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전광훈·김홍도 목사 주도한 정당 발기대회 가보니
애초 극우 기독교정당 대회로 알려진 것과 달리 반공애국국민대회로 명칭 바뀌어
신도 3000여명이 가득 들어찬 장충체육관에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가 연단에 들어서자 연신 박수가 터져 나왔다. 신자들은 손에 들고 있던 작은 태극기를 흔들어대었다. 김 목사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여러분이 목사의 말에 얼마나 순종하는지 보고 싶습니다. 다들 일어나세요” 그러자 3000여명이 우르르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딘가에서 “아멘”하고 외치는 소리도 들렸다.
30일 오후 2시 금란교회 등 대형 교회 신도들이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 모여들었다. 금란교회의 경우 20개가 넘는 교구가 총 동원됐다. 이들 손에는 ‘대한민국을 무너뜨리는 전교조를 몰아내자!’고 적힌 교계 신문이 들려 있었다.
체육관 곳곳에는 극우 정치 구호들이 담긴 현수막들이 내걸렸다. “북한체제 비호하는 종북 위헌정당 민노당 해산하라”, “남로당 빨치산의 후손들이 자숙하지 않고 대한민국을 혼란시킨다면 전원 구속하라” 등의 과격한 내용의 현수막들이 체육관 곳곳에 내걸렸다.
극우 기독교정당 발기인 대회로 알려졌던 이 대회는 이날 반공애국국민대회로 명칭이 바뀌어 있었다. 이날 대회의 사회를 맡은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나라를 걱정하는 목사님들만 모여서 정당을 만들면 한계가 있기 때문에 좀 더 외연을 확대한 뒤 발기인 대회를 여는 게 좋겠다는 판단이 들어 행사 성격을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극우 기독교 정당을 준비하는 데 앞장서고 있는 김홍도 금란교회 목사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청교도영성훈련원장)가 나란히 참석해 기독교 정당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이들은 “한국 정치가 위기에 빠져 있다. 정치를 바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광훈 목사는 2005년 1월 대구에서 열린 한 종교집회에서 “이 성도가 내 성도 됐는지 알아보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젊은 여집사에게 빤스(팬티)내려라, 한번 자고 싶다 해보고 그대로 하면 내 성도요, 거절하면 똥이다”라고 말해 물의를 샀던 인물이다. 전 목사는 지난 29일 경기 남양주 양수리에서 열린 ‘3000대 교회 초청 기독교지도자 포럼’개회 예배에서 “내년 4월 기독교 정당을 만들어 아이 5명을 낳지 않으면 감방에 보내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참석한 신자들에게 전 목사의 이런 말들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 분위기였다. 전광훈 목사가 직접 개회선언을 통해 “대한민국은 지금 뜨거워져가는 물속에서 서서히 죽어가는 개구리처럼 다 죽어가고 있다.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말하자 신자들은 “아멘”하고 외쳤다.
김홍도 목사가 이어 연설에서 나섰다. “목사인 제가 왜 (기독교 정당 창당 등) 정치적인 일에 나서냐고 질문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사탄과 싸우기 위해서입니다. 공산당과 싸우는 건 정치가 아니에요.” 신자들은 “아멘”하고 외치며 태극기를 연신 흔들었다. 이들에게 김홍도 목사가 32억원의 교회 공금을 횡령해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750만원을 선고받은 범죄인이라는 사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아 보였다. 사회를 맡은 봉태홍 대표는 “김홍도 목사같은 분이 우리 곁에 있는 건 하늘이 주신 축복이다”고 추켜세웠다.
이날 대회에는 극우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연설을 했다. 이들의 연설은 간첩으로 시작해 간첩으로 끝났다.
이재관 재향군인회 부의장은 “곳곳에 간첩이 있다”고 선동했다. 이 부의장은 “대한민국은 간첩이 가장 살기 좋은 나라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죽는다고 선동한 사람들, 멕아더 장군 동상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 희망버스와 제주 해군기지 반대운동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간첩이 숨어 있다”고 주장했다.
이도형 한국논단 대표는 한나라당에도 빨갱이가 있다고 한나라당을 거세게 비판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믿고 뽑아준 172명의 한나라당 국회의원들 가운데에는 국가관이 제대로 된 의원이 23명 뿐이다. 나머지는 빨갱이거나 빨갱이에 동조하는 사람들이다. 한나라당을 믿고 내년에 종북좌익 정권 탄생을 막을 수 있을지 염려된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에는 김충환 한나라당 의원도 참석했다. 김 의원은 “한국인은 하나님의 자손이다”고 주장했다. 연단에 선 김 의원은 “이 세상에 자신을 하나님의 자손이라고 믿는 나라가 두 나라가 있다. 바로 이스라엘과 한국이다. 우리는 건국 신화에서부터 하나님 자손으로 되어 있다”고 연설했다. 김 의원이 연설 중간 중간 “믿습니까”라고 물으면 신자들은 “네”라고 대답했다.
대회 중간 신혜식 독립신문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이 합헌이라고 판결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신자들은 “와”하는 환호성을 질렀다.
신 대표는 이어진 연설의 상당 부분을 민주노동당 비판에 할애했다. 신 대표는 “민주노동당은 간첩 소굴이다. 자본주의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신 대표는 최근 민주노동당이 당원 투표를 통해 사회주의 관련 강령을 삭제했다는 이야기는 전하지 않았다. 신 대표가 “민주노동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할 때 체육관 내 스피커에서는 ‘쿵쿵쿵쿵’하는 커다란 북소리가 계속 나와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교인들은 정수라의 노래 ‘아 대한민국’을 부르며 대회를 마무리 지었다. 참석자들은 “대한민국 만세, 좌파 척결 만세”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대회에 참석한 기독교인들은 어떤 심정에서 이런 대회에 참석한 것일까. 인터뷰에 응한 신자들은 “나라가 위기에 빠져 있다”고 입을 모았다. 20년동안 금란교회를 다니고 있다고 소개한 마애주씨는 “신자 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위기를 느낀 적이 없다”며 “나라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씨는 “사탄들과 맞서 싸워 대한민국을 구해내야 한다. 금란 교회 신자들의 공통적인 생각이다”고 전했다.
50대 금란교회 신자는 “간첩 색출에 게으른 한나라당을 더 이상 믿을 수 없다. 새로운 기독교 정당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자신을 금란교회 장로라고 소개한 전영옥(65·가명)씨는 “가난한 사람과 부자가 똑같은 복지를 누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공산주의 논리”라며 “무상급식을 주장하는 사람들에 맞서 나라를 사랑하는 기독교인들이 나서야 한다”고 호소했다.
몇몇 신자들은 언론의 인터뷰 요청에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참석자 홍아무개(47)씨는 “왜 금란교회만 나쁘게 그리냐”고 따지며 “금란교회 신자들에 대해 나쁘게 기사 쓰면 안된다”고 부탁했다.
대회에 참석한 금란교회 신자들은 교회에서 동원한 20여대의 버스를 나눠타고 각자 집으로 돌아갔다. 금란교회 관계자는 동원된 버스를 촬영하는 취재진에게 찍은 사진을 내어놓으라며 항의하기도 했다.
출처 :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2&oid=028&aid=0002108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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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유게에 올릴까 고민을 했네요 ㅋㅋㅋㅋㅋ 참 재밌는 나랍니다.
한나라당도 빨갱이로 몰리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