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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복수~ ^^*
게시물ID : humorbest_1937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틴
추천 : 203
조회수 : 2543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08/03/19 17:23:24
원본글 작성시간 : 2008/03/19 15:49:51
내 나이 서른 넷..!! 

많다면 많고.. 한창이라면 좋을 나이입니다. 


사회생활 한지 7년째.. 

그 동안 결혼을 해서 가족을 이루고..

세살난 딸아이의 아빠로서.. 

한 여자의 인생을 짊어진 동반자로서.. 

피땀흘리며 살아왔다고는 말 못하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노력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합니다. 


6월이면 식구가 한명 더 늘어나네요...^^

기쁨과 동시에 어깨를 짓누르는 부담도 사실은 있습니다만..

새식구 느는거에 아빠로서 당연히 기뻐해야겠기에..

첫애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엄청 기뻐하고 고마워 하고 있습니다..!


여유롭게 살지는 못해도.. 아쉽게 살지는 않았고..

베풀며 살지는 못해도.. 구걸하며 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항상 가진 거.. 누리는 거에 만족하며 살았기에.

어렵구나라는 걸 모르고 살았을 수도 있구요. 



며칠 전.. 아내와 큰 딸 문화센터를 같이 갔습니다. 

녀석이 나이를 한살 두살 먹어가면서 엄마보다 아빠를 더 따르는

편이거든요. 첫 딸은 아빠를 더 좋아한다는 말이 맞는거 같더군요.


이제  두 돌이 조금 더 지났지만.. 또래보다 말이 빠른 편이라 

어딜가도 참 귀여움 받는 편입니다. 

네.. 물론 딸자랑입니다...-_-v


이해력도 빠른 편이구요. 

무..문제는 아직 기저귀를 못 뗐다는..-_-;; 아쉬움이 있지만.ㅋ



아직 어린데.. 집에서 잘 가르쳐도 될 나이인데..

벌써부터 문화센터에 가서 뭘 배우게 한다는 게.. 

좀 과한 욕심은 아닌가 싶기도 하고.. 

낭비하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참 조심스러웠습니다만..

막상 또래보다 조금 큰 애들이기는 하지만...

애들과 어울려 선생님 말씀에 꼬박꼬박 대답하며

따라하는 걸 보니.. 결코 후회되지는 않더군요. 


비록 한시간도 안되는 짧은 수업이지만..

아이에게 커다란 지식을 준 것 같은 뿌듯함에.. 

기분도 좋고 해서 문화센터가 있는 건물안에 있는

식당에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어린이 셋트 메뉴와 비빔밥 두개를 시켜놓고 

앉아 있는데.. 

우리 딸과 같이 수업을 듣는 엄마들 두 명이 근처 자리에 

앉았습니다. 물론 아이와 함께요. 

수업 첫날이라 그런지 인사를 건네고 할 관계는 아니기에

그냥 모른 척 하고 앉아 있었죠..!


그 두 엄마는 서로 잘 아는 사이인 듯.. 

앉자 마자 아이 교육에 대한 얘기를 꺼내더군요..

자기 딸은 오후에 영어교실을 가네.. 다음 달부터는 밸리댄스를

시킬꺼네.. 어쩌네..피아노 학원도 알아보는 중이라며..  

마주 앉은 아줌마도 집에 영어선생이 오는데.. 일주일에 두번

오는데 애가 그 시간만 기다린다며.. 



뭐..그런 애들 교육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참..교육열이 대단하구나.. 그에 비하면..우리 딸은.. -0-';


기껏 한달에 5만원짜리 놀이학습 다니는 것도 

열 번도 넘게 고민고민하다 겨우 3개월 끊는거에 만족하면서

기뻐했는데.. 싶은게.. 좀.. 서글픔이..하아..



아내와 함께 들으며 참 대단하다라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이제 겨우 세살짜리가.. 어..얼마나 이해를 할까

하는 생각도 들기도 하고.. 


그렇게 음식을 먹고 앉아 있는데.. 


여전히 교육얘기로 열을 올리고 있더군요.

" 사실 말이 나와서 말이지 애들 학원 그거 몇푼한다고 

그런 걸 아껴? 솔직히 그 정도는 각오하고 애 키우는 거 아냐? 

난 애기 아빠랑 적어도 한달에 1장 정도는 애 교육비로 생각하고

있어.. 안 그럴꺼면 애를 왜 낳아? 요즘 교육비가 비싸다는 거 

알면 그 정도 능력은 되야 애 낳아 키우지.. 안그래? 

" 뭐.. 그..그거야 형편 따라 하는 거지.. 

" 그러니까.. 말야.. 형편 안되면 아예 애를 키우지 말든지

낳으면 끝이야? 최선을 다해 키워야지.. 영재가 따로 있어? 

부모가 만드는 거야.. 그런 능력도 안되면서 애는 둘 셋씩 

낳는 부모들 보면 이해가 안돼.. 



뭐.. 나..나름 틀린말은 아니지만.. 

참 듣고 있으니.. 찔리기도 하고.. 괜히.. 승질도 나고.. 

그렇더군요. 


좋았던 기분이.. 한 순간에.. 

그 엄마분 말씀에.. 허탈해 지더군요.. 


" 어..얼른 먹고 나가자.. 

" 응. 여기 문화센터 오는 부모들 대단한 갑다..그지?

" 그..그런가봐.. 어쩜 벌써부터 학원이며 한달에 백만원이면

우..우리 생활비 하고도 남네.. 그지 자기야? 

" 그..그렇지..뭐.. 


사실... 막 부끄럽기 까지 하더군요. 

나름대로.. 최고로 해주지는 못해도..

최선을 다하며 키운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 소리 들으니까..맥이 탁.. 풀리는게.. 

정말.. 내가 부모로써 딸아이 아빠로써..

교육에 대한 투자가 너무 인색한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 돈 자랑 하는 거 같은 그 아기 엄마가 

얄밉기도.. 하고.. 


" 근데.. 저 애는 영어 되게 잘하는 가봐.. 

일찍부터 영어배우면.. 회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 그..글쎄..뭐.. 잘 하겠지. 


그렇게 아내와 조근조근.. 대화를 하며 밥을 거의 다 

먹어 가는데.. 

마침 옆에 율동수업이 있는 교실에서 

동요가 흘러 나오더군요. 

' 반짝 반짝 작은 별.. 아름답게 비치네.. 


우리 딸이 참 좋아하는 동요이기도 합니다. 


어? 근데.. 그 자랑하던 그 엄마 딸아이가 

영어로 막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 twinkle twinkle little star~~ 


역시.. 배운 애들은 틀리다며.. 

비록 어설픈 발음이기는 해도 정확하게 동작까지 하며

영어로 부르더군요. 

" 어쩜.. 우리 아가 영어 노래 하는거야? 

" twinkle twinkle little star~ 


그걸 지켜보던 앞에 앉은 아주머니도 칭찬을 하고.. 

" 치.. 우리 뽀은이도 저 노래는 아는데.. 

아내가 약간 심술이 난 듯.. 

한마디를 걸치더군요. 


근데. .. 


그 애가 한창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는지..

노래를 뚝.. 끉고 우물쭈물 하더군요. 

사실.. 첨부터 앞부분만 계속 반복하며 불렀거든요. 

그러자 그 애 엄마가.. 마저 불러 주려고

같이 부르는데.. 


정말.. 그 때까지.. 온 입가에 돈가스 소스 묻혀가며

먹는데만 열중하던 우리 딸래미...-0-;;;;



" up above the world so high~ like a diamond in the say~ 

twinkle twinkle little star~~ 



앞부분만.. 몇차례 반복하던.. 

그 집애와는 달리.. 

우.. 우리 딸은.. 우리 이쁜 딸래미는.. 

뒷 부분도 영어로 훌륭하게 부르는 겁니다. 


어... 어찌나.. 기특하기도 하고 , 통쾌하기도 하고.. ^____^


그러더니 탄력을 받는지...

다시 한번 첨부터 끝까지 영어로 열창 한번 더 해주고...


마치.. 나도 할줄 안다는 걸.. 

보여주듯..


아내는.. 여지껏 맘 속으로 속이 상했는지.. 

눈물까지 글썽이더군요. 


" 어머..? 얘는 어디서 수업 받아요? 


자기 딸보다 몇달은 어려보이는 우리 딸이 잘하는게 

신기한지.. 아..아님 얼마짜리 과외 받는가 궁금했는지.. 

말을 걸어 옵니다. 




우리 아내... 





어깨 힘 빡 주고..~


" 우리 애요? 얘는 EBS교육방송 보는데요? 


그러면서.. 평소 몸 무겁다고 애도 잘 안 안아주는 아내가..

냉큼 애를 번쩍 안아 올리고는.. 

계산대로 걸어 갑니다...


아주 순간이지만.. 당황함에 벙찐.. 그 아줌마의 표정을 보고

있노라니.. 얼마나 통쾌하고.. 고소하던지.. 히히~ 



그 날따라 아내의 뒷모습이 평소보다 훨씬.. 

당당하고 멋져 보였습니다...^^*



그..그냥.. 우리 딸이.. 부모 맘을 잘 헤아려 준거 같아..

자랑 좀 할려구요.. 그냥.. 너무 이뻐서.. 자랑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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