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용.
기본적으로 눈팅유저입니다만, 제 인생에 있어 큰 경험을 했고, 혹시 이 경험이 다른 분들께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글을 써봅니다.
의료게시판은 처음이라, 모바일 화면에선 안 보여서 게시판별베스트 페이지에서 찾아왔어용. 히히.
지금은 양쪽 아래 사랑니를 발치해서 없음으로 음슴체 하겠슴돠.
발치 전/후 비교사진은 댓글로 첨부합니다!(마이 블로그 업로드 했던 사진)
참고로 엄청 스압!!
다 쓰고나니 너무 길어서 3줄요약 먼저 합니다.
1. 신경에 닿은 오른쪽 아래 사랑니 발치 위해 한달 열흘 후 예약 잡음(밀려있어서)
2. 그 사이에 사랑니 염증 발생 > 고름 퍼짐으로 입원, 수술 불가피
3. 전신마취로 아픈 사랑니 외에도 누워있던 왼쪽 아래 사랑니까지 일타이피 성공
문제가 된 사랑니는 오른쪽 아래이고, 아프기 시작한 건 대략 7-8년 즈음 된 것 같음.
그치만 이 통증이란게 정말 잠깐 아프다가 몇 달 혹은 몇 년 가까이의 텀이 있어서 사랑니의 존재는 그 아플 때만 느낄 뿐, 통증이 사라지면 어느새 그 존재도 잊어버리곤 했었음.
그리고 원체 치과를 싫어하는 지라, 유치원 다닐 시절, 어마마마와 치과가는 버스 안에서 토하고, 치과 도착해서 문 앞에서 토한 기억이 있을 정도로 정말 무서워하고 싫어함. (그 뒷처리는 오마님께서 고생해주셨습니다;; 못된 딸년 ㅠ)
그렇게 몇 년을 잊고 살다가, 올해 5월 즈음 되서 그 통증 정도가 심해지고 빈도가 잦아지기 시작함.
활동하는 낮에, 회사에서는 참을만 했지만, 퇴근하고 집에 와서, 특히 자기 전에는 너무 아파서 잠을 제대로 못 자기 시작함.
아픈 부위는 오른쪽 아래쪽. 미련하게 보름 정도를 버티다가 이대로는 잠도 제대로 못자고 혹시 나중에 더 큰 일로 번질까봐 두려움을 무릅쓰고 회사건물 2층에 있는 C치과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감.
그렇게 사랑니로 처음 발을 들여놓은 5월 30일 화요일.
처음으로 치아 엑스레이를 찍고 치과의자에 앉아서 의사쌤이 봐주셨는데 보자마자 이건 일반 치과에서는 못 뽑고, 큰 병원에서나 뽑을 수 있는 거라고 하셨음.
왜냐하면 아픈 오른쪽 아래 사랑니가 엑스레이 상으로 봤을 때, 어금니 쪽으로 누워 있고, 신경과 닿아있었고, 어금니랑 닿은 부분이 썩어있었으며, 반은 나오고 반은 매복된 겁나 복잡시련 상황이었기 때문.
그러면서 이건 하루라도 빨리 빼는 것이 좋다며, 어디 사냐고 여쭤보시길래, 부천 산다고 하니 그럼 C대학병원을 추천해주심.
바로 다음날이라도 가서 다시 진료를 받아보는게 좋겠다며 간단히 봐주시곤 약 처방받고 첫 진료 끝.
그리고 6월 3일 토요일 오전, C대학병원 치과 초진 접수. 주중엔 대학병원 진료시간 맞추기 어려웠음.
치과를 멀리한 생이었는데, 아니 병원 자체와 거리가 먼 건강체였는데 첫 대학병원을 치과로 오게 되다니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음.
약간의 대기 끝에 다시 한 번 치아엑스레이 찍고, CT도 찍고 치과의자에 앉았더니, 이 쌤 역시 이건 수술급이며 사랑니 발치 시 일어날 상황에 대해 설명을 해주시고 마지막에 동의서에 싸인함.
신경과 닿아 있고, 누워있고, 살짝 썩었고 등등으로 인해 발치 시 사랑니를 잘게 쪼개서 조각조각을 빼낼거고 그 와중에 약간의 신경손상이 일어날 수 있으며, 최대한 노력하겠지만 사랑니조각이 남아있을 수 있다는 내용 등의 무서운 말들.
마지막으로 통증이 계속 되었기에 약도 또 처방받고, 사랑니 발치일 잡고 끝.
첨엔 약 처방 안받는줄 알고 통증 있다고 하니까 주사 놔드릴까요?하셔서 고건 사양함;;
사랑니 발치일은 한달 하고도 약 열흘 후인 7월 13일 목요일.
그렇게 두 번의 치과 진료를 마치며 발치일을 잡고 약으로 통증 다스려가며(사랑니 땜시 염증 생겨서 아픈 거였음) 염증 없애며 무서운 맘으로 발치일 기다림.
그리고 약 2주 후에 후쿠오카 여행하면서 맥주 두 병 마셨는데, 원래는 금주해야 하는 것을 잊고선 깜빡하고 기분 좋은 맘에 마셔버림.
그 후 다음날, 하루종일 턱 오른쪽 아래가 욱신거려서 노는데 어려움을 겪음.
하도 아파서 진통제 먹어도 잘 가시지 않았음.
그래서 한국으로 귀국하고, 월요일에 출근하고 1시간 버티다가 바로 2층 C치과로 내려감. 6월 19일.
의사쌤께서 봐주시더니 아직도 안뽑았냐며, 흙흙 ㅠ_ㅠ 예약이 밀려서요ㅠ_ㅠ 하며 하소연 아닌 하소연 하면서 봐주심.
그리고 이때 입이 크게 안 벌어져서 그것도 같이 진찰받았더니, 염증 심해져서 그런거라며 약 먹으면서 진통제 들을 때 안 아플때 입 벌리는 연습 하라고 하심.
안 하면 그대로 굳어져서 안 벌어진다고;; 예 ㅠ_ㅠ
그 후에 아픈 쪽 볼 안에 마취살짝 해서 염증 또 긁어냄. 갑작스런 마취주사에 깜짝 통증.
약 다시 처방 받고선 좀 나아지는가 싶었음.
그렇게 또 2주 정도 버티다가 7월 1일 저녁, 다시 통증이 시작됨. 입이 잘 안벌어지기 시작함.
처방받은 약은 다 먹어서 일반 진통제로 겨우 아픈 걸 누름. 백프로 안 아픈 건 아니었지만서도.
다음날인 2일, JLPT 시험이 있어서 진통제 아껴가며 시간 맞춰서 먹고 시험장으로 향함.
시험에 집중한 덕분인지 통증은 거의 느끼지 못한 채 잘 마무리 함.
(시험시간 잘못 계산해서 1교시에 40분이나 남아서 문제 검토하며 다시 풀었음;; 산수바보)
그리고 이날 저녁, 제대로 입이 안 벌어지기 시작하고 아픈 쪽 턱이 본격적으로 부어오르기 시작함.
아파서 또 잠을 설침.
다음날 7월 3일 월요일 새벽, 아파서 제대로 못 자고, 간신히 잠들었는데 일찍 눈 떴음. 새벽 5시 정도.
아픈 중간중간 친구들한테 아프다아프다 난리치고 다녀서, 치과전문병원에 가보라는 조언이 떠올라서 집 근처의 치과를 검색.
A치과를 찾아서 당일 정오 12시로 예약하고 정신을 차리는데, 역대급으로 입이 안 벌어짐.
메롱을 기준으로, 혓바닥을 밖으로 내밀지도 못할 정도로 턱이 굳어버림. 너무 무서웠음.
6월 마지막주까진 안 아파서 하루가 멀다하고 고기 잘 씹어먹었는데 갑자기 악화가 되어버린 거임.
그렇게 무서운 상태로 예약시간 맞춰서 치과 방문, 이때 처음으로 오마니 동행하심.
근데 시간 맞춰서 갔는데, 45분 기다려서 치아엑스레이 찍고 또 10분 기다려서 겨우 치과의자에 앉았다 싶었더니 또 5분 정도 기다린 후에야 담당 의사가 왔음.
좀 짜증이 치밀어 오르는 기분을 애써 억누르며 내 상태를 설명함.
이미 발치일을 C대학병원에 잡아놨는데 그 사이에 이렇게 심해져서 온거다 라고 말을 했는데, 근데 입이 잘 안 벌어지니 발음은 부정확하고, 의사가 입 안을 볼 수가 없으니 제대로 진료할 수가 없다며 발치예약한 병원에서 발치 하시고, 자기는 약만 처방해주겠다고 함.
이게 정말 10초도 안 되어서 일어난 상황.
근 한시간 가까이 기다렸는데 이렇게 짧게 진찰이 끝나서 겁나 빡이 쳤지만 당장 또 아파와서 그냥 약만 받고 끝내자 싶었음.
4일치 약 받아서 약국에서 바로 하나 해치우고 허탈한 마음으로 집으로 고고싱.
7월 3일부터 4일동안, 정말 많이 고생했음.
인터넷에서, 사랑니 아픈 데엔 얼음찜질이 좋다더라라는 말을 찾아서 수건 두개를 물에 적셔 얼려 하나씩 번갈아가면서 오른쪽 아래 턱에 대며 얼음찜질함.
그리고 이 동안엔 끼니는 마시는걸로 때움. 영양 드링크, 미숫가루, 요플레 등등. 그래서 본의아닌 다이어트 함.
약을 먹는데 통증도 안 가라앉고, 턱의 붓기는 커져만 가고, 왼쪽 턱과는 대비적으로 오른쪽 턱 아래 목 위쪽이 부어오르면서 흉한 몰골이 되어갔음.
처방받은 약 4일치 이것만 다 먹고 7일 금요일에 처음 갔었던 C치과에 세번째 방문함.
쌤이 보셔선 놀라가지고 어떻게 이렇게까지 부었냐고 하심.
이건 염증이 심해져서 고름 때문에 턱이랑 목이 부은 거라고, 고름이 그 쪽에 찬 거라고, 이거 째서 빼내야 한다고 하심.
무서웠음. 사랑니 때문에 이렇게 다른 곳까지 상태가 심각해지리라곤 꿈에도 몰랐음.
바로 대학병원 가라며 시간적으로 이 날은 늦어서, 다음날 아침이라도 빨리 가라고 말씀해주심.
그러면서 약을 조금더 쎈 걸로 처방해주겠다며, 약 먹기 전에 뭐 많이 먹어두라 하셨는데, 제가 뭘 먹을 수 있는 상태여야 말이지요...
무튼 다시 약 처방 받아서 나름 이것저것 많이 주워마셔서 든든한 뱃속에다가 약을 먹었다.
심리적인 탓인지 실제로 효과가 있었던건지, 이날 저녁엔 전보단 덜한 통증으로 수면을 취할 수 있었음.
다음날, 7월 8일 토요일 오전.
발치 잡혀있는 C대학병원 치과 두번째 방문.
처음 갔을 때완 다른 쌤이 계셨는데 이 분도 보자마자 이거 상태가 너무 심각하다고, 정맥주사 맞아야한다고 하심.
마침 한달 전 즈음에 왔을 때 찍었던 CT가 생각나서, 보여주실수 있겠느냐 물어보니 오키도키.
그래서 보는데, 역시나 신경과 닿아 있었음.
그 후에는, 발치일이 다음주 목요일 13일에 예정되어 있긴 한데 이때까지 염증이 가라 앉아야 할텐데 불안하다며 이틀 후인 10일 월요일에 다시 한 번 오라고 하심.
이 날은 사랑니 발치해주실 구강악안면외과 과장쌤이 직접 보셔야 할 거 같다며 예약 잡아주심.
그리곤 새 약 처방전을 받고 그 전에 정맥주사 맞으러 주사실 가서 난생 처음으로 손등에 라인 잡고 주사 맞음.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항생제 2종류? 3종류? 정도 맞은 것 같음.
그리고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와서 맞으라고 했는데, 이 날은 주사실이 근무를 안해서 응급실에 와서 주사 맞으라며, 비용이 좀 비쌀 거라는 이야기도 들음.
주사실에서 한 2-30분 정도 약 맞은 후에 집으로 털레털레 가는 길. 무서웠다.
그리고 정맥주사는 생각보단 아프지 않았다. 조금 무섭긴 했지만.
7월 9일 일요일, 오후 2시 즈음 다시 찾은 C대학병원. 그리고 처음 간 응급실.
접수 하면서 먼저 수납하는데 비싼 주사비에 후덜덜.
20분 정도 기다렸다가 이름 불려서 전날과 같이 손등에 주사 맞음.
그리고 자괴감이 듬. 사랑니 때문에 이게 뭐하고 있나 싶었음. 흙흙.
7월 10일 월요일.
처음으로 발치해주실 과장쌤의 진료. 보시자마자 절래절래 고개를 저으시며 입원해야 한다고 하심.
아니 의사양반, 그게 무슨 말이오! 입원이라니! ㅠㅠㅠ
염증 때문에 고름이 턱, 목 넓게 퍼져서 빼내야 한다고, 입원해야 한다고.
그래서 쌤께 여쭙기를, 마취 해주실꺼져? 했더니, 그냥 일반 마취가 아니라 전신마취해야 할지도 모른다며.
그러면 째야 한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입 안으로 빼내야 하는지 목 바깥 피부를 어찌 해야 하는지 여쭤보니,
밖에서 째야 할 지도 모른다며... 아아 갈수록 첩첩산중인 말씀만 하셨음. 어찌하겠음, 이게 내 상황인 것을.
계속 허탈한 웃음만 나오며, 간호사분께 지금 병실 있냐, 아니 없을텐데, 한 번 알아봐라 지시하심.
내 딴엔 다행이게도 당장은 병실이 없어서 바로 입원은 불가능했음.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했었기에.
그래서 다음날인 12일 화요일에 입원하고, 상황봐서 13일 수요일에 수술하자고 하심. 오메...
잠깐 짬이 생겨서 여쭤봄. 왜 이렇게 염증이 심해진걸까요?
그랬더니 쌤이 말씀하시길, 면역력 떨어지고 스트레스 받아서 그런거라고 답변해주심.
실은 6월 마지막주부터 신변상의 일이 많았음.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회사에서 계약종료일 일주일 앞두고 갑작스럽게 계약종료예정을 통보받아서 당황스럽고 황당했고,
하필 근무 마지막주에 온갖 일이 겹쳐서 연이은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고,
스스로 준비미흡이지만 JLPT 준비도 전혀 하지 못해서 불안한 상황이었음.
이 모든 것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염증도 심해지고 고름도 퍼지고 뭐 그런 것 같았음.
무튼 또 다시 정맥주사 맞고 입원을 위해 사전검사를 마친 후 귀가(피검사, 심전도검사, 소변검사, 흉부엑스레이).
엄청 비 오던 날이었는데 참으로 씁쓸한 기분으로 집에 가면서 가족들에게도 사실 공지.
7월 11일 화요일. 입원 1일차
입원. 다음날 수술(예정)을 위해 수술내용 설명 후 동의서 서명.
목 부근 CT촬영. 둥그런 통 같은데 들어가는 그 씨티촬영. 정맥라인으로 조영제 주입 찌릿찌릿.
항생제, 항균제, 수액 등등 맞으며 다음날 수술(예정) 위해 저녁(일반죽&다진 반찬) 먹고 금식 시작.
7월 12일 수요일. 입원 2일차
새벽 6시, 피검사 위해 피 두통 뽑고, 금식하며 오전 회진 대기.
과장쌤 회진 오셔서는 피검사 한거 결과 보고 내 상태 보시더니, 염증고름 제거 위한 수술까진 안해도 될 것 같다고 하시며 이건 약물주사치료로 하자 하심.
나는 목에 턱에 수술흉터 생길까봐 걱정했는데 수술 안해도 된다고 해서 안심함.
그리곤 아침점심저녁으로 죽과 다진반찬 먹으며, 약 먹으며, 약 맞으며 치료 시작.
다진반찬은 정말 반찬이 다 다져서 나왔는데, 콩나물도 다지고 잡채도 다지고 나물도 다지고 다 다져서 나왔음.
입이 안 벌어지니 한 번에 많은 양을 못 먹고 못 씹으니 최대한 안씹어도 무리가 가지 않을 만한 반찬으로.
7월 13일 목요일, 입원 3일차. 원래 사랑니 발치일.
또 한번 새벽부터 피검사하고, 정맥주사 라인 새로 잡음. 원래 왼쪽 손등에 맞고 있었는데, 오른쪽으로 바꾸시려 하시길래 보호자가 거진 병원에 못 오는 탓에 오른손 묶이면 불편하다 말씀드리니, 왼쪽의 엄지손가락 아래 쪽의 손목 쪽으로 잡아주심.
처음 입원했을 때 꽂은 바늘은 나름 대수술?을 위해 굵은 바늘을 꽂았었다고 했는데, 이번엔 그 보다는 가느다란 바늘이라고 하셨음.
뭔가 다르긴 달라서, 처음 굵은 바늘은 조금만 움직이면 아팠는데, 이번 가는 바늘은 한 번도 안아팠음.
그러나 손목쪽이고 잘 움직이는 쪽이라 부목으로 고정시켜달라고 해서 고정함.
그 사이 항균제 항생제 따박따박 맞으니 고름이 염증이 많이 가라 앉았음.
그래도 눈에 띄는 정도는 되었고, 입도 제대로 안벌어지는건 마찬가지라 어찌되나 싶었는데
오전 회진 오셔선(오전오후 두번 오심) 내일 14일(금)에 전신마취해서 사랑니 뽑자고 하심.
쨌든 염증의 원인은 사랑니이기 때문에 이걸 빼기 전까진 완전히 염증이 안 없어질테니, 전신마취 하면 지금 입 안벌어지는거 쫙 벌어진다고 하심.
허허.. 본의 아닌 전신마취 사랑니 발치.. 허허허허...
오후에 회진 다시 오셔서 한번 더 설명해주시고, 30분-1시간 정도 걸릴거며, 수술동의서에 싸인하면서, 아프지는 않지만 누워있는 왼쪽 아래 사랑니도 같이 빼주십사 말씀드림.
C치과 쌤도 말씀하시길, 지금은 문제 없지만 나중에 분명히 어금니랑 같이 썩어서 문제 일으킬 수 있고, 자기 같으면 뺀다고 하셨음.
오마니도 이참에 뽑아야 하는건 한번에 뽑으라 하셨고, 나 역시 처음엔 무서웠지만 지금 아니면 이렇게 사랑니 못 뺄 거 같아서 말씀드림.
왼쪽 위는 괜찮다고 하셔서 냅두고.
그랬더니 쌤이, 상황봐서 뽑아도 되는 상황이면 뽑아주겠다고 하심. 후.
그리고 시작된 금식. 병원밥도 못 먹으니 냄새만으로는 아주 진수성찬이었음.
저녁에 친구 와서 휴게공간에서 도란도란 얘기하고 있는데, 마취과 의사쌤이 찾아오셨음.
전신마취 이것저것 설명해주시고 동의서 서명 위해서 오셨는데, 입 벌어지는 상태도 보러 오셨음.
마취 후엔 자가호흡이 안 되어서 인공호흡을 위해 목구멍 통해 기도에 관을 삽입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입을 크게 벌려야 한다고 하심.
만약 지금 상태의 입 크기라면 목 바깥쪽을 째서 관을 삽입해야 한다고. 허매허매. 이 또 무슨 무서운 ㅠ_ㅠ
열심히 입 벌리는 연습을 하고 있었는데, 이 이야기 듣고선 더욱더 열심히 입 벌리는 연습을 함.
항생제, 항균제 맞으면서 고름이 없어져가는게 스스로도 느껴졌으니(붓기가 빠지고 있으니).
7월 14일 금요일, 입원 4일차. 대망의 수술날.
오후 1시로 예정된 수술을 위해 오전 11시 즈음 동생이 와서 보호자 노릇을 해주었음.
수술동의서에 마지막으로 서명하고, 긴장 반 두려움 반의 마음으로 대기. 미칠 노릇이었음.
병원이라고는 안과, 이비인후과, 정형외과 정도만 가볍게 가봤고, 수술은 해 본적도 없는데. 이게 무슨일인가 싶고.
수술실로 오라는 간호사쌤의 전달에 따라 간호국에 가니 휠체어를 준비해주셨음.
실은 병원에 있으면서 사지멀쩡히 링거대 돌아다니는데 뭔가 나일롱 환자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음.
사지멀쩡히 잘 댕기는 환자여서 다른 아픈 분들 사이에 혼자 뻘쭘함을 느끼고 있었는데, 휠체어까지 타다니.
수술실까지 걸어가면 안될까요 하고 건의했는데, 방침상 안된다고, 휠체어나 침대로 가야만 한다고 말씀하심.
넵. 침대 아닌게 어딥니꽈. 허허 ㅠㅠㅠ
그렇게 난생 처음으로 휠체어 타고 수술실에 당도.
두 개의 문을 지나 정말 수술실 입구인 세번째 문앞에서 침대로 이동하고, 여기까지 같이 와준 동생(보호자)와는 이제 빠이빠이 타임.
드문드문 열리는 문 사이로 초록색 수술복 입으며 바쁘게 돌아다니는 쌤들 모습 보면서 정말 무서움이 폭발하는 줄.
그렇게 세번째 문을 통과하여 안으로 들어오니 너무 추웠음. 수술실 온도는 원래 낮게 하나봄. 정말 추웠음.
그래서 이불도 준비되어 있어서 이불 덮고 누워있으려니, 자주 봤던 치과쌤이 오셔서 머리에 비닐캡 씌워주시고 모니터링을 위해 따꼼따꼼한 스티커를 이마 라인 맞춰서 몇 개 붙여주심.
그리고 생년월일과 수술부위를 직접 말하게 하시고, 잠깐 또 대기 하고 있다가 드디어 나를 수술하는 수술실에 들어감.
가는 길 무서워서 주변을 제대로 보지 못하고 눈 감았다가 어딘가로 들어가는 느낌에 또 살포시 눈 뜨니 밝은 조명과 수술대가 기다리고 있었음.
침대에서 수술대로 또 이동. 추웠음. 바로 이불 덮어주셨음.
그리고 어제 봤던 마취과 쌤이 오셔서 다시 한 번 설명해주시면서 입 벌려보라 해서 입 벌렸더니, 오 어제보다 많이 벌어진다고 괜찮을거라고 하심.
그렇게 긴장 속에 기다리고 있으려니 이름생년월일수술부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뭔가 몸에 붙이고 왼손 엄지손가락에 그 집게 같은걸 끼우고 호흡기? 같은걸 입에 대어주심.
산소라며 크게 들이마시라고 해서 들이마심. 내심 마취가스 아닌가 하고 의심하면서 마시는데 그런 건 아니었음.
그렇게 몇 번 산소 마시고 있으려니 드디어 마취제 넣습니다, 마취가스 들어갑니다 하고 말씀해주심.
마취제 들어오는 느낌이 팔을 통해 느껴지고(시원한 느낌), 마취가스는 정말 가스여서 가스냄새 난다 생각하며 너댓번 들이마시고 나니 회복실에서 눈물 흘리면서 정신을 차렸음.
수술이 끝나고 회복실에서 눈을 뜬거임. 근데 계속 아파했던 오른쪽 아래가 너무 아파서 눈물 흘리면서 깨어났음.
막 엉엉 운건 아니고 눈물이 흐르는게 느껴지면서+통증 깨어났고, 아파서 "진통제 좀 주세요...." 하니까 알겠다고 진통제 주사 들어오는 느낌이 남.
그렇게 몇 분 있다가 수술실 문을 나서는게 느껴졌는데 눈도 안뜨고 말도 안하고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아픔 참으며 누워있었음.
쌤이 보호자(동생) 찾는 말에 동생이 대답하고 따라오면서 병실까지 가는 와중에도 가만히 있었음.
병실에 도착해선 쌤 두분이 양쪽에서 부축해줘서 흐느적거리며 침대에 누웠고 침대 상체를 올려주심.
그리고선 밤 9시까진 마취 다 깰때까진 자서는 안되고, 밤 11시 20분까진 금식해야 한다고 말씀하심.
그제서야 동생한테 말을 걸었고 괜찮냐 아프냐 등등 말 하다가 내가 지금 몇시냐고 물어봄.
그랬더니 3시 반이라고. 1시에 수술실 갈 준비해서 1시 반쯔음 수술 시작한걸로 알고 있는데, 그리고 수술 시간은 30분에서 길어봤자 1시간이라고 들었는데 실상은 2시간이나 지나 있어서 깜짝 놀랐음.
그랬더니 동생 말이, 수술을 1시간 반 하고 회복실에서 30분 있었다고 알려줌. 뭔 수술이 이렇게 오래걸렸나 싶었음.
동생이 양 쪽 다 뽑았냐며 물어보길래, 오른쪽만 아파서 여기 하나만 뽑은 것 같다고 얘기하고선 조금 있으려니 과장쌤이 오심.
괜찮냐고 수술 잘 됐다고, 사랑니는 양쪽 아래 다 뺐다고 하셨음. 깜짝 놀람. 아픈적 없던 왼쪽 사랑니는 뽑고 난 후에 전혀 아프지 않았음.
오른쪽이 아파서 낑낑거리고 있었는데 왼쪽도 뽑으셨다니. 근데 하나도 안아팠다니. 신기방기.
그렇게 쌤은 가시고 비몽사몽 상태로 버티면서 그 와중에도 주사 맞고 화장실 갔다 오는 길에 어지러워서 쓰러질뻔하고 입 안 말라서 물 마시는 대신 가글 하면서 피도 같이 뱉고 쌩 난리를 치며 얼음찜질도 잊지 않음.
(전날까진 고름에 온찜질했었는데, 발치 하고 나선 얼음찜질하라고 하셨음.)
7월 15일 토요일, 입원 5일차, 퇴원!
아침 일찍 치과 외래로 내려가서 치아엑스레이 다시 찍고 소독하고 몇가지 주의 사항 듣고선 퇴원해도 된다고 하셨음.
실밥은 일주일 후인 22일 토요일에 뽑으러 오라고 예약 잡아주심.
이차저차 퇴원하면서 원내약국에서 약 7일치 처방받고 친구 도움 받아 무사히 집 도착!
그 후에도 식사는 어지간해선 마시는 것으로 하고 약 챙겨 먹었음.
뭘 마신 후에도 바로 양치하고 가글하면서 혹시 남아있을 지 모를 음식찌꺼기들 뱉어내고.
발치하고도 9일이 지난 오늘 지금도 정상적인 식사는 미뤄두고 있음.
양쪽 아래를 동시에 뺏기에 어느 한쪽으로 씹기도 불편하고 불안해서, 마시는 것 이외의 뭔가 씹어야 할 걸 먹는다면 앞쪽 치아로 최대한 끝내려 함.
발치 5일차에 연어회 먹으러 갔다가 정말 연어회만 앞니로 뭉개 먹었음 ;;
그 동안 양 끝에서 실밥 걸려서 기분 되게 묘했고 쫄았음.
대망의 어제, 7월 22일 토요일.
실밥 뽑으러 가서 간단히 실밥 뽑고 나옴.
아프진 않았는데 잇몸 사이에 있는 실밥을 빼낼 때 그 이상하고 징글징글한 느낌이란... 으으으...
아팠던 오른쪽 먼저 뽑고 힘들어서 잠시 숨 좀 몰아쉬었다가 왼쪽도 마저 실밥 뽑았음.
입 안에서 걸리는게 없으니까 그건 시원했음.
그리고 사이사이에 입 벌리는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고 있었고, 쌤도 칭찬해주심. 으쓱으쓱.
저녁, 부채살 구워 먹었는데 최대한 작게 잘랐고, 힘줄도 잘라내서 먹었더니 얼추 먹을만했음.
이렇게 길고 긴 사랑니 발치 후기를 끝냅니다.
너무 길어져서, 다 읽으신 분들께, 소중하고 귀한 시간 뺏어서 죄송하다는 말씀도 같이 드립니다. ㅠ_ㅠ
이만큼 쓰는데에도 시간이 엄청 걸렸네요. 허허.
여기서 얻은 교훈은,
사랑니는 문제가 났다 싶으면 바로 병원 가서 진료를 받아보시라는 겁니다. ㅠ_ㅠ
한달 열흘 기다려 발치일 잡아놨는데 그 사이에 염증 심해져서 입원에 수술까지 해서 일만 벌어지고 돈은 돈대로 쓰고 아주 그냥 자괴감이 쩔드라니까요..
오복 중 하나가 치아건강이라는 말에 격하게 공감하며 주절주절 후기를 마치겠습니다.
혹시 궁금하신거 있으심 답변해드릴게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