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차려보니 어느날 나는 나를 죽였다.
패닉이라던지, 김장훈이라던지 뭐 하여튼 옛날가수들
뽕에 취해 새로운 노래를 전혀 듣지 않는다던지.
혹은 더이상 덮어놓고 돼지처럼 쳐먹지 않는다던지.
권진아랑 박새별 노래가 좋아졌다.
아이돌 노래라는거 계속 듣다보니까 너무 예쁘고 사랑스럽다.
트와이스 왜 그렇게들 좋아하는지 알겠더라.
쯔위가 이구역 짱먹는거 개쌉인정이다 진짜.
소위 인싸라고 하는 애들이 보는 예능이나 드라마를,
매스미디어가 만들어낸 대중의 우민화 그 선봉에 선
저열한 창작물이라고 비난하지 않게 되었다.
나는 이제 여가를, 갯마을차차차나 별그대같은걸
보면서 지내는 것을 자연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이거
재미있는데 왜 그동안은 내가 안본걸까.
할일이 없을때 소일거리를 하려고 아령과 덤벨을 샀다.
인스타는... 모르겠다. 아직 적응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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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돼지가 아니게 되기 위하여, 다이어트를 한다.
오늘까지 12키로 뺐으니 이정도면 다이어트라고 부를만하지 ㅇㅇ
그렇게 하나하나, 내가 알던, 나를 알던 사람들로부터
나를 천천히 죽여가고 있다. 그리고 죽었다.
그러나 여전히 심층의식에서 죽지 못한 작은 나는
여전히 애니메이션을 좋아하고 먹을것에 대한 욕망을
버리지 못했으며, 제멋대로 구는것을 좋아한다.
나는 그것들을 끊임없이 밟고 때리고 뺨을 치고 있다.
"이제 네가 할 일은 없어."
죽어가는 내가 날 조롱하며 웃었다.
"그래 병신아. 근데 난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어.
니가 맘만 먹으면."
그래그래. 당연히 그러시겠지. 근데 이걸 어쩌나.
난 너를 부를 생각이 없어. 그렇게 나는 또 그놈을
즈려밟고 돌아섰다.
그렇게 계속 날 죽이다보면 거기에는 새롭게 자리잡은
내가 있을 것이다, 나는 이 빌어먹을 현실과
좆같았던 과거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거라는 막연하고도
명백히 보장된 희망에 젖어 기꺼이 나를 죽이는데에
천번이라도 동의할 수 있다.
소중하고도 쓸모있는 나. 세간사람들의 그런 의미없는
위로가 아니라, 진짜로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이제는 제발, 진짜로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