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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글, 스압주의, 판타지?] 로이드
게시물ID : readers_192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ellPoet
추천 : 0
조회수 : 42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4/15 13:11:05
글 쓰는 것을 좋아해 이전부터 글을 쓰고 있었지만 자신감이 없어 전부 지우는 일이 많았습니다.
오유 여러분이 제 자작글을 읽고 평가해주시면 이런 버릇이 없어지지 않을까 해서 올려봅니다.
장르는 판타지라고 해야 할까요?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이 주인공인 글입니다.
 
 
로이드
 

 

프롤로그.
 

새로운 행성의 테라포밍에 성공한 인류는 그곳에 네오 서울이라는 도시를 만들었고 그 도시에서 태어난 신인류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혁명이라 불리는 발명이 이루어졌다.
 

2xxx년 네오 서울.
모든 방송매체는 동시에 같은 화면으로 바뀌었고 그곳에는 어떠한 노인이 서 있었다. 백발이 무성한 노인은 탈모가 진행되었는지 머리 위는 둥글게 자신의 피부를 드러내고 있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로봇 연구소 소장 서성연입니다. 지금 방송매체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당황하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완성한 이 연구는 여러분의 생활에 막대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고 그에 따라 정부의 협조 아래 이와 같은 기자회견을 갖게 되었습니다.”
화면의 한쪽 면에서 손이 나와 물컵 하나를 그에게 건네어준다. 서성연 소장은 물을 단숨에 들이키고 그 컵을 손에게 다시 주었다. 화면은 그 손의 주인을 따라 점차 찍는 범위를 늘렸고 그 결과 서성연 소장의 옆으로 서있는 로봇들이 완전히 화면 안에 들어왔다.
여러분. 저희 연구소의 지식을 총합하여 만들어낸 연구의 완전한 완성품, 로이드를 소개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프로토 타입인 최초의 안드로이드, 아담입니다.”
저는 이브에요! 반가워요!”
사람의 목소리와 전혀 다를 바 없는 목소리, 인간의 기본적인 숨에 의한 음역대의 차이까지 완전히 재현되었다. 색이 있는 불투명한 실리콘에 의해 피부를 가진 로봇들은 관절의 움직임에도 전혀 부자연스러운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 하지만 로봇임을 증명하듯 군데군데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되어있는 부분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옷을 입고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이들은 이미 대량생산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그들은 키드로이드라는 형태의 작은 로봇으로 생산되어 데이터를 축적한 뒤 스스로 움직여 자신에게 필요한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을 업그레이드합니다.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적재적소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여 인간을 대신해 여러 가지 일들을 수행하게 될 것입니다. 광물의 채취, 농작물의 경작, 산업품의 생산 등 다양한 방면에서, 로이드는 인간의 손이 되고 발이 되어줄 것입니다. 여러분. 새로운 세계에 도착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이드가 세상에 빛을 본 후 100. 로이드의 생산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어느새 인간의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인간의 모든 노동들은 로이드로 대체되었고 로이드의 수는 점차 늘어나 인류의 9배에 달하는 수의 로이드들이 인간을 대신하게 되었다. 이것은 그 로이드들이 주인공인 세계의 이야기.
 

 

1. 이상.
 

 

붉게 염색한 긴 생머리의 여성, 안경의 렌즈 너머로 순해 보이는 둥글고 큰 눈은 다급하게 무언가를 찾고 있다. 사방이 블록별로 규칙적이게 배열된 기계들 사이를 달리며 흰 실험용 가운을 펄럭인다. 급하게 달리던 그녀가 잠시 보고 지나쳤던 기계를 향해 되돌아와 기계를 살핀다.
미안해.......엄마가 미안해!......”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 있던 휴대전화 크기의 두꺼운 메모리를 기계와 연결해 컴퓨터를 조작한다. 순식간에 메모리의 내용이 옮겨가기 시작한다.
!!
박사!! 허튼 수작 말고 투항해!!”
문을 폭파하고 들어온 그들은 순식간에 박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간다. 다른 기계들로 인해 박사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됐다!’
메모리의 내용이 전부 옮겨가고 나서 빠르게 기계를 원래 상태로 되돌리고 메모리를 뽑아 기계 너머로 던졌다.
박사!!”
한 손에 권총을 들고 있는 검은 양복의 사내들이 박사가 있는 블록의 양측에서 권총을 겨누었다. 도망갈 곳 하나 없는 그곳에서 박사는 양손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항복.”
짧은 미니스커트, 꽉 끼어 볼륨감 넘치는 몸매가 드러나는 나시, 그 위로 입은 흰 실험용 가운. 그녀는 방금 전과 달리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그들의 지시에 따라 이동했다.
엄마가 꼭 데리러 갈게!’
그녀는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폴리스로이드. KP-47.’
 

 

지루하다.”
순간 내 입에서 나온 말에 놀라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 100미터 이내에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있는 것은 전방 10미터에 있는 클린로이드 뿐. 작게 속삭이기는 했지만 이것은 분명 이상한 것이었다. 난 이상분자다. 난 어째서 지루하다는 말을 한 걸까? 내 데이터 속에는 지루함이란 것은 없었다. 또한 그러한 것을 느꼈다 하더라도 내가 그것을 입 밖으로 냈다는 것 또한 이상한 것이었다.
 

난 폴리스로이드 KP-47. 이름 그대로 경찰로봇이다. 경찰이란 인간이 권리를 보장받는 생활을 함에 있어서 필요한 공권력을 행하는 존재. 법의 질서를 수호하는 존재. 하지만, 그것은 경찰이다. 내 역할은 CCTV가 없어 위험한 이 근처 골목들을 순찰하며 범죄를 저지르는 이가 없게 지켜보는 것. 한 마디로 움직이는 CCTV. 난 경찰이 아니다.
수고가 많네요.”
별말씀을.”
순찰을 돌다 보면 다양한 사람들이 눈에 띈다. 방금 전과 같은 사람은 얼마 없는 경우. 이 근처 순찰을 돌다 보면 근방에 사는 인물들의 얼굴을 외우게 된다. 그녀는 근처 아파트에 사는 60대 여성으로 예의가 바르고 자신을 희생하는 자들에 대해 고개 숙여 인사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와 같은 로봇이라 할지라도, 그녀에게 예외는 아니다. 귀에 삐죽이 튀어나와있는 안테나는 분명 인간이 아님을 똑똑히 보여주는데, 그녀는 어째서 로봇에게 저러한 친절을 베푸는 것일까?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아니지.
신기한 것은 나다. 그녀는 그저 자신의 선을 행하고 있을 뿐, 그것에 대해 의문을 품는 난 뭘까? 감정 없는 로봇 주제에 어디서 인간에 대해 의문을 품는 것일까? 난 왜 이리도 신기한 존재가 된 것일까? 참으로 기묘한 일이다. 그렇다. 난 폴리스로이드. 그저 이 근방을 순찰하면 되는 것이다.
께겡!! 께게겡!!
어디선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온다. 최근까지 들었던 소리는 사람들의 목소리, 자동차 엔진과 경적소리, 편의점의 문소리, 다른 로이드가 내는 소리, 그 어떠한 것에도 이 소리에 대한 데이터는 없다. 몸이 앞으로 움직여 소리의 근원을 찾는다. 두 다리는 폭발적인 속력을 내며 달려 나간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철과 철이 강하게 맞물리는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전방에 보이는 시야에는 4차선 도로가 좌측과 전방으로 횡단보도가 있다. 난 도보가 이어지는 우측으로 몸을 돌려 다시 달린다. 철컥거리는 소리는 점차 빨라지다 소리가 나는 근원을 지나친 순간 순식간에 멈춰 섰다. 소리는 처음 소리를 들었던 곳에서 50미터 떨어진 사거리 편의점 옆 골목. 그곳에는 성인 남성 하나와 작은 강아지가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그가 고개를 돌린다. 쪼그려 앉은 그의 손에는 라이터가 들려있었고 그의 다른 한 손에는 강아지가 목덜미를 잡혀 발버둥을 치며 고통을 입으로 소리치고 있었다. 강아지의 복부는 심한 화상으로 인해 피부가 이질적으로 변해있었다. 그가 내 목소리에 반응하는 사이 라이터는 잠시 꺼진 상태였다.
당신을 동물보호법 위반으로 체포합니다. 지금 당장 손에 든 라이터를 버리고 제 지시에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로봇 주제에 어디서 이래라 저래라, 건방지게!!”
그의 왼손에 들려있던 강아지가 던져져 내 안면을 향한다. 내 몸은 폭발적인 반사 신경으로 그 강아지가 최대한 다치지 않도록 부드럽게 감싸 받았다. 그 사이 인간은 도주하기 시작했다.
죄송하지만 조금만 참아주십시오.”
내 입이 강아지에게 한 말이었다. 내 오른팔은 강아지를 럭비공 잡듯 안아들고 빠르게 뛰어 그를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동시에 왼손에서 수갑을 꺼내 그의 옆을 지나며 그의 흔들리는 손을 따라 타이밍을 맞춰 수갑으로 손목을 내리쳤다.
철컥!
수갑은 순식간에 한 바퀴 돌아 그의 손목을 완전히 감쌌고 그대로 내가 멈춰서 팔을 당기자 그가 넘어졌다. 난 수갑의 나머지 한쪽을 왼손 손목에 반동을 이용해 채우고 그를 어깨에 들쳐 메었다.
!! 이거 안 놔?!!”
서에서 얘기하시지요.”
하지만 내 발은 경찰서가 아니라 동물병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다리를 빠르게 재촉해 전속력으로 뛰어 동물병원을 향한다. 그 움직임에는 조금의 낭비도 없다. 머릿속에 이미 동물병원의 위치가 지도처럼 보인다. 500미터나 떨어진 지점이지만 로봇의 힘으로 달리는 다리는 30초도 되지 않아 동물병원에 도착했다.
응급환자입니다!”
! 어서 이리로!”
너스로이드가 안내하는 방향으로 들어가 오른팔에 감싸 안아진 강아지를 닥터로이드에게 내밀었다.
인간에 의해 라이터로 복부가 불로 태워졌습니다. 심한 화상과 내상이 예상됩니다.”
알겠습니다.”
그대로 강아지를 맡기고 병원을 나온다. 어깨에 메어져 있던 인간은 달리는 동안 강한 충격에 고통스러웠는지 얼굴이 일그러졌다.
로봇 너 죽고 싶어?! 인간을 이렇게 함부로 대해?!”
생명은 작든 크든 소중한 법입니다. 말 못하는 어린 짐승이라면 더더욱, 강하고 똑똑한 자가 지켜주어야 하는 법입니다.”
발은 경찰서를 향해 움직였다. 범인을 서에 넘길 생각이었다.
너 대가리가 갈리고 싶어?! 어디서 말대답이야?! 어서 안 내려?!”
그럼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내리라고!!!”
“.......”
그의 주먹이 내 두상을 공격한다. 몇 번 하고나면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철 덩어리를 때리는 것이 그다지 손에 무리가 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더 이상 내려치면 손가락에 골절이 올 수 있어 오른 팔로 그의 손을 잡아 고정시켰다. 인간이란 왜 이런 것일까? 악행이란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일까? 왜 어리석은 판단을 하는 것일까? 모든 인간이 그러한 것은 아니다. 아까 전의 여인처럼 선한 인간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분명 남들보다 위에 서길 바라고 자신보다 아래에 있다 여겨진 인간을 깔보고 다스리려 한다. 내가 로봇이기 때문에 그러한 인간들을 만나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연, 인간은 인간을 상대로 그러하지 않는 것일까? 방금 전까지 발버둥 치던 인간은 어느새 포기했는지 움직임이 없다. 생명활동에 이상이 생긴 것은 아니기에 그대로 경찰서에 들어섰다.
“47. 그는?”
동물을 학대하던 것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습니다.”
알겠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전송하고 처리가 끝날 때까지 그를 유치장에 구금하십시오.”
난 수갑을 풀고 그를 제압하여 유치장에 집어넣었다. 유치장에는 방금 전 그 이외에 다른 사람은 없다. 난 사무 처리를 위해 경찰서 메인 컴퓨터에 무선으로 접속해 내가 보았던 영상을 자료로 제출하고 접속을 끊었다.
현장으로 복귀하겠습니다.”
그러시지요.”
난 또다시 현장으로 투입된다. 로봇에게 쉬는 시간은 없다. 밥을 먹지도 않는다. 여가시간도 없다. 그저 일하고 충전을 위해 잠들 뿐. 경찰서의 문을 나서며 모자를 고쳐 쓴다. 내가 향하는 곳은 아까의 동물병원. 동물병원과 경찰서는 거의 정 반대방향이었으니 걸어서 동물병원에 도착할 즈음엔 아마 맡긴지 한 시간째가 될 것이다.
예상대로, 동물병원에 도착했을 땐 시간이 꽤 흘러 있어서 강아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오셨군요.”
상태는 어떻습니까?”
안타깝게도 내장이 너무 손상되어 살릴 수 없었습니다. 조금이나마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안락사 처리했습니다.”
“.......그렇습니까.”
마침 수술실에서 나온 강아지는 하얀 천에 덮여 미동조차 없는 상태였다. 모자를 벗고 애도를 표하는 동안에도 묘한 무언가가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뒤이어 나오는 닥터로이드에게 고개를 숙인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입니다. 다만,”
고개를 들어 그를 보았을 때 그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폴리스로이드에게선 볼 수 없는 일처리군요. 존경합니다.”
“.......저야 말로.”
닥터로이드의 손을 맞잡으면서, 그가 나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그는 평범한 닥터로이드가 아니다. 하지만 그걸 말해선 안 되는 것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것이 우리와 같은 존재겠지. 그와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병원의 문을 나섰다. 이번 일 처리는 끝났다. 이제 순찰을 마저 돌면 되겠지. 하지만.......로봇인 내게 그 강아지가 계속 생각난다면 주제넘은 짓인 걸까........
로봇주제에.’
범인이 했던 말이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그래. 난 로봇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정해진 대로 움직여 정해진 방식으로 일을 처리하고 잠든다. 그것이 인간이 바라는 나. 내 이상행동들은 로봇으로써는 허락받지 못한다. 난 분명 내 행동이 옳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그런 판단들은 인간에게 있어서 중요치 않다. 그저 자신들의 도구로서 존재하길 바라는 인간들의 바람대로, 난 움직여야 한다. 생각해선 안 된다.
 

로봇에 불과한 나니까.
 

 

다음날.
범인은 풀려났다.
망할 로봇주제에.”
상부의 판단은 다음과 같다. 영상으로 판단컨대 라이터는 꺼져 있었으므로 그가 했다고 판단할 수 없다. 무죄. 그것이 상부의 판단이었다.
꿇어.”
그는 내 앞에 서있다. 얼굴 가득 화를 담아 일그러진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꿇으라고!!”
아니, 분명히 난 그가 라이터 불로 강아지를 고문하는 장면을 보았다. 그건 확실하다. 그 데이터를 온전히 상부에 보냈다.
저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법원이 아니라는데 어디서 개소리야!! 꿇으라고!”
하지만 법원에서 판단에 사용한 영상은 라이터가 꺼진 이후의 영상뿐이었다.
“47. 상부의 지시입니다. 무고죄로 당신을 처벌하진 않겠으나 피고의 의사에 따라 적절한 사죄를 하라는 지시입니다.”
“.......”
그렇군. 상부의 지시란 말이지. 그렇다면 꿇어야지. 난 천천히, 한쪽씩, 무릎을 굽혀 꿇고 앉아 정면을 보았다. 그는 분에 안 풀리는지 옆에 서있던 폴리스로이드의 진압봉을 뺏어들었다.
로봇주제에 건방지게!!”
진압봉이 내 머리를 향해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충분히 피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선 안 된다.
!!
플라스틱 진압봉과 내 머리가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가 난다. 실리콘 소재의 피부가 일부 뜯겨나가고 좌측 안테나가 부러져 전선에 의지해 매달려있다. 폴리스로이드 특유의 강한 경도가 내부 장치를 지켰다. 하지만 고개는 충분히 한쪽으로 치우쳐졌다. 고개를 다시 정면으로 향한다.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다야?!”
!!
진압봉이 다시 날아든다. 다시 한 번 고개가 젖혀지며 좌측 수신부가 부서졌다. 고개를 다시 똑바로 들었다.
죄송합니다.”
닥쳐!!”
콰득!!
강한 충격. 진압봉이 상당히 휘어질 정도의 충격으로 인해 내부 메모리에 이상이 생겼다.
 

한순간 스펙트럼처럼 흘러간 영상.
 

이해할 수 없는 내용들.
 

순식간에 내면에 무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흉부 밑에서부터 차근히 올라와 머리끝까지 올라오는 열기.
 

그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한 번 내려치려다 진압봉의 상태를 보고는 옆으로 던졌다.
어휴! 재수가 없어가지고!!”
범인은 자신의 옷매무세를 추스르더니 서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는 차를 끌고 나와 본인을 기다리고 있던 로이드를 밀쳐내고 차에 올라타 멀리 사라져버렸다.
“47. 앞으로 이러한 착오가 없으라는 지시입니다.”
“........”
자리에서 일어나 먼지를 털어내려 했지만 바닥은 먼지하나 없이 반짝반짝해 내 무릎 또한 깨끗했다. 거울을 통해 두상 좌측의 귀 대신 붙어있는 수신부를 확인했다. 전선에 매달려 간신히 붙어있는 수신부는 제 기능을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수리가 필요하겠군요. 정비소에 다녀오시지요. 그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하면 되겠습니다.”
“........”
간단히 대답하고 떨어지려 하는 수신부를 손으로 잡고 문을 나섰다. 그리고 걸었다. 방향은.......모른다. 아마 정비소를 향해 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정해 놓았으니까. 이성적인 판단으로는 그렇다. 하지만 내 발은 그곳으로 향하지 않는 다고 느꼈다어찌 된 것일까, 방금 전 그 느낌, 아까의 그 느낌. 로봇이 무언가를 느낄 수 있던가?.......그럴 리가 없는데.......감각이란 것은 생명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 로봇은 맛도, 냄새도, 촉감도 없다, 열을 느낄 수도 없고, 압력이나 통증, 간지러움은 더더욱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아까 전에 느낀그것은 분명 열기였다. 내 안에 열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빠아아아앙!!!
끼이이익!!
시간개념조차 잊고 있었다. 내 발이 얼마나 걸었는지도 몰랐다. 갑작스레 울린 경적소리, 타이어가 마찰을 일으키는 소리, 근처에서 교통사고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수신기는 수리가 되지 않았지만 상관없다. 그저 상부의 명령이 들리지 않을 뿐이니까. 몸은 어느새 달려 나간다. 압도적인 속력으로 인도와 차도 사이의 가드레일을 넘어서 차도를 따라 소리의 근원을 찾는다.
, 설마.......”
사람의 목소리. 그 소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와 같은 위치에서 들려왔다. 그곳을 향해 달려간다. 앞으로 한 블록, 처음 나온 사거리에서 좌회전, 그 반대편 블록의 4거리 횡단보도였다.
, ?!”
범인. 아까의 그 범인이다. 그가 분명했다. 30미터 앞이지만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의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언제나 밝게 웃으며 인사해 주던 그녀다. 그녀는 온 몸에 피칠 갑을 하고 쓰러져 있었다.
제기랄!!”
그가 다시 자동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앞을 신경 쓰지도 않는지 곧장 엑셀을 밟았다.
끼이이이익!
제자리에서 바퀴가 회전하더니 앞으로 나아간다. 당연하게도, 그 앞에 누워있던 그녀를 밟고서. 그녀는 살아있었을 지도 모른다. 내가 나타나서 그가 당황했기에 그녀가 죽은 것인가.......아니, 그가 그녀를 살릴 생각이었다면 다른 곳에 먼저 도움을 청했을 것이다. 그래. 그는 범인이다. 죄인이다. 용서받아선 안 될 존재다. 그는 살아가면서 누군가를 죽이는 존재. 그런 존재. 그런 존재가.......
무죄.......
이젠.......더 이상 용서 못해!!!!!!”
몸이 폭발적인 속도를 내며 뛰어나간다.
, , 쾅 쾅!!
압도적인 힘이 땅을 박찰 때마다 아스팔트 바닥에 금이 가며 발자국이 남는다. 몸을 앞으로 45도 가까이 기울인 채로 모든 힘을 앞으로 나아가는데 사용한다. 바닥을 밟을 때 생기는 균열을 발판삼아 더욱 속력을 올린다. 자동차보다도 빠른 속력으로 그것을 쫒는다. 앞으로 10미터, 백미러로 나를 바라보는 그가 보인다. 공포에 질린 그의 얼굴, 순간 몸이 왼쪽으로 쏠리는 것이 보인다. 좌회전인가. 예상대로 자동차는 사거리에서 곧장 좌회전했다. 신호를 무시하지 않는 폭주차량에 놀라 다른 차량들이 전부 멈춰 섰다. 미리 예상했던 만큼 빠르게 나 또한 몸을 좌측으로 돌렸다. 관성에 의해 몸이 앞으로 날아가려 한다. 그 힘을 그대로 원심력으로 하여 몸을 틀어 도로 위에 서있던 트럭과 가드레일을 수직으로 밟고 달려 나갔다. 두 세 번의 걸음 후 다시 아스팔트에 발을 올리고 속력을 올린 결과 자동차의 바로 뒤까지 올 수 있었다.
콰득!
손으로 트렁크를 내리 찍어 구멍을 내고 그것에 매달려 차 위에 올라탔다. 그 힘으로 차량의 천장을 손으로 찍어가며 차량의 앞쪽으로 이동했다. 내가 보닛 위에 앉았을 때 그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해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내게 아무런 망설임도 주지 않는다. 양 손으로 천장과 유리 사이에 손바닥을 찔러 넣었다.
콰드득!
강화유리를 깨고 들어온 손가락에 의해 유리 전체에 금이 간다. 그대로 힘을 가해 천장을 위로 들어 올리니 힘을 버티지 못한 천장이 차량과 분리되어 뒤쪽으로 떨어져 나갔다. 오픈카가 되어버린 차량, 그 안에서 긴장감으로 인해 핸들을 놓지 못하는 그를 향해 손을 뻗었다.
콰지직!!
강화유리가 완전히 깨어지며 내 손이 그의 목을 잡았고 그대로 잡아 들어올렸다.
커헉!”
핸들을 어찌나 꽉 잡았는지 핸들이 그와 함께 뜯겨져 나왔다. 난 제 자리에서 잠시 다리를 굽힌 뒤 뛰어올랐다. 속력이 붙은 자동차는 그대로 앞으로 나아갔고 나와 그는 제자리에 착지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내게 목이 잡힌 채로 공중에 매달려있었다.
왜 그녀를 죽였지?!”
.......................”
그의 눈이 하늘을 향한다. 눈의 대부분이 흰자위로 변하고 얼굴 전체가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왜 그 강아지를 죽였지?!”
빠악!!!
그를 그대로 강하게 바닥에 내리꽂았다. 등 전체가 바닥에 부딪치며 둔탁한 소리가 난다.
어째서 악행을 저지르고도 그런 당당한 얼굴로 있는 거냐!!”
콰드득!!
어느새 내 손이 그의 머리를 내리친 뒤였다. 로봇의 압도적인 힘은 그의 머리를 산산이 조각내어버렸다.
어째서 죄는 네가 저질러놓고 다른 이들이 피해를 봐야 하냔 말이다!!!!!!”
몸이 저절로 움직여 그의 시신을 짓이긴다. 몇 번이고 움직이는 팔이, 주먹이 그를 내려친다. 내 손이 멈추었을 때 그의 살점이 사방으로 튀어 그곳엔 피의 웅덩이만 남아버렸다.
왜 우리는 화를 참아야 하는 것이냐......”
머리끝까지 차올랐던 열기가 차츰 내려간다. 그것이 목 밑까지 내려왔을 때 앞을 볼 수 있었다. 날 감싸는 그림자, 그것이 내 앞에 있었다.
정신이 드는가?”
그곳에는 무언가 서 있었다. 그것은 내 머릿속 어떤 데이터에도 없는 로봇이었다. 검은 타이즈를 입은 듯 보이는 몸체, 끝이 날렵한 선글라스, 몸의 일부만을 감싸는 갑옷과 같은 부품들, 그의 뒤로 붉게 염색한 생머리의 여성이 서 있었다.
당신은 누굽니까?”
곧 알게 되겠지. 일단 널 회수하겠다.”
동력만 파괴해. 메모리에는 아무런 영향 없게.”
동력만 파괴한다? 무슨 소리지? 폴리스 로이드의 경갑을 뚫을 수 있을 리가.......
!!
어느새 그 로봇의 손에는 총이 들려있었다. 총알은 정확히 동력부를 파고들었고 순식간에 동력부를 마비시켰다.
?........”
마치 전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탄환, 그것은 비상전력까지 잡아먹었다. 몸체는 저절로 모든 데이터를 백업하고 동작을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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