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2의 봄, 우리집 꽃가게가 잘 되는 계절 나는 카운터에 턱을 괴고 앉아 있었다. 꽃다발을 진열하고 들어오는 엄마한테 나는 기다렸다는 듯 '엄마, 용호라고 알아?' 하고 물었다.
엄마는 용호? 하고 물었고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아 너랑 같은 학교 다니는 그 키 작은 남자애 말하는 거야?' 라고 용호가 들었으면 울상을 지을 만한 얘기를 거리낌없이 했다. 나는 엄마의 그런 점을 닮고 싶었다. 아빠의 소심함, 결단력 없음을 빼다 박은 나는 그런 엄마가 부럽곤 했다.
'근데 걔는 왜?' '아니야' 엄마는 시콜시콜한 얘기는 하지 말라고 했다. 시시콜콜이라고 정정해주는 건 몇년 전에 관둔지 오래였다.
나는 며칠 전에 우리 반 뒷문에 서있는 용호와 부딪혔다. 나는 매점을 가는 길이었고 용호는 뒷문에 서있는 중이었다.
스위치가 눌려진 듯 용호는 내 이름을 발작하 듯 불렀다. 아니 입에 어쩌다 들어간 개미를 뱉어내 듯, 죽상을 지은 용호의 입에서 내 이름은 뭐라고 해야할까. 그래, 뱉어낸 개미가 손에 반쪽만 있는 것을 확인 했을 때의 기분처럼 우울하게 들렸다.
'오윤영' '어?' 나는 멍청한 표정이었을런지 모른다. 배가 고팠기 때문일 것이다.
'너 이든플라워 딸이야?'
난 대답하기가 싫었다. 곤란하기 보다는 싫었고 아니 싫었다기 보다는 귀찮았다. 배가 고팠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뭐?' 퉁명스럽게 나간 말은 곧이 곧대로 용호의 표정으로 가 박혔다. 아냐, 우중충한 대답이 돌아왔다.
'엄마 용호 여기 자주와?' '어? 걔? 너 찾으러 오길래 너는 주말에만 있다고 말해줬는데 아침에 꼭 들르더라, 너희 학교 등교시간이 그렇게 늦니?'
그럴리가 없다. 아침잠이 많은 나는 단 한번을 느긋하게 학교에 도착한 적이 없다. 용호는, 아마 등교시간을 훨씬 지나서야 우리 꽃집에 들렀다가 갔을 것이다. 꽃을 보러 왔겠지. 고2의 우중충한 봄
'엄마, 용호라고 알아?' '아 너희 학교에 그 키 작은 애? 걔는 왜?' '너 이든플라워 딸이야?' '그게 뭐?'
꽃다발이 진열되어 있다. 바깥으로는 뿌리 단단한 벚나무가 흔들거리고 있고 엄마는 이런 꽃집 얼른 정리해버리고 고깃집이나 하고 싶다고 투덜거린다. 벚나무 뒤로는 감색교복이 나풀거린다. 고2의 입에서 뱉어진 개미 반쪽 사체같은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