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의 핵심 로비스트로 활동한 박태규씨가 28일 자진 귀국함에 따라 박씨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각계에 두루 인맥을 가진 ‘마당발’로 통했지만 직업과 구체적인 로비 역할 등 그의 실체에 대해서는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기 때문이다.
저축은행 수사 초기 캐나다로 도피했다가 귀국해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박씨는 정치권, 언론계, 법조계 등에 상당히 두터운 인맥을 자랑하고 있다.
경남 함안 출신으로 모 사업체를 경영해온 것으로 알려진 그는 접촉한 인사들도 구체적인 신원은 알지 못한 채 대개 ‘박 회장’으로만 아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를 만난 사람들은 호탕한 성격에다 놀랄 만큼 발이 넓고, 상당한 재력을 갖췄다는 인상을 받았다는 말을 공통적으로 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집권세력 인사들과 폭넓게 친분을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치권에는 호형호제하는 인사들이 많아 서울 강남구 논현동 경복아파트 사거리 일대의 고급 음식점에서 정·관계 인사들과 자주 모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유력 인사들의 빈소나 상가에도 종종 모습을 드러냈다고 주변 인사들이 말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임원·대주주와 금융권을 연결해주고 금융감독기관 등을 상대로 로비를 한 윤여성(56·구속기소)씨, 참여정부 및 호남권 인사들과의 연결고리로 지목된 해동건설 회장 박형선(59·구속기소)씨와 함께 부산저축은행그룹측 3대 로비스트로 꼽혀왔다.
이번 사건 수사 초기에는 그의 신원이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다 보니 박씨와 동명이인이거나 이름이 비슷한 유명 사립대 경제학 교수와 명예교수가 로비스트로 의심을 받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박씨는 가족과 지인들에게는 훌륭한 인품의 노신사였고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박씨는 지난 1990년 소망교회에 신자로 등록, 집사까지 지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씨의 또 다른 가족은 “주변사람들에게 더할나위 없이 좋은 분이었는데 어쩌다 저축은행건에 연루됐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동안 정·관계 로비 의혹을 풀기 위해서는 박씨의 신병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보고 캐나다 사법당국 등에 박씨를 조기 송환해 줄 것을 여러 경로로 요청해왔다. 범죄인 인도 청구와 함께 인터폴에 사기 혐의로 공개수배를 했고, 세계검찰총장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서울에 온 브라이언 손더스 캐나다 연방 검찰총장에게도 김준규 전 검찰총장이 양자회담 자리에서 조속한 송환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