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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닭강정
게시물ID : cook_1923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주비재규
추천 : 24
조회수 : 1689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6/12/12 16: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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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KakaoTalk_20161212_163950233.jpg

 
 
나는 중고등학교 시절 집안이 많이 어려웠다.
학원이나 과외는 꿈도 못 꾸고 많은 것들을 언니에게 물려 받았다.
 
고2,
담임선생님께서 어떤 장학금 단체에 나를 추천하셨다.
감사하게도, 내가 우리 학교에서 유일하게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1년에 120만원의 장학금을 후원받았다.
 
 
어느 날 ,
선생님께서 나를 조용히 교무실로 부르셨다.
내용은, 장학금 단체에 감사편지를 쓰라는 것이었다.
한참 사춘기였던 나는 그만 자존심이 팍 상하고 말았다.
마치 돈을 구걸하여 얻은 , 성은이 망극한 거지가 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입이 댓발(대빨) 나와서 대충 적당히 편지를 휘갈겨 썼다.
내용은 아주 진부한, 감사하고, 열심히 공부하겠다, 사회에 이바지하겠다 등등의
상투적인 내용들이었던 것 같다.
 
그 장학금의 원칙은 다른 아이들에게도 혜택을 주기 위해 원래 1년만 지원을 해 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편지의 약발이 있었던지, 성적이 나쁘지 않았던 이유에서였는지 어쨌든 고3때도 장학생으로 선발이 되어 유일하게 우리 지역에서 나만
2년동안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13년이 지났다.
 
나는 결혼도 하고 돈도 버는 사회인이 되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날수록 선생님 생각이 많이 났다.
 
어찌어찌 갖은 노력 끝에 선생님 연락처를 얻게 되었다.
선생님께 10여 년이 지난 후에야
정말 감사했음을,
장학금 단체에 나를 추천한 것은
선생님께는 귀찮은 공문을 처리하는 것과 같으셨을 텐데
나를 예뻐해 주셔서 본인의 정성과 노력으로 나를 지원해 주셨던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되었음을 말씀드렸다.
 
전화 이후 선생님과 한정식집에서 만나 밥도 사드리고 내복도 한 벌 사드렸다.
10년이 훌쩍 지난 후에 다시 만난 선생님은 많이 늙어 있었다.
이미 정년퇴임을 하시고 캄보디아에서 봉사활동을 하시다가 건강이 안 좋아지셔서 귀국하였노라 하셨다.
 
 
그리고 또 1년이 지났다.
 
어젯밤, 갑자기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이제는 정년퇴임을 하시고 머리가 희끗해 지신 선생님께서
나에게 줄 것이 있다고 전화를 하셨단다.
내가 가겠다고 했는데도 한사코 본인이 오시겠다고 하셔서
주소를 알려 드리고 1층에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선생님이 차에서 꺼내 오신 것은 '중앙 닭강정'이라고 써 있는 넙적한 상자였다.
 
"선생님 와이프가 속초에서 근무해서 갔다가 오는 길에 ㅇㅇ 이 주려고 샀어. 식었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면 좋겠네. ^^"
라고 하시며 추우니까 얼른 들어가라고 닭강정을 주시고는 건강히 지내라는 말씀과 함께 이내 떠나셨다.
 
 
어제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닭강정을 먹은 날이었다.
 
(개인적으론 만석닭강정보다 매콤한 맛은 덜 하고 물엿의 달콤한 맛은 더 느껴지는 맛이었다. ) 
(음식과 관련된 마음 따뜻한 일화라고 생각되어 요게로 왔습니다. ^^)
출처 선생님 감사합니다..오래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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