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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ID : readers_192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연필두자루
추천 : 2
조회수 : 33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4/13 00:33:16
의자에 앉는다
노트북을 연다
전원이 켜진다
핸드폰을 본다
또 우울해진다
핸드폰을 끈다
모니터를 본다
글을 써야겠다
메모장을 연다
글이 안써진다
인터넷을 본다

문득

내가 한심하다
다시 글을쓴다
물론 안써진다
핸드폰을 본다
사뭇 우울하다
글을 써야한다
그래야만 한다

그래

뭐라도 해야돼
머리를 쥐어짜
입술을 씹어서
돌처럼 굴러서
머리를 때려서
뭐라도 써야해
그렇게 해야지
그렇게 해야만
나를 유지하고
나를 구성하고
나를 나로하고
나를 정의한다

왜냐면

열등한 자존감
열등한 우울함
열등한 사교성
열등한 감정관
열등한 의지력
솔직하지 못함
겸손하지 못함
행복하지 못함
사랑받지 못함
노력하지 않음
인내심도 없고
천재도 아니고
영재도 아니고
수재도 아니고
인재도 못되는
나는 둔재라서
그렇기 때문에
느껴야만 하는
미칠것만 같은

열등감,

이 열등감들은
기준에 갇혀서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의 우월
우리들의 꿈들
우리들의 희망
우리들의 자랑
우리들의 호흡
조금의 일탈은
우리들의 쾌락
우리들의 휴식
우리들의 회복
우리들의 사랑
우리들의 웃음
그러나 일탈은
극미량도 불허
그렇기 때문에
이 열등감들은
벗어날 수 없는
우리들의 우월

너희들이 만든
그러나 우리가,
우리들이 만든
나를 정의하는
혐오스런 기준

그렇기 때문에
벗어날 수 없는
탈피할 수 없는
회피할 수 없는
거부할 수 없는
혐오스런 감옥

틀,
형식,
가치관,
기준선들,
판단기준들,

나를 정의하기 위해
나를 완성하기 위해
나를 사랑하기 위해
나를 표현하기 위해
그러나 결국,
나를 억압하기 위해
뭘 바라고 만든건지 알 수 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고, 거치적 거리며, 
열등감의 원천이며, 어느새 내 온몸을 잠식하고, 갉아먹고, 벗어 날 수 없도록 아주 가둬버리는,
결국 이 병신같은 기준선들은, 내가 만들어낸 허상이며 아무것도 아니라는걸 알게되었을때 마저도, 어느새 선을 벗어나가길 두려워 하고있는 나를 발견하게 만드는


그러니까 글을 써야한다
이 열등감은 결국 나의 멍청한 착각이라는
결론을 잊지 않기 위해서, 
물론 또다시 나를 억압하겠지만,
이 사실을 잊어버리겠지만
지워버리겠지만
잊어 가겠지만
글을 써야한다
글을 쓰고나서
핸드폰을 본다
또 우울해진다
모니터를 본다
글을 써야겠다

나는
글을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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