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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써 보는 릴리트 이야기..
게시물ID : religion_193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1
조회수 : 43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7/22 20: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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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에 관한 유대인들의 전승에 따르면 하와(또는 이브) 이전에 아담의 마누라였던 여자가 있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며, 우리 사이트에서도 몇 번 관련글이 올라왔던 적이 있었지요.. 

릴리트에 관한 흔한 설명은 창세설화 1장에서 (2장의 창조설화와는 다르게) 남자와 여자를 동시에 만들었는데 이 때 아담과 동시에 만들어진 여자가 릴리트라는 것이며, 성과 관련된 설화라면 릴리트가 아담과 성관계를 할 때 남성 상위 체위와 아담이 원할 때면 언제든지 성관계를 해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갖고 홍해 주변의 지역에 살면서 남자들을 유혹했다는 음녀의 설화로 남아있습니다.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지만 "남성 우월주의 제도(이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바이블이 바라보는 여성은 남성의 소유물일 뿐입니다.)에 저항하는 여성은 음탕한 여성이다"라는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설화입니다.

아무튼 재미있는 것은 이 릴리트가 상당히 쌩뚱맞은 장면에서 바이블에 등장한다는 것이지요. 이사야 34:14의 구절을 여러 버전으로 보면, 

개역개정     들짐승이 이리와 만나며 숫염소가 그 동류를 부르며 올빼미가 거기에 살면서 쉬는 처소로 삼으며
        
개역한글     들짐승이 이리와 만나며 수염소가 그 동류를 부르며 올빼미가 거기 거하여 쉬는 처소를 삼으며
        
공동번역     들귀신과 물귀신이 만나는 곳, 털이 북슬북슬한 염소귀신이 제 또래를 부르고 도깨비가 안식처를 찾아 서성거리는 곳이 되리라.
        
새번역     거기에서는 들짐승들이 이리 떼와 만나고, 숫염소가 소리를 내어 서로를 찾을 것이다. 밤짐승이 거기에서 머물러 쉴 곳을 찾을 것이다.
        
현대인의성경     들짐승이 여우와 함께 어울려 다니고 수염소가 서로 부르며 밤의 괴물이 거기서 쉴 곳을 찾고

번역본마다 번역이 제각각임을 알 수 있는데 이 중에서 올빼미, 도깨비, 밤짐승, 밤의 괴물 등으로 우왕좌왕하는 단어를 살펴 보겠습니다.

http://www.blueletterbible.org/Bible.cfm?b=Isa&c=34&t=KJV#conc/14 에서 이사야 34:14의 구절을 히브리어로 볼 수 있는데, KJV에서 the screech owl (눼~ 레이니썬은 욕쟁이입니다.)이라 번역한 단어를 보면,

לילית liyliyth 

분명히 "릴리트"라고 읽히는 단어가 사용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릴리트의 실제 정체는 수메르 신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수메르 신화 <길가메쉬와 엔키두의 저승여행> 중 일부를 옮겨보면,

오 년이 십 년이 벌써 지났다.
나무는 크게 자랐으나 그 껍질은 갈라지지 않았다.
그 뿌리에 주문呪文을 알지 못하는 뱀이 보금자리를 쳤다.
그 가지에 천둥새가 새끼들을 앉혔다.
16)
그 기둥에 젊은 여자 허깨비가 집을 지었다.
17)
늘 웃으며 즐거운 젊은 여자
거룩한 인안나가 눈물을 흘렸다.

16) '천둥새'라고 번역한 '안주'(Anzu)는 사자의 머리에 독수리 날개를 가진 모습의 새로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예술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다. 안주는 천둥을 일으키는 무서운 힘을 가지고 있으며 '전쟁신' 닌우르타의 상징이다. 천둥새를 주제로 한 많은 이야기들이 수메르 어와 악카드 어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수메르 서사시 <루갈반다와 안주>, <닌우르타와 큰 대추야자나무 아작의 전쟁>, 악카드 서사시 <안주와 운명의 토판> 등이 있다. 

17) 들판에서 헤매는 '젊은 여자 허깨비'(ki-sikil lil2-la2)는 악카드 어로 lilitu이다. '뱀이 보금자리를 치고 새가 새기를 앉히고 젊은 여자 허깨비가 집을 지었다'는 세 문장을 거의 그대로 번역한 부분이 히브리 성서의 이사야 34장 14~15절에 나온다. '릴리트'(여자 허깨비)는 거기(폐허가 된 궁궐)에서 마음을 가라앉히고 쉴 자리를 찾을 것이다. '칡 뱀'이 보금자리를 치고 알을 낳고 알을 까서 그의 그늘 아래 새끼칠 것이다. 솔개들이 거기에 짝지어 모일 것이다.' 히브리 어 릴리트(לילית)는 악카드 어 lilitu를 음역한 것이다. 

                                                                                        ----- 조철수 저 <수메르 신화> 372~373쪽 에서 발췌 -----


17번 각주에 의하면, 릴리트는 분명 악카드어 기원을 가지고 있는 단어이며 수메르 신화에서 릴리트가 등장하는 장면의 이미지를 이사야서에서 그대로 차용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사야 34:15의 구절을 번역본 별로 보면,

개역개정     부엉이가 거기에 깃들이고 알을 낳아 까서 그 그늘에 모으며 솔개들도 각각 제 짝과 함께 거기에 모이리라
        
개역한글     부엉이가 거기 깃들이고 알을 낳아 까서 그 그늘에 모으며 솔개들도 그 짝과 함께 거기 모이리라 
        
공동번역     독사가 자리를 잡아 알을 낳고 그 알을 까서 새끼들을 우글거리게 하는 곳, 더러운 새들이 끼리끼리 모여드는 곳이 되리라.      
        
새번역     부엉이가 집을 만들어 거기에 깃들고, 그 알을 낳아 까서, 제 몸으로 그늘을 만들어 덮을 것이다. 솔개들도 제 짝과 함께 그리로 모일 것이다.     
        
현대인의성경     부엉이가 거기서 깃들이며 알을 낳아 새끼를 까고 그 날개 그늘 아래 그것을 모으며 솔개들도 하나하나 그리로 모여들 것이다.

와 같이 여러 번역본 에서 "부엉이"로 번역한 단어는 실제로는 "뱀"의 의미입니다. 이사야 34:14~15의 구절을 보면, '릴리트, 뱀, 새가 보금자리를 마련한다'라는 정황에서 수메르 신화의 표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열등한 문화를 가지고 있던 사막 도적 떼의 부족이 이것저것을 모아서 짜깁기 한 문서이기에 주변의 우월한 문화를 가지고 있던 지역의 신화를 차용했던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지요.. 이런 문서 쪼가리를 보면서 진리라고 주장하는 애덜도 있기는 하지만.. 



덤으로, 각주 16번에 등장하는 천둥새의 모습(사자 머리에 독수리의 날개)는

첫째는 사자와 같은데 독수리의 날개가 있더니 내가 보는 중에 그 날개가 뽑혔고 또 땅에서 들려서 사람처럼 두 발로 서게 함을 받았으며 또 사람의 마음을 받았더라 또 보니 (다니엘 7:4)

에 등장합니다.



ps 1. 릴리트는 처음에는 여자 허깨비로 출발하였으나, 후대의 예술작품에서는 올빼미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다른 신의 모습으로 변신(?)하게 되어 이쉬타르 또는 아테나의 이미지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ps 2. 릴리트에 관한 유대인들의 전승에 따르면, 아담을 버리고 홍해로 간 릴리트가 많은 남자들을 유혹했다고 합니다만.. 이 많은 남자들의 출처(?)는 불분명 합니다. 이것과 비슷한 사례가 카인이 아벨을 죽이고 쫓겨날 때에도 카인이 누군가에 의해서 죽임을 당할 것을 걱정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사실 이런 장면들은 고대의 창조 설화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것으로 '창조 설화의 의미가 민족의 기원을 설명'이라는 것이지요. 

애초 바이블을 집필하던 고대 유대인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들을 현대의 기독교인들이 우주 전체의 창조를 받아들이면서 모순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소설을 덧붙일 수 밖에 없는 이상한 상황이 되버렸지만...
출처 http://www.antibible.co.kr/bbs/board.php?bo_table=free_bbs&wr_id=16039&page=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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