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이렇게 글을 쓸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동안 외면 해왔던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림프절 전이까지 됐다는군요.
그냥 이대로 도망처버릴까,
그토록 가고 싶었던 그랜드캐니언이나 보러갈까,
좋아했던 사람에게 고백이나 할까,
생각이 많아 집니다.
나름대로 준비를 했습니다.
유언장도 작성하고,
장기기증도 신청하고,
사전장례의향서도 작성했습니다.
뭐 설마 죽기야 할까요.
괜찮을 겁니다.
다만 이전과 후가 많이 달라진 답니다.
남들 다 본인 길을 찾아 열심히 달려가는데, 스물 넷 나이에 저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군요.
뭐 남들보기에는 부러울 수도 있겠습니다, 쉴 수 있는 핑계라도 있으니.
이게 또 골치아픈게,
유전이라는군요. 어렸을 적, 할머니 할아버지 두 분 모두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이게 하필 나 일줄은 몰랐습니다.
내일 수술인데, 고민이 많습니다.
저 지나가는 간호사라도 붙잡고 ‘나 좀 나가게 해주시오’ 하고 싶습니다.
말이 길어졌습니다. 미안합니다.
아무쪼록 다들, 젊음을 너무 과신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