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배달기사 썰 외 여러가지.썰
게시물ID : humordata_19219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식당노동자
추천 : 9
조회수 : 176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21/09/19 08:56:53

 

 

 

 

민족의 대명절 설을 맞아.

 

테이크 투. 다시.

 

민족의 명절 한가위....

...그건 설인가?

 

아무튼 그냥 한가위를 맞아... 야 이거 다시 가.

 

 

 

테이크3. 준비하시고... 슛.

 

 

명절 연휴 전-전날 나는 대충 새벽 네시 반에 출근했는데, 어쩐지 퇴근은 어제 했다.

그러니까, 출근은 수요일날 했는데 퇴근은 토요일날 했다. 아 그게... 사실 중간에 퇴근을

한번 하기는 했다. 어제 아침 여섯시 반에 퇴근해서 아침 열한시에 다시 출근했다.

이쯤 되면 머리가 아프다. 이걸 출퇴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건가? 그런거냐?

 

실제 내가 출근하는 곳은 엎어지면 정수리가 닿을 곳인데(걸어서 2분거리) 요 며칠간

다른지점 인원이 절망적으로 빵꾸나는 바람에 출근거리가 약 100미터에서 7.2키로미터로

늘어났다. 와! 72배! 근데 나보고 여길 출퇴근을 어떻게 하라고? 거긴 버스도 없는 격오지인데?

나는 거만하게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점장에게 말했다.

 

"거 차키하나 주쇼."

 

점장이 나를 위아래로 내리깔아보며 "맡겨놨냐 ㅂ신아" 하길래 "거 하나 줘보쇼." 했더니

차키가 뿅 하고 나왔다. 근데 차키가 나오면 뭐하나. 나는 지금 현재, 명절특수로 인해

모든 재고를 채워놓고 만세를 외치면 어느샌가 모든것이 사라져 처음부터 다시 음식을

만들어야 하는 시지프스의 형벌을 받는 중인데.

 

 

오래간만에 온 집이 젠장맞게 반가웠다. 올때 반갑다 일본어 같은 책 하나 사올걸 그랬다.

집에 들어오면서 "반갑다 집구석아. 여긴 네 친구 반갑다 일본어라고 해" 멘트하나 치려고.

그런데 뭐 우리 동네에는 서점도 없고... 내가 뭔소릴 하는거야?


 

아무튼 그렇게 집으로 돌아오니 피곤에 쩔어있는 내 두 눈에 엉망진창인 집구석이 들어왔다.

말인 즉, 수요일날 출근하기전에 열한시 쯤 퇴근했는데 자려고 누웠더니 택배로 시킨 의자가

그시간에 와버리는 바람에 피곤한 싱글벙글 미소를 지으며 조립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새 의자 들어온 핑계로 시켜먹은 치킨시체가 담긴 바디백과 소주병이 나뒹굴고 있었다.

이부자리는 펴진채로 낭창낭창 온 방을 뒤덮고 있었다. 게다가 (신)의자에게 밀려난 (구)의자가

베란다 입구에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이거 왜 못버렸냐면, 근처에 하나밖에 없는 편의점에

폐기물스티커가 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진짜 다 꺼졌으면 좋겠다.

 

아 안치울거야. 몰라. 나는 새 의자에 앉아 익숙하게 치킨부터 한마리 시켰다.

대충 스타 한판 하고,(왜 상대방 리버는 날라댕기는 공장인데 내 리버는 철수직전 개성공단이냐)

집을 비우기 전 흔적들을 치우는데 치킨이 왔다. 내사랑 보드람치킨. 근데 좀 달랐다 오늘은.

보통 나는 선결제를 하고 남길말에 '조심히 와주세요. 문앞에 놓으신 뒤 노크 부탁드립니다' 라고

써놓기에, 지금까지는 그냥 '-똑똑- 소리가 들리면 님 오신 줄 알겠습니다' 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받았는데 오늘은 초인종을 누르더라고.

 

"어?"

 

나도 모르게 어? 하는 소리가 나왔다. 음식온건 알겠는데 왜 초인종을?

그리고 이어 들려오는 -똑똑- 소리. 뭐지? 자기과시? "예!" 하며 문을 열고 나갔더니 배달원이

두 손 공손히 치킨을 들고 "배달왔습니다." 했다. "아 넵. 감사합니다." 두 손 공손히 받고

"안녕히 가세요" 라고 하니까 "네 맛있게 드세요" 하고 갔는데,

 

 

진짜 완전 개쩔었다.

 

자기주장 확실한 치킨이 왔구나 싶었다. 이쯤되면 이 치킨이 죽기전 컨베이어벨트에서

"내가 삶을 마감하는 것은 아깝지 않으나 내 이름 두글자 누군가 크게 외쳐주시오" 

 

하는 것을 닭공장 직원이 듣고

 

"그렇다면 네 의지 그에게 전해주마. 용감한 치킨이여 그대의 이름은 무엇인가!"

 

하고 외치자 닭이 "내이름은 김필순이요!" 했기에(암탉이였어...?) 배달원이 그렇게까지

내 요청사항에도 불구하고 두 손으로 직접 나에게 치킨을 전달해준것은 아닐까.

하림 닭공장 이천지점(검색해보지 마세요. 실제로 있는지 몰라요.)에서부터 여기까지

전해져 온 그의 의지를 떠받들어 나는 열심히 다리를 뜯었다.

부디 다음생에는 닭도리탕으로 태어나거라.

 

 

 

 

 

#2.

 

 

어제 주방 인원이 좀 많이 빵꾸가 나는 바람에 파출뛰는 분을 한 세분쯤 불렀다.

흠. 평범한 파출이시구나. 그런데 마지막에 제일 늦게 온 파출은 좀 행색이 달랐다.

젊은 분 같았는데 머리에는 보석관을 쓰고 손가락에는 타노스마냥 반지가 어마어마했다.

검은 시스루 상의에 짧은 치마 굽신발을 신고오셨는데 하마터면

 

"니오베 함장과 내가 네오를 구하러 가겠소. 부세팔누스 호는 어디있는가."

 

할 뻔했다. 복장부터가 인류 최후의 보루 시온의 의장인데? 나는 급하게 사장을 찾았다.

 

"의원님... 아니, 사장님. 시온에서 사절이..."

 

"뭐! 뭐라는거야!"

 

"그게아니고, 파출이 오셨는데 복장이..."

 

"걔 일 잘해."

 

"?! 누군지 알아요?!"

 

중국에서 오신 분인데 복장은 황당했지만 사장님의 말대로 일은 정말 잘했다.

단점은 중국에서 오신 분이라 대화가 거의 통하지 않았다. 내가 아는 중국어라고는

니차오니마 밖에 없는데 그걸 입밖으로 내면 최소 간은 쓰촨성으로 가고 왼쪽눈은

허베이성으로 갈것같아서 말하지는 않았다. 게다가 국제분쟁으로 번질 우려도 있고

나는 뭐 중국 그렇게 싫어하지도 않고... 단지 아는 단어가 니차오니마 밖에 없는것 뿐.

중국어를 영화로 배워서 그렇다.

 

그분은 시종일관 나를 따라다니며 "푸장님. 이거 어디써효." 하고 자주 물건의

위치를 묻곤 했는데 나도 파견나온 신세라 잘 몰랐고, 그때마다 

 

"이건 누구누구에게 물어보세요" 같은, 도움안되는 엑셀98 바둑이마냥 매크로

답변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사람은 그때마다 중국어로 뭐라뭐라 하면서 웃으며

이야기했는데 아마 '넌 뭐하는새끼냐' 같은 말이였을 것 같다.

사장과 함께 나가 막국수에 꿩만두 먹고 돌아오니 그분은 사라져 있었다.

나는 짐짓 아쉬웠다. 잠깐 마주치고 몇마디 나눴을 뿐인데 나는 왠지 그사람에게

전해주지 못한 마지막 말이 끝내 아쉬웠다. 그 말은,

 

 

 

 

"네오가 인류를 구할 것이오." 라는 말이였다.

 

 

 

 

#3.

 

내가 약간 묘사를 잘하는 편이다.

표정이나 단어선택, 드라마나 영화에서 차용한 그런 대사들을 현재 상황에

맞춰서 개드립치는거 굉장히 좋아한다. 예를들면, 모임 나갔는데 육회가

나왔다. 그런데 누가 날계란 노른자도 안풀고 육회부터 한점 집어먹었다 하면,

나는 눈을 희번덕하게 뜨고 손가락으로 그 사람을 표독스럽게 가리키면서


"당신은 패배자야! 항상 그런식이였어! 왜 노른자를 터트리지 않았죠?! 그렇게

그가 만만했나요?!" 하고 외치는데 그때마다 정신나간놈 소리를 듣긴 해도

주변에서는 "야 근데 제정신 아니긴 한데 잘하기는 한다 ㅋㅋ" 하고 웃는다.

그런데 그때문에 웃지못할 사건도 좀 많이 벌어지긴 했다.

 

어떤날은 식당에 갔는데 그런식으로 드립치면서 놀고있는데 하필 내 앞에

앉아있는 놈도 그런놈이였다. 둘이서 아내의 유혹마냥 막장드라마 스타일로

 

"라면? 너 제정신이니? 라면을 시키겠다고... 그래요. 어디 당신 마---음대로 해봐!"

 

"그만! 그만! 오돌뼈 시키겠다고 할때는 그렇게 아무말 하지 않더니... 라면에는 왜

그렇게 진심인거야!"

 

나는 입을 틀어막으며 얼굴을 찡그리고,

 

"어쩜...! 당신 그런말을...!"

 

 

그리고 휴대폰에 저장되어있던 아내의유혹 OST를 트는거다.

그리고 둘이 낄낄대며 놀고있는데 식당아줌마가 TV소리가 너무 크다며 소리를 줄이더라.

근데 심지어 TV는 뉴스채널이였고 식당아줌마는 "?" 하며 다시 TV볼륨을 올렸다.

예전에 성우들끼리 회식가서 노는데 다른 테이블 손님이 TV좀 꺼달라고 했던 에피소드가

떠오른다. 어? 나 이쪽에 재능있나? 헐.

 

 

아무튼 뭐, 또 다른 술자리에서도 비슷하게 놀고있는데 갑자기 옆테이블에서 와서

여자분들이 유튜브 하시는 중이냐고 웃겨죽을뻔했다고 하는데 나는 시무룩해진

표정으로 "한새끼는 빡빡이고 한새끼는 말갈족이라 유튜브 올라가는 순간 불량컨텐츠

신고먹고 강제방종돼요" 하니까 그자리에서 배잡고 쓰러지더라.

근데 아무일도 없었다.

 

 

 

 

그리고, 아무일도 없었다.

 

 

(젠장 옆에 앉아서 같이 술까지 마셨는데 왜 아무일 없냐고 아. 아!!) 

 

 

 

 

 

 

#4.

 

 

우리 사적모임은 모두까기의 장인들로써, 뒷담화와 앞담화에 능한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는 뒷담까고 그걸 또 당사자에게 앞담을 깐다. 예를들어 넷이서 술먹는데 한사람이

화장실을 간다? 그럼 그때부터 그사람 뒷담이 시작된다.

 

"형. 저형 저번주에 저랑 술먹자고 해놓고 자기가 산다그랬는데 내가 샀어요.

근데 저도 술꼴아서 술값 보탠다고 오만원 준거 기억났는데 저 형 아무말도 안해요."

 

"저새끼 쓰레기네? 있어봐. 내가 친구니까 내가 이야기해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형이 "병ㅅ아 하루이틀 장사하냐. 술꼴아서 오만원 쳐박은

니 잘못도 있어. 용돈줬냐?" 한다.

 

그 형이 화장실 다녀오면서 괜히 여자손님하고 길 엇갈려서 들어가는데 우린 그걸 또

안놓치고 "야 저 형 또 레이다 돌린다. 여자없으면 죽어 저 형은" 하고 중얼거리면

"저새끼 저거 저렇게 열심히 여자만 보면 정신못차리는데 장가는 왜 못가?" 하고 깐다.

 

그 형이 자리에 돌아와 "니들 뭔 이야기 했어. 내 이야기 했지?" 하고 따지면

 

"어 맞아요. 형 오만원 내놔요. 저번에 술값 내준다 해놓고 나중엔 반띵하자 하고

아 그와중에 오만원 또 가져갔잖아요. 형들한테 다일렀음!"

 

"야 그거 내가 이야기해준다 그랬잖아. 넌 도움같은거 필요없냐?"

 

그러면 다른 형들이 

 

"야 심했다. 용돈 필요하면 나한테 이야기하지 왜 동생한테 용돈받아

쓰냐. 줘라 그거 오만원. 넌 인의예지도 없냐." 하고 또 깐다. 

 

그럼 또 다른 형이

"기자회견 해라. 의혹 해명하고 사퇴해라. 그게 니가 살아남는 방법이다." 한다.

뭘 사퇴하고 뭔 기자회견을 해.

 

 

반대로 내가 담배피러 나가면 또 저쪽에서 날보고 손가락질하며 뭔 이야기를 하는데

다들린다. 

 

"저새끼 옷입은거 봐라. 아이돌이냐?" 

 

"잘입긴 했는데 드레스코드가 우리랑은 아니다." 

 

"아이돌은 새끼야. 돌아이지 저게 나이쳐먹고 말갈족 대가리에 노란색 티셔츠가

뭔 노랑통닭이냐." 

 

나는 돌아오자마자 씩씩대며 "노랑통닭?! 치킨플러스다 시발! 다때려쳐! 행신동

BTS 납셨다!" 외치면 동네 형 1이 "니가 방탄이냐? 넌 얼굴이 방탄조끼야" 하고

비난한다.

 

나는 마음에 들면서도 마음에 들지 않는 이 모임에 언제까지 참석할 수 있을까.

아마 우리 모임의 마지막은 서로를 비난하며 끝나지 않을까 싶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