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대학생이구요. 4학년이고 휴학중입니다. 고향에 내려와 있어요. 어릴때 어머니는 병으로 돌아가셨구.. 할머니 할아버지 언니 저 아빠 이렇게 다섯이서 살구있어요. 어릴때는 서울에서 나름 잘 살았어요..아빠는 사업하시고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냈어요. 7살때 어머니가 병으로 돌아가시고.. 점점 가세가 기울어서..고향으로 내려와 할머니 할아버지와 살게 되었네요. 어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아버지는 조울증과 알콜 의존증으로 힘든 세월을 보내셨어요. 지금까지 약물치료는 꾸준히 하고 있고 중간중간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셨지만 나아지지를 않으시네요.
중간에 재혼 하셨지만 그 아주머니가 너무 사치가 심하고.. 결국 다시 이혼하게 되었죠. 그 이후로 더 심해지신거 같아요.
할아버지께서 재정상태가 좋으셔서.. 넉넉하지 않지만 소녀가장 같은 삶을 살지는 않았어요. 그래도 아르바이트 과외 병행해서 제 용돈은 늘 벌어쓰고 있구요. 대학 등록금도 어렵지 않게 냈고.. 이제 2학기만을 남겨놓고 있어요. 제가 막내딸이기 때문에 애교도 부리고..한없이 다정하시던 아빠였네요.
울증때는 좀 괜찮은데..거의 3년마다 한번씩 조증이 찾아오면 직장도 자꾸 그만두시고.. 아침부터 밤까지 늘 술이고 잠도 잘 안주무시는거 같아요. 잘때도 늘 라디오나 티비를 굉장히 크게 틀어노시고 듣거나 보다가 지쳐 잠드시는거 같구요..
얼마전부터 다시 조증기가 오신거 같아요. 간이 안좋아 병원을 다니셨는데..이제 의사선생님이 괜찮다고 안오셔도 되겠다고 하고 집에 오시자 마자 술이네요.. 술병을 뺏어도 보고 도대체 어떤 심정이신가 술마실때 옆에 앉아 대화를 해보기도 하고 울기도 해보고.. 하지만 늘 그때 뿐이네요...
언니가 지금 직장인이긴 하지만..월급이 그렇게 많지 않아서.. 어떤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도 힘이 들어요.
전 그동안 한번도 아버지에게 싫은 소리를 한적이 없습니다. 외로우셔서 그런걸 알기 때문에요.. 다른아버지와 비교한적도 없고...아빠 싫다고 마음속에서부터 생각해본적은 없습니다. 그럴수밖에 없는게 사람은 참 착하고 좋으시거든요. 술 마시고 뭐 행패부리고 이렇지도 않으시고.. 그냥 지쳐서 잠드십니다.
일은 어제.. 아침부터 술마시는 아빠에게 조금 짜증이 나있던 상태였습니다.
언니와 제가 나가살기로 결정을 했거든요.. 언니는 내년에 결혼을 앞두고 있고 결혼전 나가살고 싶다고 했어요. 할머니가 거의 키워주셨기 때문에 더이상 신세를 질수 없고..(할머니도 요즘 건강이 많이 나빠지셨어요)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많이 폭언을 하십니다.. 스트레스를 풀 곳?이없어서 할머니께 소리지르고 하시는것도 자주 있었어요.. 언니가 생각하기에 저도 이런 집안상황에서 공부하는게 문제가 될수 있다고 생각해서 나가서 살자고 하더라구요.
그것때문에 서운하셨을까요? 아침부터 제게 아버지를 보고도 인사를 제대로 안한다는 둥.. 혼을 내시기 시작하셨어요.. 저는 사실 몇일전부터 기분이 많이 좋지 않았어요. 아버지가 조금만 우리와 같이 노력하면 셋이서 같이 나가서 행복하게 살수 있을텐데..하는.. 여자 둘이서 외롭게 위험하게 살지 않아도 될텐데..라는.. 저라고 아버지와 같이 안살고 싶겠어요.. 그런 여러 생각이 많이 들었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저도 본의아니게 싫은 소리를 했어요. 그동안 마음에 쌓아온걸 다 얘기했어요.. 아빠한테 싫은소리 한번 한 적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안계셨더라면 우리 삶이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이제 할머니에게 그만 기대야 되지 않느냐.. 더 나아질거라 생각하고 아무소리 하지 않았지만 나라고 매일 술마시고 하는 아빠에게 원망이 들지 않은건 아니다.. 그래도 난 항상 아빠를 좋아했고 하지만 요즘엔 힘이 든다 공부에만 전념하고 싶은데 과외도 해야하고 아르바이트도 해야하고.. 아빠가 조금만 같이 노력해 준다면 우리 셋이서 행복하게 살수 있는데..
저도 싫은 소리 많이 한것 압니다. 하지만 그때는 너무 서럽고 하여 저도 울며불며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저를 심하게 때리셨어요.. 주먹으로 정말 풀스윙으로 한 20여대는 맞은것 같네요 거의 얼굴과 머리쪽을 중점적으로 맞았어요. 할머니가 안막으셨으면 정말 크게 다쳤을지도 모릅니다. 할머니도 많이 맞으셨어요... 때리면서 같이 죽자 하시더군요.. 같이 죽자면서..너무 무서웠습니다. 정말 저를 죽이려고 하시는거 같았어요... 술기운에 더 그러신거 같아요. 아침부터 소주 2병은 드신듯 했어요.
잠깐 방밖으로 나가셨는데..할머니가 빨리 나가라고 살고봐야 한다고 집밖으로 도망치듯 나와서.. 정말 경찰에 신고해야 하나 이생각을 했습니다.. 돈 2천원 가지고 나왔는데..갈데도 없고 해서 독서실로 갔어요. 갈때는 제가 울어서 사람들이 쳐다보는줄 알았는데.. 거울을 보니
오른쪽 볼과 광대뼈 부근에 사람 주먹자국으로 정말 심하게 피멍이 들었고 팔도 마찬가지.. 발목은 부었고..눈에도 실핏줄이 터지고 목에도 피멍이 들었고... 머리 군데군데 혹이 있었어요.. 입안도 터졌더라구요..뱉으니 피가 섞여서 침이 나오는데.. 정말 눈물밖에 안났습니다. 엄마가 너무 보고싶었어요.
친구를 불러서 진정 하고....집에 정말 들어가기 싫었는데.. 언니가 일단 들어오라고..아빠 지금 잔다고 해서 들어갔습니다. 하루빨리 집에서 나가는걸로 결정했어요. 오늘 아침 직장 나가셔서 전화가 오더라구요. 아빠가 정말 미안하다고.. 근데 저는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들었어요... 정말 절 죽이려고 했다는 생각밖에는 안들더라구요..
한없이 다정하시던 아빠였는데.. 저는 그때를 잊을수가 없을거 같아요.. 저는 이렇게 아빠를 잃게 되나요.. 지금 아르바이트도..과외도 못가요..얼굴에 너무 멍이 심하게 들어서.. 특히 눈에 든 멍때문에.. 어떻게든 가릴수가 없습니다.. 발목이 너무 아픈데.. 병원에 가면 맞은걸 알거같아서.. 정강이도 심하게 부었거든요..
어떻게 해야하나요.. 저는 아빠를 잃기 싫어요..시간이 지나면 나아질까요? 지금은 무섭다는 생각밖에 안들어요..그래도 전 아빠를 사랑합니다.. 아빠마저 없음 전 정말 천애고아가 되는거잖아요... 어떻게 하면 더 나은 삶을 살수가 있을까요?..어떻게 하면..행복하게 살수 있을까요? 늘 그것이 고민인데..제가 할수 있는게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