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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토피아
게시물ID : panic_191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DJ-아카사카
추천 : 4
조회수 : 15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08/07/08 09:12:49
세계에서 알아준다는 두뇌들도 따지고 보면 고만고만이다. 1776년 아담 스미스는 <국부론>을 발간하면서 '보이지 않는 손'을 제창하였다. 모든 시장 경제는 최소한의 관리만 된다면 저절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발전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사상은 오래 가지 못해 독과점, 사회 복지 문제 등으로 인해 실패하고 말았다. 물론, 이 사상은 시장경제에만 주력된 것이 아니라 정치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 다음으로 등장한 시대적 이데올로기는 마르크스의 사회주의 체제였다. 1848년. 그는 공산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그 역시 평등과 자유를 주장하는 것이 역효과로 되어 버린 셈이었다. 자유는 구속과 속박으로, 평등은 능률성 상실로 전락하고 만것이다. 그리하여 소련을 비롯한 여러 공산국가는 망하고 유일하게 끝까지 버틴것은 '북한'이었지만 그들 역시 오래 가지 못해 남한에 귀속되었다.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이후 시대를 장악하고 있던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였다. 그러나 역시 자본주의에도 문제는 있었다. 앞서 말했듯이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처럼 소극적 국가는 복지차원의 한계가 있었다. 이에 각 국가 정부는 수정자본주의를 시행하게 된다. 그리고 그 수정자본주의는 여러 국가에서 호의적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역시 아무도 모른다.. 앞으로는 또 어떻게 변화할지... 


.....................................< 이지훈의 저서, 제 3의 눈 중에서 > 






유토피아를 건설하려는 인류의 어리석은 노력은 끊임이 없었다. 
수정 자본주의는 전 세계적으로 받아들여 졌으며 서기 2200년. 세계는 통일 되었다. 세계 정부는 각 나라 하나하나 다스리기도 힘겨웠으며 때문에 각 도시나 그 주를 다스린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로 인해 수정 자본주의에서 강조하는 지방자치제도는 더욱 확산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문제였다. 지방자치제는 다시 각 나라와 나라사이의 분열을 낳았으며 결국은 세계정부의 존재성이 무의미해질 때쯤 세계 5차 대전이 일어났다. 거대한 규모의 전쟁은 누구의 승리라 할것도 없었다. 하나로 뭉친 지구는 다시 한 번 여러갈래의 조각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러나 이번엔 과거와 같은 국가가 형성되는 경우는 전 지구상에 단 한군데도 없었다. 지방자치의 강화로 인해 각 도시 마다 막강한 힘을 소유하고 있었고 그 어떤 도시도 타 도시에 귀속 당할 만큼 약한 도시는 없었다. 
한편, 과학의 발달은 놀라운 성과를 이룩하여 동화에나 나올법한 마법의 힘을 과학으로 증명하게 되었다. 때문에 마법 중.고.대학교까지 설립되었으며 각 도시는 마법사들의 지배하에 들어가게 된다. 
각 도시가 마법사의 지배하에 다스려진다는 것은 곧 세계는 마법사들의 세상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러한 정치 마법사들을 정법사라고 불렀다. 
마법의 위력은 실로 대단한 것이라 마음만 먹으면 엘리트 정법사 스무명이 지구도 가볍게 날릴수 있는 힘이었다. 그렇기에 지구 상의 수만개의 도시에서 마법사들이 모여 회의를 가지게 된다. 
결론은 간단했다. 서로 타 도시 영역에 침범만 하지 않으면 어떠한 전쟁도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 그 대신 침범했을 경우 그 침범 도시를 제외한 모든 도시들이 연합으로 침범도시를 무차별 공격하는 것이다. 이에 모든 의견이 일치 되었고 곧 세계 정법사들은 자신들의 도시로 돌아가 강한 결계를 걸어두었다. 쥐새끼 한마리도 도시를 빠져 나가지 못할 만큼 빈틈없고 핵폭탄 수백개를 터트려도 깨어지지 않을 만큼의 강한 결계였다. 그러니 각 도시와의 교류는 일체 단절 되었고 서로가 침범할 수도 없거니와 그 도시를 이탈할 수도 없었다. 모든 도시가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기에 어느 하나 굶는 사람이 없었고 규율만 어기지 않는다면 모두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 지배자의 저서, 제 3의 눈 중에서 > 









서기 2300년. 

나는 보기만 해도 따분하고 잠오게 생긴 두터운 교과서를 덮어두고 책상에 엎드렸다. 이런 역사 이론은 왜 굳이 배워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하긴 지금 이렇게 살기 좋은 유토피아 제국이 있다는 건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야 할지도 모른다. 그걸 알아야 지금의 시대가 얼마나 행복한 시기인지 깨달을 테니. 

"이 녀석. 자습시간에 잠이나 자는거냐!" 

때마침 귓전을 때리는 굵직한 호통소리에 난 잔뜩 긴장한 체 뒤를 돌아보았다. 

"아... 잠시 몸이 안좋아...." 

"하하. 오냐. 그래." 

제길. 경수였다. 경수는 나와 가장 절친한 친구 녀석이다. 엘리트 마법 대학에 오기 전부터 같은 소속기관인 엘리트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녀석은 이론 법사쪽으로 재능이 있었고 나는 실학 법사쪽이었다. 이론법사는 주로 사상, 철학 등을 연구했으니 생각이 깊은 녀석들이 많았고 실학 법사쪽은 실제 마법의 힘이나 재능을 요구하므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마법사 체질이 많았다. 

"그렇게 할일이 없냐? 시비나 걸고.." 

내가 짜증 섞인 말투로 빈정거리자 경수는 빙긋이 웃으며 내 어깨를 잡았다. 

"야, 따분한데 나가자." 

"에휴. 그래. 안그래도 따분의 극치를 달리고 있던 중이었다." 

마법대학은 일반 대학보다 엄격했기에 자습시간에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일탈행위였다. 하지만 경수와 난 종종 그래왔었기에 이젠 어느정도 간이 배 밖에 나온것이다. 훗. 
강의실을 빠져나와 너른 운동장 한쪽에 위치한 스텐드로 걸어갔다. 마법의 힘으로 키워낸 멋진 매직트리(마법나무)가 있는 구석진 자리에 우리는 앉아서 아까 나오면서 뽑아온 음료수를 마셨다. 

"유수야. 너 궁금하지 않냐?" 

"뭐가?" 

"어제 내가 그랬잖아.." 

"아휴. 또 그 소리냐?" 

"난 진짜 궁금 하단 말이야. 이 도시 밖의 다른 도시는 어떨지." 

경수는 이론 법사 중에서 전교 톱의 성적을 자랑하는 실력이었다. 아니 실력이라기 보단 그의 사상 자체가 뭔가 다른 철학적인 요소가 있었다. 그런데 이 녀석이 일주일 전부터 이상한 소리를 해대는 것이다. 그것도 도시 정법사들이 정한 규율을 크게 어기는... 

"난 꼭 이 도시를 벗어나 보고 싶어." 

"나참. 왜 그러냐? 물론, 이 도시가 작다고는 하지만 잘 먹고 잘 살면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유토피아 시대에 살면서 왜 그런 위험한 생각을 사서 하냐?" 

"유토피아...." 

"그래 임마. 이런 시대를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희생했냐? 지금은 봐. 전쟁도 없고, 거지라는 것도 없고, 세금갈취, 인격차별 이런거 하나도 없잖아. 넌 역사 공부좀 해야겠어. 이런 시대가 만들어지기가 얼마나 힘겨웠는지 알아야 해 너도." 

나는 나름데로 열심히 설명하면서 오른손 끝으로는 에메랄드 빛을 내는 기운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이것봐. 지금의 과학은 이렇게 마법으로 뭐든지 할수 있어." 

그러나 나의 설득아닌 설득은 거의 효과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경수는 더욱 눈빛을 빛내며 나에게 말을 걸었다. 

"유수야! 너라면 할 수 있어. 나의 획기적인 생각과 너의 실용적인 마법의 힘이라면 이 도시를 벗어 날 수 있단말야!" 

"꿈깨. 걸리면 징역1년이야." 

내 말이 떨어지자 경수는 뭐가 그렇게 웃긴지 혼자 쿡쿡거리며 웃음을 터뜨렸다. 

"후, 후훗. 후후후, 하하하하. 징역 1년? 1년이라고? 훗. 가당치도 않지. 적어도 사형이야. 최하 적어도 사형. 기분나쁘면 영혼의 소멸까지 가능하겠지." 

"사..형? 그런가? 그건 좀 심하다.." 

난 중얼거리면서 오른손으로 만들어냈던 하트모양의 기운을 없앴다. 경수는 그런 나를 다시 한 번 더 돌아보며 말했다. 

"유수야. 난 가끔씩 내가 있는 곳이 지구가 아니란 생각이 들어." 

"나 참.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내가 다시 묻자 경수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아무것도 그만 들어가자. 너무 오래 나와 있었다. 

"아, 그래." 

이 녀석 오늘따라 더 심한것 같다.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은지. 이래서 어쩔 때보면 이론 법사들이 답답할 때가 많다. 
나는 경수와 헤어지고 나서 바로 기숙사로 들어갔다. 이미 자습시간이 지나버려서 강의실로 갈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다음날, 

"유수야! 너 그소식 들었어?" 

"뭐?" 

"뭐야, 너 아무것도 모르는거야?" 

아침부터 인태가 호들갑을 떨었다. 어찌나 흥분을 했는지 인태녀석 등에서 푸른 마법기운이 주체가 안되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뭔데 그래?" 

"너.... 아냐. 아냐. 아무것도." 

인태는 내가 전혀 짐작을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놀람의 표정이 이번엔 아주 어두워진체 말을 얼버무렸다. 그냥 넘어가기엔 찝찝했던지라 인태녀석을 불러세웠다. 

"야 임마. 사람 궁금하게 왜 말을 하다 말어. 뭔데?" 

"......." 

인태는 천천히 고개를 푹 숙인체 뒤로 돌았다. 나에게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미안하다는 듯이. 난 그 순간의 시간도 상당히 길게 느껴지고 있었다. 

"경수가.. 어제 죽었어.." 

"뭐... 뭐...? 무슨.... 뭐라는 거야..?" 

"경수가 죽었다고...." 

"너 지금 무슨 미친소리 하는거야? 경수가 왜죽어.." 

"어제 경수가 탈출 하려다가 잡혀서 사형당했어. 영혼까지 깔끔히 소멸된 것 같아." 

"농담하지마. 기숙사 탈출한다고 영혼을 소멸시켜. 웃기..." 

"도시야. 도시." 

"도시...탈출..." 

난 눈앞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털썩 주저 앉았다. 뒤이어지는 인태의 말소리는 더이상 귀에 들리지 않았다. 
뭐, 뭐야. 이게 뭐야. 왜. 왜 경수가... 뭐야!! 
나는 나도 모르게 무의식중 손끝으로 구슬을 맺어서 터뜨렸다. 덕분에 강의실 근처의 책걸상은 모두 널부러져 버렸고 부서졌다. 그리고 순식간에 기를 폭발한 나는 의식을 점차 잃어갔다. 







"헉! 경수야!" 

상체를 벌떡 일으키고 주위를 둘러봤다. 아무도 없다. 눈에 익은 이곳은 틀림없이 양호실이었다. 살짝 덮고 있던 담요를 걷고 난 조심스레 양호실을 빠져 나갔다. 
경수. 도대체 뭐때문에 이곳을 그렇게 벗어나려 했을까? 언젠가 들은적이 있다. 도시에 쳐진 결계를 벗어나려면 일단 정신체제가 먼저 완벽히 통일되어야 하고 우주로 텔레포토 할 수 있을 정도의 어마한 마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난 알고 있었다. 나의 마력이 그 정도로 세다는 것을. 경수도 알기에 이 도시를 나와 함께 그토록 벗어나고자 한 것이었다. 도대체 뭐가 있길래. 밖의 도시는 뭔가 다른 체제가 있을까? 그래. 우리가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동안 이미 밖에 존재했던 몇개의 도시가 망했을지도 모를일이지. 그러고 보니 도시 밖이 궁금해진다. 안돼. 이러면 안되는데. 궁금하다. 그리고 경수의 죽음도 궁금하다. 도대체 왜. 왜 영혼의 소멸까지 당해가면서. 왜! 
더 이상의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다른 도시로 가 보자. 갑자기 이곳이 좁아 터진 느낌이다. 다른 도시..다른 도시... 
정신집중을 하고 텔레포토의 마력에 최대한 쏟아 붓는다. 내 주위는 밝은 빛에 휩쌓인것 처럼 눈이 부셨다. 그리고 곧 주위가 어두워졌다. 눈을 천천히 떴다. 

'이동...한건가?' 

'이. 이건 뭐야.'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광할한 우주가 펼쳐져있고 그 한쪽에 처참하게 검은 빛으로 타오르는 지구의 모습이었다. 








서기 2100년. 세계는 3차 대전을 일으켰다. 유토피아 제국을 창조한다는 우습지도 않은 명분 아래서 지구인들은 서로를 짓밟아 죽여갔다. 그들에겐 그 모든것이 유토피아 건설을 위해서였다. 그렇게 그들은 스스로 괘멸상태에 이르렀고 정확히 2101년 2월 10일. 지구는 처참하게 부서졌다. 그중에 생존자들이 지구의 위성인 달로 극적으로 이동했고 터를 잡기 시작했다. 그걸 알게 된 우리는 마법의 힘으로 그들을 지배하기 시작했으며 이미 왜곡된 역사를 쇠뇌 교육 시키면서 그들의 한계를 시험해나가고 있다. 


......................................< 지배자의 저서, '진리' 중에서 > 




- THE E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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