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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무렵
유럽 국가들이 서로 연합한 기구인 유럽 연합(EU)의 소식이 들려오자,
이상하게도 유럽 연합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국내의 기독교에서
"유럽 연합(EU)은 적그리스도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다!"
혹은 아예
"유럽 연합(EU)은 적그리스도다!"라면서
강하게 폄하했었죠.
위의 책은 얼마 전 고인이 된 조용기 목사가
1991년 3월 1일에 출간한
<말세에 나타난 여러 징조들 다가온 종말>에 실린 내용 중 일부입니다.
물론 저 페이지의 저자는 고 조용기 목사입니다.
참고로 조용기 목사가 이끌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신도수가 약 80만 명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교회입니다.
그러니까 결코 어디 시골 구석에 있는 사이비 이단 교파가 아니라
어엿한 정통 교회의 성직자가
버젓이 유럽 연합을 가리켜 적그리스도라고 불렀던 거죠.
이는 비단 조용기 목사만이 아닙니다.
위의 페이지는 이태원 감리교회의 장로로 있는
김성일씨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발행하는 신문인 국민일보에 연재한 칼럼들을 모은 책인
<비느하스여 일어서라: 1991년 12월 30일 출간>에 실린 내용 중 일부입니다.
그러니까 두 명의 독실한 기독교인이 모두 유럽 연합을 가리켜 적그리스도라고 불렀던 것이죠.
그러나 1992년 유럽 연합이 출범한지 이제 거의 30년이 다 되어가는데
어찌된 일인지 성경에서 예언했다던 그 종말은
도무지 찾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참으로 이상할 뿐입니다.
결국 조용기 목사와 김성일 장로가 말했던
유럽 연합이 종말의 시작이라는 예언은
다 빗나간 셈이 되고 말았습니다.
덧붙여:
사실 유럽 연합이 무슨 적그리스도네 어쩌네 하는 식의 주장은
한국 기독교인이 독창적으로 만들어낸 것이 아닙니다.
유럽의 탈기독교적 분위기를
(유럽에서는 교회에 사람들이 하도 안 와서
교회들을 식당, 카페, 술집으로 용도 변경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못마땅하게 여긴
미국의 극단적인 기독교 우파 쪽에서
유럽이 통합되면 성경의 예언대로 적그리스도가
통합 유럽의 지도자가 된다면서
사람들을 겁주며 종말을 조장하던 내용을
한국의 기독교계에서 그대로 수입한 것이죠.
아울러 1990년대 한국에서 유행했던
사탄은 마침내 대중문화를 선택했습니다 같은
극단적인 기독교 원리주의 성향의 책들에서 나온
대중 문화를 노골적으로 적대시하는 시각들도
이미 1980년대 미국의 기독교 복음주의 우파에서 나왔던 주장들을
그대로 수입한 것에 불과합니다.
놀라운 것은
저런 황당한 주장을 담은 책이
무려 15쇄나 나갈 만큼 베스트셀러가 되었다는 사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