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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찮은 설날 선물!
게시물ID : animal_19330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ocialga
추천 : 18
조회수 : 85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2/18 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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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평어체로 작성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날이 풀렸는지 오다가다 보면 유독 추웠던 올해 겨울에 꽁꽁 숨어있던 길고양이들이 눈에 많이 띈다.
조금 전에도 노랭이 한마리가 내 앞을 슥 지나가더니 빌라 외부 주차장으로 들어간 걸 호기심에 쫓아 갔더니 그새 사라졌다.
다시 길을 재촉해 편의점을 지나가니 빌라 앞 종이박스 위에 노란 등에 하얀 배를 가진 녀석이 눈을 꿈벅꿈벅하며 식빵을 굽고 있다.

원래 동네 인심이 사나워서인지 길고양이들이 사람 그림자만 봐도 화들짝 놀라서 숨는 동네인데
신기해서 왔다갔다하면서 녀석의 시야에 들어도 당췌 도망칠 기미를 안 보인다.

신기한 녀석이네 하면서 길을 재촉해서 몇 걸음을 옮기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그래도 설날인데 녀석에게도 떡국같은 선물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다시 발걸음을 돌리니 기특하게도 아직도 그 자리에서 꿈적도 안하고 있길래 편의점에 들려 작은 캔 하나와 생수를 쳥긴다.
뿌듯한 마음에 길냥이 녀석이 있는 곳에 다시 가니 그 몇초도 안되는 사이에 녀석이 사라졌다.
하이고 참으로 운도 없는 녀석이네하고 발걸음을 돌리려는 찰나에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빌라 출입구 쪽으로 조금 더 들어가니
다행히도 녀석이 그곳에서 얼쩡거리고 있었다.
편히 좀 쉬려고 하는데 왠 이상한 사람 녀석이 깔짝대니 신경에 거슬려서 그곳으로 피신했나 보다.

급하게 종이를 깔고 캔을 까주고 캔에는 생수를 담아 주니 평소에서도 그렇게 동냥질을 자주했는지 
아니면 고기냄새에 경계심을 풀었는지 금방 와서 허겁지겁 고기를 먹는다.

혹시나 신경을 거스를까봐 멀찌감치 물러서서 지켜보니 한입 물고 주위를 둘러보고 한입물고 주위를 둘러보고...
밥한끼조차 편안히 먹지 못하는 모습이 애처롭다.

비록 풍족하지 못한 양이지만 열심히 먹다보니 금방 밑바닥이 드러나고 
조금이나마 남은 고기조각과 기름을 맞보려고 혓바닥으로 종이를 밀어내다보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혓바닥으로 종이를 밀어내는 우스운 꼴을 연출한다.
한참을 그러더니 요령이 생겼는지 앞발로 종이를 붙잡고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남은 고깃조각을 열심히 핣아 먹는다.

길고양이가 깨끗한 물을 먹기가 힘들어 몸이 붓는다는 글을 읽어서 캔에다가 물을 부어졌는데 
다행히 고기를 다 먹고나더니 캔에 담긴 물을 할짝거린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었고 배가 덜 찼는지 물보다는 캔 뚜껑에 달라붙은 고깃조각에 더 관심이 있다.

다 마무리한 후 남의 집앞을 지저분하게 하는 건 실례라서 고기를 올려놓았던 종이와 캔을 비닐봉투에 담은 후 녀석을 보니
부족하나마 배를 채워서 그런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 같다.

한캔을 더 줬으면 좋았을 것 같기도 하지만
평상시에 길고양이들한테 이런 적선을 전혀 하지 않는 내가 캔 하나를 조공한 것은
다른 해보다 추웠던 올해 겨울을 이겨낸 녀석에게 주는 포상일 수도 있고 아니면 내가 먹은 낮술을 위력일 수도 있겠다.

한순간의 동정심일지라도 추운 이번 겨울을 이겨낸 녀석에게는 캔 하나를 조공받을 자격이 있다는 생각이 들며
마지막 고비인 꽃샘 추위도 거뜬히 이겨내고 건강히 살아가기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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