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모닥불 같았던 열정이 지나간 자리에 잿더미처럼 남은 것은 권태와 회의뿐이다. (351쪽)
2) 삶에 모범답안이 있다면 그대로만 따라가면 될 터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답안은 내 손에 쥐어져 있지 않았다.
그 딜레마는 앞으로 내가 평생 안고 가야 할 숙제였다. (375쪽)
3) 내가 아무리 발버둥 쳐봐야 그 모든 게 말짱 헛일이라는 절망이 밀려들었다. (220쪽)
4) 돌아가고 싶었다.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무의 시간들로 돌아가 다시는 험한 세상에 태어나고 싶지 않았다. (321쪽)
5) 내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사람들과 부대끼는 게 그토록 싫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우울증이 다시금 나를 찾을 모양이었다. (44쪽)
6) 결국 내 가슴에 박힌 가시는 내가 감내해야 했다. (67쪽)
7) 지금 내가 빠져든 구멍은 오롯이 나만의 몫이었다. (88쪽)
8) 차라리 여기서 돌아갈까. 하지만 대체 무엇 때문에? 고작 난데없이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불안과 두려움 때문에? (78쪽)
9) 나약한 회피로 눈을 돌리느니 차라리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여 끝내 알아내고 싶었다. (79쪽)
10)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다는 옛말대로 나 또한 평생을 마냥 깨끗하게만 살아온 건 아니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누군가에게는 해를 입히기도 했을 터였다.
비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아간다는 게 다 그렇지 않던가. (177쪽)
11) 극심한 정신적 고통이나 기억하고 싶지 않은 극단적 경험만을 선택적으로 망각하는 기억장애.
선택적 기억상실은 재생의 과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었다. (361, 362쪽)
출처 |
김종일 장편소설, <손톱>, 랜덤하우스, 20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