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빛이 푸석해졌다.
눈이 나빠졌다.
오른쪽 다리를 절기 시작했다.
앞을 못 보게 되었다.
몸이 갈수록 앙상해지고
쳇바퀴도 거의 돌리지 않기 시작했다.
체온이 차가워졌다.
네 자랑이던 꼬리마저 앙상해졌다.
자주 넘어지고 혼자 일어나지 못한다.
네발로 서지 못하게 되었다.
물과 음식을 입에 갖다대야 겨우 먹는다.
누워서 숨만 작게 쉰다.
내가 주는 물도 음식도 자꾸 거부한다.
움직이지도 못하고 숨만 쉰다.
나는 오늘 너를 죽이기로 마음먹는다.
내 손으로 널 죽이고
너의 등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차갑다.
너무 앙상해 뼈마디가 느껴진다.
하지만 네 털은 살아있을 때와 같이 곱구나.
이런 널 내가 죽였구나.
너는 고통스럽더라도 하루를 더 살고 싶었을까.
미안하다 말해도 용서 받을 수 없겠지.
그러면
난 너에게 용서를 구하지 않겠다.
다음생이 있다면
더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 존재로 태어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