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토익스터디에서 만난 여동생이 수줍게 고백을 해왔다. 자기 오유하는 여자인데 괜찮냐며 뭔 소리인지 몰라서 벙쪄있다가 오유? 그거 장 좋아지는 요구르트 이름 아니냐고 물었다. 그제서야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아뇨, 아무것도 아니예요"했다. 오유란게, 난 그저 소맥같은 건가보다 했을 뿐.
얘가 좀 독특하긴 했다. 얌전한 인상 만큼이나 수줍은 말투로 할 말은 다한다. 둘이서 처음 가진 술자리에서 안주랑 술이 나오자마자 능숙적절하게 소맥을 말길래 너 술 좀 마시는구나, 했더니 "음, 소주는 너무 쓰고 맥주만 먹으면 너무 배부르니까요..."하며 부끄러워하던 표정이 내 대두를 강타했다. 그러면서 저 혼자 홀짝홀짝 소주 한 병과 맥주 두병을 깔끔하게 바닥내고는 "오빠 술 좀 드시네요?"하며 눈을 땡그랗게 뜨고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난 그냥 ㅈㅈ를 쳐버릴 수 밖에. 아, 그녀와 당장 한 잔의 웰메이드 소맥이 되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사소하고 귀여운 사실들을 조금씩 알아가면서, 그녀가 보내온 시간들을 공유하고 조금씩 함께 있는 시간을 추가하면서 나는 정말 행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예전 그녀의 고백을 떠올랐다. 맞아, 그녀는 '오유'를 한댔지. 나는 네이버에 오유를 쳐버렸고, 오유가 어떤 곳인지 알아버렸다. 폭풍처럼 날밤을 까며 지나간 베오베를 모조리 훑었다. 오랜만이었다. 며칠간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F5를 쉼없이 눌러대며 라면으로 삼시 세끼를 먹었다.
그리고나서 그녀에게 카톡을 날렸다. "데헷ㅇㅅㅇ나 이제 완전 오유인 됐음ㅋ" 그랬더니 그년는 한참 말이 답이 없었다. 결국 한 마디, "오빠, 그건 아니야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나 오빠가 오유 안해서 좋았어ㅋㅋㅋㅋㅋㅋㅋ"
뭐...뭐지, 이여자 왜 넌 하는데 난 하면 안되냐구! 물론 그녀에게 오유 닉을 물어본 적은 없었다. 내가 궁금해하자, 알면...다친다며 하이힐을 벗어들었다. 과연 그녀가 무슨 얘길 했을까가 정말 궁금하다. 아마 이 글을 보면 덧글 한개쯤은 남겨주겠지.
마지막으로 한 마디 남기고 싶다. 니가 예전에 "아싸,우영이 찌찌파티"같은 덧글을 남겼어도 오빠는 괜찮아, 다 이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