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같은 인간인데 어찌하여 빈한 자는 부한 자의 노예가 되어야 합니까 왜 가장 청순하고 때묻지 않은 어린 소녀들이 때묻고 부유한 자의 거름이 되어야 합니까 사회의 현실입니까? 빈부의 법칙입니까? 1970년 11월 13일 오후 1시 25분, 서울 음대로 들어가는 골목 평화시장 입구에서 22세의 청년 전태일은 온몸에 기름을 붓고 스스로 불을 질렀다. 입을 악문 채로 그렇게 1분 동안 꼼짝않고 그 자리에 서 있던 청년은 잠시 쓰러졌다가 이내 일어났다. 광인의 자해라고 생각한 구경꾼들이 서둘러 코트를 벗기려고 하는 등 진화에 힘썼으나 불길은 쉽게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청년은 쓰러졌다 다시 일어나기를 세 번이나 반복했다. 불이 붙은 지 4분가량 지나자 청년은 상체를 겨우 가누며 짐승같은 목소리로 절규하기 시작했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노동시간을 단축하라!""일요일은 쉬게 해달라!" 지식ⓔ2 episode 26 하루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