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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칼라: 성경 속의 정치관
게시물ID : religion_192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2
조회수 : 61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10 23: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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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성경 속의 정치관 -A


2011. 01. 27. 목요일

블루칼라 (딴지일보)

 http://www.ddanzi.com/news/55389.html

 

  

Q 자신이 살기 위해 국가와 민족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것이 정의일까?

 

많은 기독교인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야훼의 뜻대로 움직인다고 믿지. 그러나 내가 볼 때 야훼는 인간의 현실 세계에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야훼가 불의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진 않지만, 적어도 불의를 모른 척한단 말이야. 그건 성경의 전체 역사를 통해 드러난 신의 성품이야. 구약부터 신약을 관통해 현재에 이르기까지 신은 인간 세상에 관심이 없었다고.


성경에서 야훼가 관심을 보이는 건 자신이 사랑 받는 것뿐, 권력을 쥔 자들의 악행은 관심사가 아니었어. 이런 나의 주장은 성경의 정치관을 통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야. 인간이 지지고 볶고 전쟁을 하고 양민을 학살하고 백성을 무자비하게 착취해도 야훼는 자기만 사랑해주면 만사 오케이라는 거지. 기독교인은 내 말에 동감하지 않겠지만 누구 말이 맞는지 성경 공부를 해보자고.


유대인은 지금까지 수천 년 동안 자기 민족성을 지키고 있지만, 그들이 통일된 왕국을 유지한 건 고작 100여 년이야. 이스라엘은 기원전 1052년부터 932년까지 120년 동안 통일 왕국을 이뤘지만, 이후 남북으로 분열되고 말아. 북왕국 이스라엘은 앗수르에 멸망하고, 남왕국 유다는 바벨론의 침략을 받아 패망하지. 나라를 잃은 유대인은 수천 년간 세계를 떠돌며 난민이나 식민지 백성으로 살아. 그러니까 성경에서 현실 사회의 정치를 논하려면 120년 동안 지속된 통일 왕국 시대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

 

통일 이스라엘 왕국을 통치한 왕은 사울과 다윗, 솔로몬이야. 그 전까지 이스라엘은 제정일치, 그러니까 야훼를 섬기는 제사장이 통치자 노릇까지 하는 부족국가였어. 제정일치 시대의 마지막 제사장이 사무엘이란 인물인데, 그는 하나님의 사랑을 받았지만 아쉽게도 자식 농사는 실패한 아비였어.

 

사무엘이 늙어서 직분을 다 소화하지 못하자 그는 아들들을 사사(士師 : 제정일치의 통치자)로 세웠는데, 문제는 이 녀석들이 인간말짜야. 아비와 달리 돈을 밝히고, 뇌물을 받아가며 재판하는 등 사무엘과 신의 얼굴에 먹칠을 했지. 「사무엘상」 8장에는 그 꼴을 보다 못한 이스라엘의 장로들이 사무엘을 찾아가서 한 말이 나와.


 

5 …보십시오. 이제 당신은 늙으셨고 당신의 아들들은 당신의 행위를 본받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나라들과 같이 우리에게도 왕을 세워 우리를 다스리게 하십시오.

 

6 사무엘은 왕을 세워 달라는 그들의 요구를 기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에 여호와께 기도하여 물어 보았다.

 

7 그러자 여호와께서 그에게 이렇게 대답하셨다. 백성들이 너에게 한 말을 다 들어주어라. 그들은 너를 버린 것이 아니라 나를 버려 더 이상 내가 그들의 왕이 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이 장면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야훼의 분노가 누구를 향하고 있느냐는 거야. 누군가를 알아갈 때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그 사람이 무엇에 분노하는지 살펴보는 거야. 야훼는 죄를 지은 사무엘의 아들들이 아니라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는 백성에게 분노하고 있어. 이건 신의 성품을 파악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지.

 

기독교인의 관점에 따르면 하나님은 공의로운 분이니까 타락한 사무엘의 자식들을 죽여서 정의를 바로잡으면 되잖아? 실제로 성경에서 그런 학살을 수시로 행한 분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데 야훼는 사무엘의 자식들, 그러니까 권력자들이 저지르는 악행엔 눈감았어. 신에게는 제사장의 타락보다 자신이 세운 제사장을 비판하는 백성의 민심이 고까웠다는 거야.

 

결국 허락이라기보다는 ‘어디 그럼 너희 맘대로 해봐라’는 야훼의 심통 덕분에 뽑힌 이스라엘의 첫 왕이 사울이야. 인간의 관점에서 보면 사울은 썩 괜찮은 왕이었어. 허우대가 멀쩡하고 전쟁에서도 연전연승했으며, 백성한테 인기도 높았거든. 그런 사울 왕이 신에게 버림 받은 이유가 뭔지 알아?


사울이 통치하던 시기에 이스라엘은 아말렉이란 민족과 전쟁 중이었는데, 야훼는 사울에게 아말렉 민족을 어른 아이 가릴 것 없이 가축까지 학살하라는 명령을 내렸어. 사울은 전쟁에서 승리한 뒤 아말렉 백성을 학살하긴 했지만, 어린 양과 송아지 등은 죽이지 않고 전리품으로 빼돌렸지.

 

내가 성경을 해석하는 방법을 비판하던 사람들이 자주 한 말이 “성경은 그 시대 역사와 가치관을 염두에 두고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었어.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역사를 통틀어 전리품 획득은 병사들이 전쟁에 참가하는 큰 이유 중 하나야. 『삼국지』만 읽어봐도 전쟁에서 이긴 뒤 전리품 챙길 기회를 주지 않으면 병사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장군들은 통솔력을 잃어. 사울과 부하들이 신의 명령을 어기고 전리품을 챙긴 것도 그 때문이지.

 

사랑의 하나님이 사울에게 발끈한 이유는 딱 하나야. 자신을 신으로 떠받들지 않는 아말렉 족속은 갓난아기부터 그들이 키우던 가축까지 쓸어버려야 속이 풀리겠는데, 사울이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


내가 ‘성경 속의 죄’란 개념에 대해 설명할 때도 말했지만, 기독교인에게 선은 법을 잘 지키고 선행을 베푸는 게 아니야. 일반적으로 다른 민족을 학살하는 건 잔인하고 사악한 짓이지만, 기독교인에겐 그것이 신의 명령이라면 그 명령에 순종해 사람들을 학살하는 것이 선이지. 그래서 성경에 등장하는 신실한 사람들은 대부분 못된 짓을 일삼지만, 회개 한 번으로 야훼의 용서를 받고 의로운 사람으로 인정받아. 반대로 법 없이 살 것 같은 착한 사람이라도 신의 명령을 어기면 죄인이고, 영원히 지옥에서 고통 받아야 하는 거야. 「사무엘상」 15장에서 보듯이 사울은 신의 명령을 어긴 죄로 야훼의 눈 밖에 나지.

 

11 내가 사울을 왕으로 세운 것을 후회하노니 그가 돌이켜서 나를 따르지 아니하며 내 명령을 행하지 아니하였음이니라

 


시공을 초월한 전지전능한 신께서 사울을 왕으로 세운 걸 후회한다는 건 사울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으리란 걸 몰랐다는 얘기지. 이런 모순된 신의 한계에 대한 비판은 여러 번 얘기했으니 넘어가자. 야훼가 현실 세계 속 인간의 삶에 관심이 없다는 게 중요해. 신은 인간들이 자기 말을 듣는지 안 듣는지, 자기를 사랑하는지 미워하는지에 관심을 쏟을 뿐이지.


결국 야훼는 자신에게 밉보인 사울 대신 2번 타자 다윗을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려 했어. 아직 권좌에 있던 사울은 다윗을 죽이려고 안간힘을 쏟았지. 다윗은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도망 다니다가, 어느 날 아비새라는 부하와 단둘이 사울의 진지 안으로 잠입해 그가 잠든 머리맡까지 침투했어. 이 장면을 「사무엘상」 26장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했지.

 

8 아비새가 다윗에게 말했습니다. “오늘 하나님께서 당신의 원수를 물리쳐 이기게 해 주셨습니다. 내가 이 창으로 사울을 땅에 꽂아 버리고 말겠습니다. 두 번 찌를 것도 없이 단번에 해치우겠습니다.”

 

9 다윗이 아비새에게 말했습니다. “사울을 죽이지 마시오. 여호와께서 기름 부으신 사람을 해치고도 죄를 면제받을 사람은 없소.”

 

성경에서 ‘기름 부음(anointment)’이란 선지자나 제사장, 왕에게 행해지는 의식으로 신의 선택을 받은 자라는 증표야. 그러니까 다윗은 야훼가 세운 왕인 사울을 감히(?) 자기 손으로 해칠 수 없다고 말하는 거지. 다윗은 자기를 죽이려는 사울의 머리맡까지 잠입하고서도 그를 죽이지 않아. 다만 자신이 삼엄한 군사를 뚫고 사울의 머리맡까지 왔다 갔다는 경고의 의미로 사울의 창과 물병을 갖고 진지를 나오지.


이 장면은 목사들이 조직의 리더나 통치자에 대한 충성을 얘기할 때 자주 써먹는 성경 구절이야. 왕은 하나님이 세운 존재니까 함부로 비판하거나 거역하면 안 된다고 교인들에게 세뇌하듯 가르치거든. 실제로 신약에도 이런 구절이 있어. 「로마서 13장을 보자고.

 

1 누구든지 정부 당국에 복종해야 합니다. 모든 권력이 다 하나님에게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2 그러므로 그 권력을 거역하면 하나님이 세우신 권력을 거역하는 것이 되고 그런 사람은 심판을 받게 됩니다.

 

사도바울이 가르친 이 내용을 보면 기독교가 기득권층을 위한 종교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어. 불의한 권력에 항거하는 게 올바른 성경 해석이라고 아는 기독교인이 많지만, 성경에선 그 반대로 통치자의 권력에 거역하면 하나님을 거역하는 것이고 심판을 받을 거라고 협박한단 말이지.

 

이런 가르침을 신의 이름으로 성경에 기록한 사도바울은 유대인이지만 로마의 시민권이 있는 사람이었어. 당시에도 로마의 압제에서 벗어나려고 독립운동을 하는 유대인이 있었는데, 사도바울은 우리나라 역사로 따지면 친일파나 다름없는 사람이지.


사도바울이 친일파와 같은 인물이라고 표현한 내 주장에 발끈할 기독교인도 있겠지만 이건 엄연한 사실이야. 사도바울이 기독교에 거대한 족적을 남긴 건 분명하지만, 그는 이스라엘의 독립엔 관심이 없고 오히려 침략자 로마의 힘을 이용해 기독교를 전파하는 데 애쓴 인물이야. 바울이 나라를 팔아먹진 않았지만 정복자 로마에 호의적이었던 건 분명하다고.

 

그런 바울이 현실 사회의 권력에 복종하라고 말하는 거야. 모든 권력은 하나님에게서 나온 것이니까 로마 황제에게도 복종하는 게 당연하고, 행여나 로마 황제에게 거역이라도 하면 그건 하나님을 거역하는 거라고 가르치지. 뭔가 욱하고 치밀어 오르지 않아? 일제강점기에 사회 지도층 인사가 나서서 일본 천황에게 복종하는 게 신의 섭리라고 가르쳤다면 역사는 그 사람을 뭐라고 평가했을까? 이게 바로 신약성경을 절반 가까이 저술한 사도바울의 정치관이고, 현실 세계를 향한 성경의 가르침이야.


앞서 사무엘의 경우에서도 봤지만 야훼의 시선에선 정의와 공의로움이 이 땅에 서는 것보다 부정부패한 독재자라도 하나님의 기름 부음 받은 자라면 그에게 충성하는 게 옳은 것이지. 그러니 독재자의 횡포에 절대로 반기를 들어서도 안 되고, 나라 잃은 백성이 독립운동을 해서도 안 되며, 권력에 순응해 그저 신의 말씀만 따르라는 거야.

 

다음 3번 타자 솔로몬. 교회에 다니지 않는 사람도 솔로몬의 이름은 들어봤을 거야. 솔로몬은 ‘지혜의 왕’이란 타이틀이 붙은 사람이지. 그런데 통일 이스라엘 왕국의 마지막 왕 솔로몬에 대해 많은 기독교인이 착각하는 게 있어. 솔로몬은 야훼의 축복을 엄청 받아서 부와 권세와 지혜까지 얻은 왕으로 아는데, 과연 솔로몬이 야훼의 사랑을 받은 인물일까? 정답은 No야.

 

솔로몬은 말년에 이방인 여자들을 왕궁에 들이기 시작했는데 아내만 700명, 첩은 300명에 이르렀어. 이방 여자를 아내로 들이지 말라는 신의 명령을 어긴 것도 문제지만, 첩들이 믿는 이방의 신들을 솔로몬이 섬기기 시작했다는 게 더 큰 문제였지. 「열왕기상」 11장에는 솔로몬의 행실과 야훼의 분노가 나와.


7 그는 또 모압 사람의 더러운 신 그모스와 암몬 사람의 더러운 신 몰렉을 위해 예루살렘 동쪽 감람산에 산당을 지었으며

 

8 외국에서 데려온 자기 아내들이 그들의 신들에게 분향하고 제사 드릴 신전까지 지어 주었다.

 

9-10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솔로몬에게 두 번씩이나 나타나셔서 그에게 이방 신들을 섬기지 말라고 경고하셨으나 그는 여호와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다. 그래서 여호와께서는 솔로몬의 마음이 자기에게서 떠난 것을 보시고 분노하시며

 

11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는 나와 맺은 계약을 어기고 내 명령을 지키지 않았다. 그러므로 내가 반드시 나라를 네게서 빼앗아 네 신하에게 주겠다.

 

솔로몬은 다윗에게서 물려받은 이스라엘 왕국을 더욱 부강하게 만든 왕이야. 그에게 잘못이 있다면 야훼의 뜻을 따르지 않은 것뿐, 한 나라의 통치자란 측면에서 본다면 그는 위대한 왕이라고 할 수도 있단 말이지.

 

결국 솔로몬이 살아 있는 동안엔 그의 통치력으로 인해 통일 왕국을 유지하지만, 그의 아들 대에서 이스라엘 왕국이 남북으로 갈라져. 야훼는 왕으로서 솔로몬의 능력이 미흡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분노로 통일 이스라엘 왕국을 분열시킨 거야. 그런 신에게 이스라엘 백성 개개인의 삶은 중요하지 않아.

 

이스라엘은 솔로몬 왕을 마지막으로 와해되어 유대인은 수천 년 동안 타민족의 포로나 식민지 백성으로 살지. 그 이유가 단지 솔로몬이 신을 배신했기 때문이라면, 야훼가 과연 공의로운 존재라고 할 수 있을까?

출처 http://www.ddanzi.com/news/5538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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