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오기만 기다렸겠죠. 딱 걸렸습니다!" 자신의 흔적을 지운 채 3년간 숨어다니던 고액벌금 미납자가 검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시효를 8시간 남기고 붙잡혔다. 수사관들의 영화 같은 검거작전에 눈앞까지 다가왔던 '자유의 꿈'이 날아가 버린 것이다. 2005년 2월 26일 조세범처벌법 위반으로 부산지법에서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은 이모(42) 씨는 이때부터 주도면밀한 도피를 시작했다. 벌금형 시효인 3년만 견디자는 꿍꿍이였다. 주민등록 말소자인 이 씨는 가족들과 연락도 끊었다. 휴대전화 자동차 건강보험 등 어느 것도 본인 명의로 가입하지 않았다. 검찰도 소재를 파악할 수 없는 상황. 하지만 시효가 열흘가량 남은 지난 13일, 검찰은 "'현대인의 필수품'인데 휴대전화는 갖고 있겠지"라는 추측을 했다. 가족 명의 휴대전화를 모두 조사한 검찰은 이 씨 어머니 명의로 두 대의 전화가 가입된 사실을 알아냈다. 검찰은 즉시 잘못 건 전화인 척 통화했고, 한 개 전화의 수신자가 남자임을 확인했다. 다음날 검찰은 해당 전화의 최근 2개월간 통화내역을 조회했다. 또 이 씨가 배달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할 것으로 보고, 통화내역 중 음식점 번호를 추려냈다. 검찰은 18일에야 이 씨가 전화한 음식점이 부산 중구 남포동 A중국집과 B국밥집임을 파악했지만, 배달지역이 넓고 배달장부도 없어 주거지를 찾는 데 실패했다. 낙담하던 검찰은 20일 이 씨가 두 달 전 인터넷 N사이트에 접속한 것을 발견하고 IP를 추적했다. 드디어 시효 만료일인 25일 해당 IP 설치 장소가 남포동의 한 건물임이 드러났다. 검찰은 이곳이 이 씨와 통화가 잦은 고모(43) 씨의 주소지와 일치해 희망을 가졌다. 수사관들은 이날 오후 1시30분께 총선 선거인명부 작성차 선관위에서 왔다고 속이고 고 씨 집을 찾았다. 그러나 집에는 낯선 40대 남자 한 명만 있었고, 그는 "이 씨가 손목을 다쳐 입원했는데 어느 병원인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또 다시 부닥친 난관. 수사관들은 별 수 없이 인근 병원을 이 잡듯이 뒤졌고, 결국 오후 4시께 M병원에서 이 씨를 보기 좋게 검거했다. 불과 8시간 뒤면 거리를 활보할 수도 있었던 이 씨가 600일(벌금 5만 원당 1일)을 노역장에서 살게 된 순간이었다. 부산지검 이상섭 수사관은 "로또에 당첨되면 이런 기분일 것 같다"며 쾌재를 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