자금을 제공하면서 말이죠.

몽상이려나요. [웃음]





어처구니없는 상상일 수도 있고, 현실과는 동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작가이고 작가는 자신의 이상을 바라봐야 하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이런 장르문학을 꿈꿉니다.











넋두리 1. 마감인데 난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넋두리 2. 우리 존재작가 화이팅
넋두리 3. 독자님들 사랑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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