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을 하고 음료를 받으면서 번호를 부르길래 번호가 적힌 영수증을 위에 올려 놓았죠.
그랬더니 알바가 저한테 말하기를
영수증은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라고 하더군요.
순간 당황스러워서 가만히 있었더니 또 다시 크고 우렁찬 목소리로 똑같은 말을 반복하는 겁니다.
영수증은 옆에 있는 쓰레기통에 버려주세요.
이 정도면 당연히 저에게 명령하는 듯한 태도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손님이 내미는 상황도 아니고 이미 올려 놓은 것인데 그걸
"그건 거기다 버리는 게 아니니까 네가 다시 집어서 저기 옆에 쓰레기통에 직접 넣어라"
라고 명령하는 것이죠.
마치 학교 선생님이 애들한테 시키는 것처럼 말이죠.
은행이나 패스트푸드, 병원, 관공서 등 번호표를 사용하는 다른 어디에서도
이런 식으로 손님에게 이래라 저래라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직원을 만난 기억이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서비스업, 서비스업 종사자의 역할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아요.
서비스업이라는 건 손님의 필요와 요청에 응하는 것입니다.
자신이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사소한 일은 처리해주는 것이 종사자의 역할입니다.
물론 이 점을 악용해서 외부 쓰레기를 건네면서 버려달라고 한다든가 하는 식의 갑질을 하는 건 안 되겠죠.
직원이든 누구든 부탁을 당연히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갑질의 경우나 무엇을 해달라는 요구를 할 때는
그걸 거절할 권리가 있다는 건 인정합니다.
하지만 손님의 부탁을 들어주기는커녕 손님에게 이래라 저래라 시킨다는 건 정말 상식 밖의 태도라고 봅니다.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도 남에게 무엇을 시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말이나 태도는 삼가는 것이 교양 있는 사람의 상식입니다.
하물며 제가 위에 올려 놓은 것이 어떤 다른 물건이나 쓰레기도 아니고 지네가 나한테 발행한 번호표, 종이 쪼가리 한 장입니다.
손님과 직원이라는 그런 관계를 다 떠나서 인간 대 인간의 관계에서 보더라도 무례한 행태입니다.
왜냐하면 자기 바로 앞에 있는 작은 종이 한 장이고 자기도 바로 손만 뻗어서 집어서 처리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그걸 자기가 하지 않고 굳이 남에게 하라고 하는 상황이니까요.
건전한 상식에 의하면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자기도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을 쟤는 왜 굳이 남한테 시키지?"
자기가 하면 안 되는, 할 수 없는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은 이상 대등한 인간 대 인간의 관계라고 봐도 충분히 반감을 살 수 있는 무례한 태도죠.
물론 스타벅스 홈페이지를 통해 이 점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습니다.
역시 예상 밖의 답변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사실상 자기네가 잘못한 것이 없다는 내용입니다.
개인정보가 있기 때문에 직접 처리해 주실 것을 요청 드리고 있다는 핑계와 함께 말이죠.
개인정보가 있으면 유출되지 않게 안전하게 처리하는 것이 당신들의 의무입니다.
정말로 그게 문제라면 그렇게 쓰레기통에 버리도록 놔둬서는 안 되죠.
은행에 있는 것처럼 분쇄기를 비치해서 개인정보가 유출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이정도면 정말 상식도 없는데다가 지능에도 문제가 있어 보이는 일 처리입니다.
프로페셔널한 직업 의식과 직무 수행 개념을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단순히 본능적 기분과 감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는 수준이니까요.
얼마전에 뉴스를 보니까 고양시 스타벅스 매장에서 타일이 떨어져 부상을 입은 손님에게 직접 찾아와서 배상 서류를 작성하라고 했다죠.
엄밀히 따지면 찾아가는 교통비와 수고도 배상해야 하는 손해에 포함되는데도 그런 식으로 일 처리를 한다는 건 정말 직원들 수준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허영심만 가득하고 기본적인 서비스 개념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는 것이 스타벅스 코리아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