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가 발생했다.
발생(發生)-
[명사] 어떤 일이나 사물이 생겨남.
지난 4월 15일 오후 9시경 인천여객터미널을 떠나 제주도로 향하던 6,800톤급 <세월호> 여객선이 16일 오전 8시 50분경 진도 앞바다 병풍도 인근 맹골수도를 지나다 침몰하였다.
사고 여객선엔 수학여행중이던 안산 단원고 2학년 학생들과 일반 탑승객, 선원 등 총 인원 459명...이 아니고 462명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475명인 것으로 집계했다가 476명으로 정정했는데 신원불명의 외국인 시신이 발견되어 477명으로 최종집계하였지만 사건 발생 1주일이 지나도록 이 숫자도 아직 정확히 모르는 실정이다.
여객선을 타 본 사람은 알 거다. 배에 타기 위해선 주민번호와 주소, 연락처를 기입하게 되어 있다. 이를 '승선명부'라 한다. 헌데 <세월호> 탑승 인원 수가 정확히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발권 규정을 무시하고 덮어놓고 승객-화물을 받은 해운사, 허술한 운항관리를 한 해운조합, 감독에 나서지 않은 해경 등의 총체적 삽질에서 찾을 수 있겠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해운사가 인천항의 허술한 발권 시스템을 악용해 비자금을 만드는 건 오랜 관행"이란 소식도 들려 온다.
사고는 언제든지 날 수 있는 거다. 그런데...
구조(救助)-
[명사] 재난 따위를 당하여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을 구하여 줌.
최초 신고자는 고등학생 A군(17세)으로 알려졌다.
전남소방긴급구조본부와 해경에 따르면 지난 16일 사고 당시인 오전 8시 52분 32초께에 A군은 전남소방본부 119로 구조요청을 하며 "살려주세요. 배가 침몰하고 있어요."라고 외쳤다. 소방본부는 이 통화를 목포 해경에 3자 통화로 인계했고 목포 해경은 신고자에게 위도와 경도를 물었으며 그렇게 4분여가 흘렀다.
그 시각 선원들은 제주 해상관제센터(VTS)에 신고하고 있었다.
선박이 조난 구조신호를 보낼 때 사용하는 무선 주파수는 16번 채널이며 이는 국제적 약속이라고 한다. 하지만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채널이기에 추후 해수부나 해경 등에서 문제 삼을 수 있으므로 16번 채널을 무시하고 12번 채널을 사용했단다. 그래서 바로 옆인 진도 해상관제센터가 아닌 제주 VTS와 처음으로 교신한 것이다. 이미 배가 많이 기울자 부랴부랴 진도 VTS로 구조요청을 한 선원 측은 선교에 모여 해경 측에 '구조선이 언제 오느냐'고 물었고 '선장의 판단에 따라 퇴선하라'는 해경 측 답변에 자신들만 아는 통로를 통해 전원 퇴선하였다. 승객들에게 '위험하니 움직이지 말고 객실에 대기하라'고 방송 한 뒤였다.
그리고 최초 신고자 A군은 지난 23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오전 8시 58분 상황실로부터 출동 명령을 받고 당시 위치에서 30km 떨어진 사고현장에 오전 9시 30분 도착한 목포 해경 소속 123정(100톤급) 경비정은 이미 왼쪽으로 50~60도 기울어진 세월호에서 선원들과 승객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오전 9시 28분 선원 측이 '움직이지 말고 선내에서 대기하라'고 선내 방송을 한 지 10분 만의 일이었다.
123정은 오전 9시 50분 이준석(69) 선장 등 선원들과 일반 승객 등 총 80명을 구조, 1차 구조작업을 마치고 10시 10분 구조자 중 57명을 진도군청 급수선에 인계했다. 그렇게 선장, 항해서, 기관사, 조타수 등 선박직 선원 15명은 전원 생환했다. 승객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끝까지 대피안내를 담당했던 매점 담당 故 박 모씨를 비롯한 객실 담당 등 사무직 선원 중 많은 수가 사망자와 실종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
24일 현재 구조 174명, 사망 175명, 실종 127명(25일 14시 현재 구조 174명, 사망 182명, 실종 120명 -편집부 주)으로 집계되고 있다.
선내에선 구명조끼를 입으면 오히려 위험하다고 한다. 사고 발생 당시 승객들을 갑판 위로 대피 시키고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바다에 뛰어들라고 했으면 그 주변을 에워싸고 있던 수많은 어선들과 구조선들에 구조 됐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구명조끼를 입은 채 객실 내에 머물렀다가 물이 들어차서 출입문을 막았고 배가 거꾸로 기울면서 문은 아랫쪽, 구명조끼를 입은 몸은 부력에 의해 위쪽을 향하게 되면서 외려 죽음을 더욱 재촉하는 결과를 낳고야 말았던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선지 해경은 인근에서 신속히 출동한 구조헬기를 대기시키다가 돌려보내는 일까지 있었는데 아마도 객실 내에 갇힌 승객들은 많아도 바다에 떠서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은 없었기에 그런 판단을 하지 않았나 예측해 본다.
그렇게 배가 완전히 기울어 침몰되는 1시간여 동안 더 이상의 구조작업은 없었다. 있었지만 없었다. 뒤집히는 배를 잡아 당길 수 있는 예인선 동원도, 잠수와 구조작업의 베이스캠프 역할을 할 바지선 동원도 없었다. 그저 주변에 몰려든 어선과 해경 구명보트와 경비정들이 침몰하는 배를 바라보며 발을 구르고 있을 뿐이었다. 오전 10시 박근혜 대통령의 '단 1명의 인명피해도 없게 하라'는 지시가 있은 30여 분 후, 세월호는 물밖으로 뱃머리만 빼꼼히 내민 채 완전히 침몰하고 말았다.
사고 발생 하루 뒤인 17일 오후 2시께 현장인 팽목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1분 1초가 급하니, 30분 간 해경청장에게서 브리핑을 받은 후 1분 1초가 급하니, "충성! 경사 조말석!", 1분 1초가 급하니 "충성! 경감 한춘봉!", 1분 1초가 급하니 "충성! 경정 이막장!" 1분 1초가 급하니 구조에 최선을 다 해달라고 당부했다.
KBS 제작 다큐멘터리 '세월호 중대본의 진실'
어디서부터 잘못되었을까.
원인(原因)-
[명사] 어떤 사물이나 상태를 변화시키거나 일으키게 하는 근본이 된 일.
앞서 언급했듯이 첫 발권과정에서부터 '승선명부' 규정은 지켜지지 않았으며 차량과 화물은 애초 규정보다 무려 3배나 더 실린 것으로 밝혀졌으며 애초 일본으로부터 중고 배를 사오면서 배 후미를 무리하게 증축했다고도 한다. 국내 두 번째이자 세계적으로도 물살이 거세기로 유명한 맹골수도에서 왜 세월호가 급격한 변침을 했는지, 자동조타가 아닌 수동조타를 했는지, 정전이나 여타 기계적 결함이 있었는지, 스테빌라이져는 작동하지 않았는지 등등은 배가 인양되고 자세한 선체 조사가 이루어진 후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세월호는 일본에서 1994년 6월 첫 취항했던 여객선으로 선령 18년이 넘은 낡은 배다. 일본의 선박법에선 세월호 같은 2천 톤 급 이상 여객선의 사용연수를 15년으로 제한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해수부가 선박점검을 강화하는 조건으로 선령제한을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하였다. 이러한 배경엔 지난 2009년 해운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20년에서 30년으로 선령제한을 변경한 이명박 정부의 규제완화 정책이 있다.
이명박은 앞으로 나옵니다.
시대와 환경이 바뀌어 지금은 얼척 없이 느껴질 만큼 황당한 규제가 버젓이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허나 무턱대고 규제는 악이라 여기고 마구 없애다간 그 뒷감당은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당장 박근혜 대통령도 한 달 전인 3월 20일, '비정상화의 정상화'라는 미명하에 규제철폐와 관련된 끝장토론을 전국에 생중계하며 규제완화만이 선(善)이란 식으로 몰아간 바 있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규제를 푸는 공직자에게 포상까지도 약속한 바 있다.
가히 '광풍'이라 이름 붙여도 손색 없을 듯한 정책의 이면에 드리운 그림자를 두루 살필 능력이 과연 박근혜 정부에 있을까.
실종자 가족들을 면담하고 돌아 간 박근혜 대통령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민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정부의 초동대처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일갈하였다. 대한민국 헌법 제34조 6항엔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여기서 일컫는 국가는 행정부이며 대한민국 행정부 수반은 대통령이다. 정부의 초동대처에 대한 '반성' 촉구는 야당 혹은 국민의 입에서 나올 소리이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올 소리가 아니다. 설렁탕에서 바퀴벌레가 나오면 사장은 일단 손님에게 사과해야 한다. 뒤에서 주방장 쪼인트를 까든 해고하든 멱살을 잡든 사장이라면 우선 손님에게 사과해야 한다. 헌데 손님에게 '우리 가게 주방장의 위생개념이 바닥'이라며 같이 욕하면 손님 심정이 어떻겠는가. 열에 아홉은 '또라이'라 경악할 것이다. 그 정도 마인드라면 그냥 간판을 내리는 게 낫다.
1970년 12월 15일 남영호 침몰 사고로 326명이 겨울바다에 조난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관계 공무원 기강이 해이된 데서 일어났다. 공무원의 부정부패도 나쁘지만 더 나쁜 것은 기강해이'라 질책했다. 1961년 5.16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1963년 12월 제5대 대통령에 취임한 박정희는 '무려 7년 동안이나 뭐하고 쳐자빠져 있다가 뒤늦게 공무원의 기강해이를 탓하고 자빠졌는가'라는 질문에 무어라 답하고 자빠질 수 있겠는가. 질책하고 자빠졌든, 총을 맞고 자빠졌든 도대체 자빠지는 거 말고 할 줄 아는 게 있긴 있었는가. 44년이 지난 오늘, 왜 우리는 이런 얼토당토한 타임워프를 멀쩡히 두 눈 뜨고 또 다시 목도해야 하는가.
복지부동하고 눈치보는 공무원을 다스릴 줄 모르겠다면 내려와야 한다. 위기대응에 대처할 시스템을 만들 줄 모르겠다면 직에서 내려와야 한다. 책임을 물을 줄만 알았지 도무지 책임을 질 줄 모르는 정신상태라면 대통령직에서 물러나야 옳다. 대통령이란 자리가 그렇게 만만하고 한가한 자리가 아니잖은가. 그렇게 선긋기를 하고 남의 얘기하듯 하는 행태가 수습이고 나발이고 저부터 살겠다고 나선 선장의 행태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 말이다.
막을 수 있었기에 더욱 원통한...
시스템((system)-
[명사] 필요한 기능을 실현키 위해 관련 요소를 어떤 법칙에 따라 조합한 집합체.
故노무현 대통령은 인수위 시절부터 체계적 국가위기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하였고 그 결과 기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확대 개편하고 산하기관의 주요 상황정보를 종합하고 판단하는 컨트롤 타워인 상황실을 설치하였다. 또한 종합적인 세부 메뉴얼을 작성하여 전통적 안보분야 외에 각종 위기상황이나 재난 발생 시 조치사항과 행동절차, 위기경보 발령체계, 대국민홍보사항 등을 규정한 33개 표준메뉴얼과 278개 실무메뉴얼을 작성 완료하였다.
그리고 그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쓰레기통에 버렸다.
이명박은 얼릉 앞으로 텨나옵니다.
박근혜 정부 또한 전임 정부인 이명박 정부가 축소-폐지한 NSC 기능을 격상-강화하면서 각종 자연재해나 전력, 통신등 국가기반시설 등 넓은 의미의 안보는 전부 소관부처로 이관하고 청와대는 대북안보 위주로 재편하였다. 그러다 보니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국가안보실은 재난 컨트롤 타워 아니다'라고 뻔뻔스레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얘들은 지금 어떻게는 커녕 뭐가 잘못됐는지조차 모르고 있단 말이다.
그리고 남은 건 책임회피와 선긋기이다. 지방선거는 코앞이고 지지율은 떠받쳐야 한다. 그러니 '제일 먼저 배와 승객을 버린' 선장과 선주사인 '청해진해운'의 실질적 소유주인 유병언 전 세모회장을 악마로 만들어 성난 민심앞에 번제로 써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엄연히 삼권이 분립되어 있는 이 나라의 대통령이란 작자의 입에서 '세월호 선장-승무원 행위는 살인과 같다'는 황당한 발언이 텨나온 것이다. 대통령이란 자리는 감상이나 촌평을 하는 자리가 아니라 대책을 세우고 실행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가히 절망적이라 하겠다.
선장과 선박회사를 비난하지 말잔 얘기가 아니다. 그건 그거대로 수습 후 절차를 밟아 책임을 물면 된다. 참고로, 청해진해운은 선령 18년 된 낡은 배를 일본으로부터 116억 원에 수입하면서 산업은행에 100억 원을 대출받았다. 산업은행은 당시 부채비율 278%의 부실기업에 선뜻 배 값 대부분을 대출해 준 것이다. 당시 산업은행장은 이명박의 경제아바타, 강만수였다.
이명박은 당장 텨나와 대가리를 박습니다!
컨트롤 타워도 부재, 개념도 부재
부재(不在)-
[명사] 그곳에 있지 아니함.
컨트롤 타워가 부재한 현장 상황은 참혹하다. 사고 직후 해경과 해양수산부가 맡았던 컨트롤 타워 기능은 안전행정부 주도의 중앙재난대책본부를 거쳐 다시 총리 중심의 범정부사고대책본부로 넘어갔다. 그리고 이 판국에 청와대는 '우린 컨트롤 타워가 아니다'며 강 건너 불구경하는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이 와중에 서남수 교육부장관은 일전의 황제주차도 모자라 의료진이 쓰던 탁자와 의전용 의자에 앉아 컵라면을 쳐말아드셨고 이를 비난하는 여론에 대고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은 '계란을 넣은 것도 아닌데...'라며 개념을 쳐말아드셨다. 안행부 송영철 국장은 상황실 사망자 명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다가 실종자 가족들의 거센 항의를 받고 직위해지 조치 되었다가 추후 해임 되었다.(실은 송 국장 스스로 사표를 냈고 그것을 청와대가 수리한 것인데 청와대가 짜른 모양새를 갖추려고 발버둥을 치다 보니 '사표를 즉각 수리하는 방식'의 해임조치라는 희대의 말장난이 나오게 되었다.)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 후보의 막내아들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통령에게 모든 걸 바라는 미개한 국민정서' 운운하다가 성난 민심에 정몽준 후보가 대국민 사과를 하는 촌극이 벌어졌으며 실종자 가족을 종북좌파불순 세력이라며 비난한 합성사진을 퍼나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 또한 카메라 앞에서 머리를 조아려야 했고 새누리당 한기호 최고위원은 정부를 향한 비난을 '북한의 선동'이라며 '북괴의 지령에 놀아나는 좌파단체와 좌파 사이버 테러리스트들이 정부전복 작전을 전개할 것'이라고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품위없게시리.
쟤들한테 공감능력이 떨어진다고 백날 손꾸락질 해봐야 소용이 없는 게, 공감능력으로 그 자리에 오른 애들이 아니기 때문이잖냐. 왼손엔 '종북', 오른손엔 '지역감정'만 쥐고 흔들면 표가 쏟아지는데 공감능력 따위 장착해서 어따 쓰게? 쟤들 탓이 아니지. 누구 탓인 지 궁금하면 거울을 보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청와대 출입 기자들에게 '한 번만 도와주소. 국가가 매우 힘들고 어려운 상황입니다. 문제 삼는 것은 조금 뒤에 얼마든지 가능합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내며 읍소하였으나 정작 지난 16일 '단원고 학생 전원이 구출됐다'는 잘못된 보고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뤄졌는지, 박근혜 대통령이 최초 보고를 언제 받았는지 등은 전혀 밝히지 않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이정현 홍보수석은 '국가가 힘들다'고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가 반성해야 한다'고 했다는 점이다. 최소한 니들끼리는 손발을 맞춰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언론도 부재했다. 멀쩡한 언론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사건초기부터 남발한 오보는 현장에서 정부 브리핑을 믿고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치자. 하지만 '알 권리'를 내세우며 실종자 가족 및 유가족들에게 무리하게 마이크를 들이대고 망연자실한 이들의 상처난 마음에 소금을 문질러 댄 것은 그 어떤 변명으로도 난망한 작태였다. 이 비난에는 민족유일정론 대딴지일보도 자유롭지 못하다. 생각 같아서는 사고친 잉간을 탈수기에 넣고 돌리고 싶을 지경. ([세월호 침몰]대국민 사과문 - 나는 어떻게 기레기가 되었나)
심지어 평소 머리에 꽃 꽂고 댕기기로 유명한 어느 여성의 망상을 '전문가 인터뷰'란 포장으로 방송에 내보낸 종편까지 등장하여 화룡점정을 찍었다.
대구지하철참사 때 만들었다가 흐지부지 되었던 '재난보도 준칙'을 기자협회에서 다시 제정한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 가이드라인을 강제할 제도적 장치 혹은 각 언론사 간의 연대(합의)의식이 있느냐는 것이다.
해경과 중대본에선 '야간작업에 장비와 특수요원 수백 명이 투입되어 작업중'이라 브리핑 하였으나 실종자 가족들의 확인 결과 십수 명의 투입에 그쳐 거센 항의를 받았다. 중대본은 환경의 악조건 등을 핑계로 들었지만 애초에 인원과 규모를 부풀린 작태는 비난을 면할 이유가 없어 보이고 심지어 생명 포기 각서까지 쓰고 뛰어들어 구조활동을 벌이겠다는 민간잠수사들을 대기시키고 활동에 거의 투입하지 않는 행태로 인해 실종자 가족들과 민간잠수사 단체들로 부터 욕을 바가지로 잡숫고 있는 중이다.
이건 확실히 해두자. 사고 발생지인 맹골수도가 유속이 엄청나고 환경이 최악인 거 맞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내셔널지오그래픽팀이 다큐 찍겠다고 들어갔다가 포기하고 돌아간 해역이면 말 다한 거다. 그리고 난다 긴다 하는 베테랑조차 작업시간이 짧게는 수 분, 길어봤자 수십 분에 그칠 정도로 구조잠수(산업잠수)가 녹록한 작업이 아님에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런 연유로 현장상황에 맞게 인원을 배치하고 작업스케쥴과 범위를 나누는 과정에서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볼 때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목숨을 거의 내던져 가면서 극한 상황에서 사투를 벌이고 있는 현장요원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응원을 보내는 것이 맞다. 허나! 누구 하나 그러한 애로사항 혹은 피치못할 상황을 실종자 가족이나 언론에 조곤조곤 설명하는 이가 없다. 돌아오는 답변이라곤 '기다리라'거나 '그럴 사정이 있다' 정도 뿐.
그리고 오징어잡이 배도, 바지선도, 사고 주변 그물망(유실망) 설치도, 고등어잡이 배 수증등 동원도 모두 실종자 가족들의 아이디어였다. 그렇다면 그 요구는 제때 이뤄졌는가. 아니올시다다. 짧게는 하루이틀, 늦게는 일주일만에 부랴부랴 투입이 결정되고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분초를 다투는 일에 말이다! 설마하니 구할 맘이 없는 것은 아닐 거다. 허나 누구하나 나서서 책임지고 결정하지 않(못하)는 것이다.
관료 문제에 천착한 일드 <춤추는 대수사선> 극장판 더 파이널엔 이런 장면이 나온다. 본청에 주눅 든 지역경찰들이 쭈뼛대자 본부장으로 파견된 무로이가 외친다. '최선이라 판단되면 맘껏 수사하십시오. 책임은 제가 집니다.' 진도에도 단 한 명의 무로이 본부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이 잉간들은 왜 무로이 본부장이 될 수 없는가. 이와 관련해선 물뚝심송정치부장의 추측이 직관적으로 절절히 와닿으니 일독을 권한다. (물뚝심송 블로그 - "관료와 돈, 그리고 대통령의 책임)
사고는 나게 마련. 문제는 대응이다. 혼란하면 으레 뜨는 게 유언비어다. 이걸 없앨 순 없다. 문제는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제공이다. 예산도, 인력도, 최첨단 장비도 있다. 헌데 이걸 운용할 메뉴얼이 없다. 있었는데 없앴다. 작은 정부를 만든답시고.
정리하자면
안전행정부엔 '안전'이 없었고 중앙재난대책본부엔 '대책'이 없었으며 이 모든 걸 채로 거르고 남은 단 하나는 '재난'이었다는 것이다. 이 정부 자체가 '재난'이자 '비극'이다.
그리고 살아남은 우리는...
수습(收拾)-
[명사] 어수선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사태를 거두어 바로잡음.
국가적 재난을 맞아 선장은 제 탓이 아니라고 뻣대기 바쁘고 앞으로도 쭈욱 바쁠 예정이다. 아마 임기 마지막 날까지 남 탓으로 일관할 거다. 어쩌겠는가. 그게 그 집안 종특이자 내력인 것을. 미련을 두지 말자.
나라에 돈이 없다. 구난장비 살 돈도 없고 구조할 바지선이나 민간업체 동원할 돈도 없다. 그래서 선주사와 계약한 '언딘'이라는 업체가 수색을 주도하고 있다. 왜 나라에 돈이 없을까. 세금이 그리 적을까. 혹시, 인터넷에 댓글 달고 외국 공문서 위조하는데 쓰느라 없는 건 아닐까.
그리고 언딘이란 회사는 선주사와 계약한 업체이다. 사망자의 휴대폰 등등 혹여 사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증거들을 멀쩡히 들고 나올까. 과연?
사고가 터지고 검찰이 자신들의 목줄을 죄고 들어오자 유병언 전 회장측은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신의 재산 10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발표하였다. 그리고 얄궂게도 선박 보험금 예상 금액 또한 100억 원이다.
매점 담당 막내 직원이었으며 끝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다가 숨진 故박 모 양의 유족들에겐 묻지도 않았는데 회사측에서 '장례비용은 700만 원까지만 지원 가능하다'며 이마저도 유족이 비용을 지불하고 영수증 처리하면 회사가 추후 정산해 주겠단다. 그 갸륵정성에 눈물이 난다. 씨바.
멀쩡하고 듬직한 야당이 존재했다면 어땠을까. 작금의 암울한 상황이 좀 나아졌을까.
십수 년동안 안산에서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어린이와 가출청소년 등을 돕는 활동을 해온 안산나라장로교회 송정근 목사는 빈민운동계의 대모이던 강명순 씨가 2008년 당시 한나라당 비례대표 1번으로 영입되며 강 씨의 보좌관으로 정치와 처음 인연을 맺게 되는데 강명순 의원의 정치실험 실패 후 송 목사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창당 발기인 참여와 다가올 6.4 지방선거 도의원으로 출마하기 위한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와중에 같이 일하는 연합회 기관 중 두곳에서 아이들 4명의 생사가 확인이 안된다는 연락을 받고 팽목항으로 뛰쳐 내려온 후 절망에 빠진 실종자 가족들을 도울 방법을 모색하다가 '직계가족이 아니다'는 사실을 충분히 밝혔음에도 가족들의 위임으로 18일 도의원 예비후보도 사퇴하고 임시로 실종자 가족 대표직을 맡아 활동하다가 21일 채널A와 동아, 중앙, 연합 찌라시들이 '학부모나 가족도 아닌데 왜 대표를 맡고 있냐. 외부선동불순세력 아니냐'는 문제제기로 임시 대표직도 사퇴하는 일이 있었다.
<채널A>는 21일 보도하면서 "이런 일이 알려지자 송 씨는18일 후보를 사퇴했다"고 보도 하였다. 최초로 인터넷에 언급된 게 19일이고 너네는 21일에 보도했는데 후보사퇴는 18일에 했다. 헌데 뭔놈의 '이런 일이 알려지자...'냐. 하물며 천하의 <뉴데일리>조차 '본지는 송씨의 정치인 이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 이전, 그가 피해자 가족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했으나, 당시 피해가족들에 대한 취재결과 일각에서 제기하는 의혹과 사실관계가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기사화하지 않았다.'고 똥오줌을 가리는데, 응? 뉴데일리조차! 응? 근데, 채널A, 동아는 입으로 똥을 싸고 옆에서 주접을 떨던 중앙과 연합은 그 똥을 핥고 앉은 것 까진 그렇다고 쳐. 얘들 종특이니까. 얘들은 그러려고 태어난 애들이니까. 언론의 탈을 쓰고 새누리당과 이익을 함께 하는 정치결사체니까. 이해 해. 근데,
더불어 새정치민주연합에선 윤리위를 열어 송 목사의 제명을 추진중이란다.
<프레시안>에 따르면, 새정치민주연합 윤리위원장인 강창일 의원은 '23일 오후 윤리위를 열 것'이라며 '송 씨의 행동이 가족들의 가슴을 아프게 한 짓인지 표창을 줄 행동인지 등은 윤리위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 봐야 한다. 만약 가족들의 동의 없이 했다면 비도덕적인 사기 행각이지만, 그렇지 않고 가족들이 (송 씨가 대표를 맡는 것을) 동의하고 자원봉사 차원에서 한 것이라면 상을 줘야 할 것'이라 말했단다. 저 발 빠른 대응에 절로 믿음이 막 간다. 씨바.
연정훈-한가인 커플이 결혼 10년 만에 임신을 했는데 그 사실을 알리는 기사에 '나라가 이 판국인데 임신을 하고 지랄'류의 댓글들이 주렁주렁 달렸다.
연정훈이야 까이고 까이고 골백번 고쳐 까여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든 없든 내 알 바 아닌데, 한가인과 태어날 아기는 축복받아 마땅함에도 우린 지금 너무 예민해져 있다.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슬퍼하는 것과 슬퍼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 정도는 쉬이 알 것임에도 불구하고 시국이 시국이니만큼 집단적 히스테리에 걸려 있는 지경. 왜 아니겠는가. 작금의 답답하고 암울한 현실을 보라. 일상이 스너프인데.
간절히 빌되 미치진 말자. 치열히 소망하되 지치진 말자. 슬퍼하되 절망치 말며 분노하되 냉철해야겠다.
얼마 전, 여러 카드사와 은행에서 개인정보가 대량으로 유출되어 난리가 났었다. 정부에선 회초리를 들었고 기업들은 재발방지대책을 세우고 보안을 위한 솔루션 프로그램을 외부 발주하는 시늉을 하다가 기업들이 하도 징징대서 정부가 약간 규제를 완화해 주니 기업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예산 삭감하고 프로젝트 발주를 취소했다는 소식이다.
언젠가 사고는 수습될 것이고 세월호는 인양될 것이다. 책임자를 처벌하겠답시고 몇몇 인물들을 악마화하여 번제로 바칠 것이고 시스템은, 정부는, 대한민국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몇 달 후, 혹은 몇 년 후, 혹은 몇 십 년 후, 우리는 또 눈앞에서 수백 명의 생때 같은 목숨들의 떼죽음을 목도해야 할 것이다. 이 검은 일주일을 우리가 쉬이 잊는다면 말이다.
살아남는다면, 다음 주에 보자. 이상.
http://www.ddanzi.com/index.php?mid=ddanziNews&document_srl=2372292&rnd=2374916#comment_2374916
2014. 04. 25. 금요일
딴지일보 마사오님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