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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건을 통해 우리가 알고 넘어가야 할 것들 ①
게시물ID : sisa_193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무법천지
추천 : 7/13
조회수 : 28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06/01/12 05:10:51
서프에서 방금 보다가 소름끼칠 정도로 명문이라 펌질합니다. 
황교수를 싫어하는 분들은 다만 거부감이 좀 들 듯하니, 미리 염두해두시던지, 넘기시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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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의 진실지상주의는 독재권력이 키운 모더니즘 



MBC와 그들을 지원해 온 세력들이 속속 드러나는 황박사 논문의 허위적 사실들을 바라보며 혹시라도 마치 전쟁터의 승자가 된 것으로 착각할까봐, 노파심에서 이 글을 올린다. 그들의 사고방식이 마치 제철을 모르고 피는 온실 속의 꽃처럼 얼마나 시대착오적인지 우리 모두 알아야 하겠기에 이 글을 올린다.   

나찌는 인간 신체의 비밀을 낱낱이 밝혀 내기 위해서 유태인을 마루타로 사용했다. 이처럼 윤리적인 판단이 선행되지 않은 진실 캐기는 상상을 초월하는 재앙을 가져 올 수 있다. 

진실은 함부로 캐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파시즘의 광풍이 몰고 간 이후 서구의 지성들이 뼈아프게 깨달은 통찰이며, 대략 뭉뚱그려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불리우는 현대 사상의 핵심이기도 하다. 

실제로 황우석의 진실 캐기로 우리사회는 대재앙을 겪고 있다. 국가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고, 그러지 않아도 열악하기 짝이 없는 우리나라의 과학 환경이 위축되고, 약소국의 설움을 딛고 선진국으로 도약한다는 자긍심에 행복했던 국민들의 가슴을 멍들게 하고, 대한민국 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진짜로 밝혀야 할 중대한 비리들은 이슈 바깥으로 밀려나고...게다가 수십조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던 수익성의 손실까지 따져 보면, 수천만불의 피해액과 수십만명의 불행한 이재민을 만들어 낸 미국의 카트리나보다 더 큰 재앙이다. 

그럼에도 MBC 피디수첩과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이 아직도 진실의 추구는 <절대선>이라고 생각한다면, 더구나 자신들의 승리는 악에 대한 <선>의 승리이며 스스로 용기있는 자들이라고 자족하고 있다면, 그들이 대한민국의 언론과 여론을 주도할 권력을 손에 쥐고 있는 세력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한민국의 장래에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다. 

MBC 피디수첩과 그들을 옹호하는 세력은 알아야 한다. 진실의 폭로가 윤리적인 <선>과 일치하는 것은 오로지 중세의 교권과 같은 폭압적인 전제 권력 아래서일 뿐, 보편적인 이치가 아니라는 점을. 

전제 권력의 권위와 힘은 은폐와 신비화에서 나온다. 따라서 은폐된 진실을 드러내는 일은 곧 전제 권력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을 의미한다. 도전을 차단하고 은폐를 유지하려면 전제권력은 극악무도한 검열과 처벌 제도를 가동시켜야 한다. 필연적으로 전제 권력은 극악무도한 폭압 권력이 된다. 폭압권력 하에서는 은폐의 주체가 명백한 악의 실체이기 때문에 은폐된 사실을 밝히는 것은 무조건 <선>이라는 등식이 성립된다. 뿐만 아니라 목숨 건 용기를 필요로 한다.  

하지만, 은폐의 주체가 극악무도한 전제 권력이 아니라면? 상황은 달라진다. 우리는 독립투사의 은신처를 일경에게 고발한 정직한 조선인의 행동을 <선>이라고 말하지 않는다. 용감하다고 말하지도 않는다. 이처럼, 은폐의 주체가 명백한 악이 아닌 경우, 은폐된 진실을 폭로하는 것과 <선> 사이의 등식은 여지없이 깨진다. 그것은 용기도 아니요 선도 아니다. 

우리가 어떤 행위에 대해 잘한 일인지 잘못한 일인지, 혹은 해야 할 일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것은 윤리의 차원에 속한다. 즉 가치판단의 문제인 것이다. 어떤 것이 사실인가 아닌가에 관한 것은 진위판단의 문제이지만, 그 사실을 밝힐 것이냐 말 것이냐는 윤리의 차원에서 다루고 결정해야 하는 사안이다. 

진실을 밝히는 것이 <선>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을 때 결과는 어떠했나? 상자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 善이었나? 판도라의 상자 에피소드가 정말로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는 인간에게 불행이 시작된 기원에 관한 것이라기보다,  <진실을 함부로 파헤치는 것은 악>이라는 경고이다.  

다만, 전제적인 폭압권력 하에서는 지배권력이 총체적인 은폐 위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진실을 밝히는 것은 곧바로 악에 대한 항거를 뜻한다. 그곳에서 진실을 밝히는 것은 언제나 <선>의 가치를 지닌다. 그래서 폭압적인 전제 권력 아래서는 진실을 밝히는데 별도의 윤리적인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진실을 밝히는 것은 모든 악을 척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일 뿐이다. 그래서 <진실지상주의> 이데올로기가 형성된다. 

<진실지상주의>는 종교권력이라는 특정한 환경 속에서 형성된 <특수한> 이데올로기였다. 즉 폭압적인 전제 권력과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제 가치를 발휘하는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이는 바꿔 말해서 폭압적인 전제 권력이 사라진 상황에서는 수정되거나 철회되어야 하는 이데올로기인 것이다.  

서구의 근대는 태생적으로 중세 교권에 대한 저항 속에서 싹튼 것이었기에, 중세의 저항 이데올로기인 <진실지상주의>는 서구의 근대 담론의 기본 골격을 이루고, 제국주의와 함께 세계 도처에 전파되었다. 

특히 폭압적인 전제권력이라는 점에서 중세의 교권과 다르지 않은 제3세계의 독재권력 하에서 <진실지상주의>는 제 가치를 발한다. MBC가 내세운 <진실만을 추구한다>는 케치프레이즈로 표상되는 <진실지상주의>는 실제로 우리나라 독재정권 하에서 광범한 호소력을 갖고 전파되어 뿌리를 내림으로써, 독재정권이 사라진 지금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영원한 진리요 <선>으로 신봉되고 있다.  

하지만, 서구의 지성은 혹독한 파시즘의 댓가를 치루고 나서, 자기들이 세운 <진실지상주의>를 스스로 부정하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파시즘은 윤리의 고삐가 풀린 진실지상주의가 인류에게 어떤 처참한 재앙을 가져 오는지 뼈아픈 교훈을 남긴 역사적 사건이었다. 나찌가 인간 신체의 비밀을 낱낱이 알아내기 위하여 사용한 마루타는 진실지상주의가 가지고 있는 반윤리적인 맹점을 알게 해주는 하나의 충격적인 실례에 불과하다. 

과학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서 가능했던 <파시즘>에 대한 통렬한 반성과 깨달음 이후 등장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은 <진실지상주의>의 깃발을 내리고 일종의 윤리 우선주의를 표방한다. 포스트모더니즘과 함께 진위를 따지는 진리 담론은 내려 앉고, 가치를 숙고하는 윤리 담론이 부상한다. 

포스트모던의 윤리 담론이 이룩한 획기적인 전환은 단지 진위 판단보다 가치 판단을 중시한다는 데 있 있는 게 아니라, 실은 순수한 진위 판단이란 존재 하지 않으며 진위판단에는 반드시 가치판단이 게재되어 있다는 점을 새롭게 인식했다는 데 있다. 즉 포스트모더니즘의 윤리 담론은 <인간이 하는 모든 행위는 근본적으로 윤리적이다>라는 통찰로부터 출발한다. 

엄밀히 따지고 보면 진실을 캐는 행위조차 어떤 특정한 의도성이 전제되어 있지 않은 순수한 진실캐기인 경우는 없다. 모든 진실 캐기는 특정한 의도에 의해 촉발된다. 세상에 캐야 할 진실들은 무진장하게 많다. 그런데 굳이 어떤 하나를 꼬집어 진실을 캐겠다고 나서는 것은 특정한 의도 때문이다. 심지어는 과학의 경우에도 새로운 발견들은 모두 그보다 앞선 발견을 부정하거나 미흡한 것을 보충하기 위해서 이루어진 것이지, 순수하게 자유로운 선택에 의한 것이 아니다. 

요컨대 모든 진실캐기는 '기획성 취재'인 것이다. 인간에 의해 발견되는 모든 진실은 누군가를 부정하고 다른 누군가를 두둔하기 위해 밝혀진 것들이다. 이처럼 모든 진실은 본질적으로 정치성을 띠고 있다. 

따라서 이번 황우석 사건에 있어서도 MBC는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것이 결과적으로 누구를 두둔하고 누구를 부정하게 되는지에 관해 진지한 고민을 했어야 했다. 진실을 파헤치는 것은 억울한 누군가를 그 억울함의 고통에서 구해 주기 때문에 가치가 있는 것인데,  황우석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서 누구의 억울함을 보상해 주었나? 황우석 교수에게 부당하게도(?) 주도권을 빼앗겼던 대한민국 생명과학계의 다른 교수들? 아니면, 황우석 교수에게 부당하게도(?) 주도권을 빼앗겼던 세계의 생명과학자들? 아니면 노성일 이사장의 사리사욕을 위해서? 

이 모두가 생명과학계 내의 권력의 역학관계와 관련된 사람들이지 그 속에 대한민국의 민초들을 위한 배려가 낄 여지는 없다. 당신들이 <파시즘의 광기>라 부른 민초들의 분노가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 아직도 당신들은 알지 못하는가? 그러고도 MBC, 당신들은 여전히 민중의 지팡이라 자처하려는가? 

MBC와 <한겨레>를 비롯한 일명 진보 세력들이 탈윤리적인 <진실지상주의>의 함정을 아직도 빠져 나오지 못하고 허우적대는 것을 보면 독재정권의 폐해가 저토록 질긴 것이구나 하는 서글픈 생각이 든다. 

독재에 대한 투쟁에 길들여지면 윤리에 대한 섬세한 의식은 마비되고, 참(眞)에 대한 의식만 비대해진다. 이제 독재 정권은 사라지고 없는데도 관성의 법칙을 이기지 못한 인간의 의식은 윤리를 망각한 진실지상주의의 칼을 휘둘러 대한민국을 도무지 쓸어 담을 수 없는 만신창이로 만들어 놓고야 말았다. 

MBC여, 한겨레여, 오마이여, 프레시안이여, 그리고 그들과 함께 진실을 운위하는 지식인들이여, 이제 독재정권은 사라지고 없는데 진실의 칼을 함부로 휘두르면 그 칼에 제일 먼저 베이는 것은 약싹바르지 못한 민초들이라오. 새해에는 제발 좀 깨몽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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