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혹시, 무서워 하는 것 있으세요?(자작 글)
게시물ID : panic_193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anyFany
추천 : 4
조회수 : 3282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1/09/07 03:39:54
"무서워 하는 것 있으세요?"
"네?"
소개팅 자리. 이제 통성명이 끝났는데, 남자가 무서워 하는 것을 물어왔다.
좋아하는 것이나 취미 같은 것을 물어올줄 알았던 여자는 황당해 실없는 소리를 내었다.
"혹시 선단 공포증이라고 아세요? 오쿠다히데오 소설 공중그네에도 나왔는데."
여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를테면 바늘이나 칼같이 생긴 것을 무서워 하는 거에요. 저도 심하지는 않지만, 그 공포증을 앓고 있고요."
"아, 그래서..."
둘이 만난 곳은 일식집이었고, 남자는 젓가락을 쓰지 않고 먹을 수 있는 초밥 같은 것만 주문 했다.
"아무래도 이런저런 오해를 많이 받아서요. 먼저 밝혀 두는 편이 좋겠다 싶어서."
여자도 오랜만에 초밥을 먹을 수 있어서 좋기는 했지만, 앞으로 만날 때 마다 초밥을 먹어야 한다면 그것도 조금 꺼려 졌다.
"제 경우에는 심한 것은 아니라서 원하신다면, 레스토랑같은 곳도 괜찮아요."
여자는 생각을 들킨 것 같아 창피함에 고개를 숙였다.

남자는 뾰족한 물건을 피한다는 것만 빼면 괜찮은 남자였다. 
매너도 좋았고, 유머감각도 있었다. 게다가 좋은 집안의 아들이라고 했다.
소개팅은 즐겁게 지나갔다. 남자는 여자를 집까지 차로 데려다 주었다.
"오늘 즐거웠습니다. 조만간 연락드릴게요."

둘은 만남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서로 바쁜 관계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지만,
일 주일에 한번은 꼭 약속을 잡았다.
남자는 여자를 만날때마다 즐거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여자는 조금 수척한 모습이었지만, 약속을 거절한 적은 없었다.
둘은 확실히 서로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오늘도 즐거웠어요."
평소처럼 차에서 내려서려는 여자를 남자가 잡았다. 남자가 그대로 여자를 끌어당겨 키스하려했다. 여자는 순간의 고민 끝에 허락하려고 하는데 발목에서 무언가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남자는 아니었다. 남자는 여자의 어깨를 잡고 있었다. 좋은 분위기를 망치기 싫었지만, 그것이 종아리를 타고 올라오고 있어서 도저히 무시할 수 없었다.
여자는 남자를 살짝 밀치고 다리를 보았고, 그대로 혼절해 버리고 말았다.

여자가 눈을 뜬 곳은 남자의 방안이었다. 남자는 의자에 앉아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다.
"일어났어?"
여자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해 멍하니 누워 있었다.
"너, 거미를 싫어 한다며? 그것도 기절해 버릴 정도로."
여자가 급하게 남자를 돌아 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멱살을 잡고 흔들어 대고 싶었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남자를 노려보는 일 뿐이었다.
"모으느라 힘들었어. 거미도 꽤 비싸더라고."
여자는 소개팅 후 부터 이상한 일들에 시달리고 있었다. 이불 속, 서랍장 안, 가방, 파우치, 구두 등 거미가 붙어 있었다.
약도 사서 뿌려보고, 해충퇴치 업자를 부르기도 했었지만, 거미는 좀 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유일하게 거미가 없던 때는 이 남자와 만나던 시간이었다. 그래서 더더욱 여자는 남자와의 만남을 거부하지 않았다.
"이거 봐줄래?"
남자가 포겐 두 손을 서서히 열며 여자 앞에 가져갔다. 그 안에는 역시 거미가 들어있었다.
남자는 그대로 여자의 배 위에 거미를 올려 두었다.
여자는 기절할 것 같은 정신을 애써 붙잡고 주위에 뾰족한 것이 없는지 찾기 위해 두리번 거렸다.
여자의 눈에는 눈물이 계속 흘러나와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남자에게서 벗어나는 방법은 그 것 뿐이었다.
남자는 그 모습을 보며 한참을 웃다, 여자의 귓가에 살며시 속삭여 주었다.
"혹시? 뾰족한거 찾고 있어? 그런데 말이야. 선단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거미를 만질 수나 있을 까?"


"야, 그 여잔 어떻게 됬어?"
"몰라, 잘 되나 싶었는데 그쪽에서 갑자기 연락을 끊더라고."
"넌 어째 만나는 여자마다 그러냐. 이번엔 잘좀 해봐."
"난 매번 최선을 다한다고. 그래서 이번 여자는 뭘 무서워해?"
"음.. 그 뭐더라..

밝은 햇살이 내려오는 레스토랑 한편에 처음 만난 사이인 듯 어색한 두사람이 앉아있다.
남자의 눈은 햇살을 받아 반짝이며 빛났다.
"혹시, 무서워 하는 것 있으세요?"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