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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는 사랑입니다.
게시물ID : diablo3_19396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22
조회수 : 1917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16/02/22 11:4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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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토요일 와이프가 삼삼이를 데리고 친구 결혼식에 갔다. 오후 2시 결혼식인데 저녁까지 먹고 온다고 했다! 오오!! 대인배 와이프느님!!

"나와 삼삼이가 없으면 오빠가 분명 뭐를 할지 알지만 굳이 내 입으로 말하지는 않겠어. 대신 세탁기에 빨래 돌려놓고 화장실 청소한 뒤 맘껏
자유를 만끽해!" 라고 하며 자유에는 대가가 따른다며 몇 가지 일을 시키고 나갔다.

와이프가 나가자마자 평소 뒤틀린 어미의 반응속도로 집에 있던 내가 집에서 세탁기와 변기를 향해 진격타를 날리며 달리고 있었다.
세탁기는 "주인님 빨리 피시방으로 꺼지세요.." 라며 열심히 마비의 파동을 시전하고 있었고, 변기의 물은 마치 돌개법사가 날린 돌개바람처럼 
불순물을 흘려내리고 있었다. 나의 피시방 행차를 도와주는 고마운 것들... 

그리고 나는 와이프의 미션을 100% 완수한 뒤 피시방으로 달려갔다. 특히 사장님께서 다음에 오면 대균열을 함께 돌자고 했기에 더 설렜지만
안타깝게도 사장님은 계시지 않았다. 접속하자마자 지난번 모아뒀던 핏빛파편을 들고 카탈라에게 찾아갔다.

"제발 울리아나 바지 하나만 줘라.. 고대가 아니라도 상관없으니까..."

세상에... 노란 아이템 2개 이후 카탈라년 아니 카탈라님께서 울리아나 바지 그것도 고대 전설 세트 바지를 선물해주셨다. 
그동안 '카탈라년, 열정페이만 강요하는 악덕업주 같은 사악한 년, 케인 대신 니가 죽었어야 해' 하면서 저주했던 카탈라에게 미안하게 느껴졌다.

드디어 울리아나 6세트를 맞췄는데 어디부터 가볼까 즐거운 고민을 했다. '그래 일단 대균열을 혼자 도전해보자!'라고 결심했다.
올해 40살이니 나이에 맞춰 40단부터 시작했다. 드디어 혼자만의 대균열이 열렸고 나의 접속을 환영하는지 몹들이 '어서와! 대머리야! 혼자
균열은 처음이지" 라며 달려왔다. 마치 지난번 본 홍대입구에 AOA가 방송 촬영 왔을 때 몰려드는 인파 같았다. (물론 나도 그 인파 중의 한 명이었다. 
설현을 실제로 봤다. 세상에.. 저런.. 저게 사람이야? 여신이야?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나를 반겨주는 몹들과 멀리서 부끄럽게 큐피드의 
화살을 날리는 몹들을 그만 부끄러워하고 내게 오라며 용오름 기술로 더욱 가까이 밀착시켰다.
몹들은 대머리 수도사에게 격렬한 인디언 밥을 날리고 있었고, 대머리 수도사는 맞는게 좋은지 아니면 반겨주는 몹들이 좋은 지 허공을 향해 붕붕붕~
주먹을 휘둘렀다.. 그리고 잠시 후 흑백화면... 

"아.. 내가 만으로 39세지.. 생일도 지나지 않았는데 40은 욕심이었어..그리고 세팅을 좀 다시 해야겠어.."

다시 접속한 뒤 기술을 약간 바꾼 뒤 살아남기 위해 보석을 모조리 다이아몬드로 바꿨다. 그리고 39단에 입장했다.
여전히 몹들은 내게 달려들었다. 40단과 달라진 게 있다면 몹들이 인디언 밥을 할 때 연약한 들장미 소녀 캔디처럼 쓰러지던 대머리 수도사가 굳건히
버티고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몹들의 피 역시 전혀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뭐가 문제일까.....

그때 나의 구세주 피시방 사장님이 등장하셨다. 나는 그를 향해 "어디 갔다 이제 왔어요.. 애타게 찾았는데.." 하는 눈빛을 보냈고
사장님은 "아니 당신이 이 시간에.." 하며 내 옆자리로 오셔서 말을 걸었다.

"사장님 저 울리아나 6세트 마련했는데요. 왜 몹들이 죽질 않을까요? 제가 누워요.. 오히려"

"그런데 아저씨 무기 뭐에요?"

나는 무기 이름까지 외우지 못하기에 사장님께 캐릭터 창을 열어서 보여 드렸다. 사장님은 깜짝 놀라면서 

"아니 울리 세트에 웬 우레폭풍에 방패를 들고 있어요? 아즈 주먹하고 사자의 발톱이 필수인데.."

"우레폭풍이 제가 한창 했을 때 최고의 템이었는데.. 방패는 하도 죽어서 살아보려고 들었어요. 그런데 아즈 주먹은 뭐에요?"

사장님께 울리아나 수도에 대한 설명을 친절히 들었다. 나는 그동안 울리아나 6세트만 모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손목도 무기도 새로 구해야 한다고
한다. 디아블로 접어야 할까 처음으로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리고 사장님은 약속대로 대균열로 나를 초대했다. 그 방에는 사장님과 사장님의 디아블로 법사 친구 한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시작은 55단계부터 할게요. 아저씨 죽지 말고 잘 따라오세요."

잘 따라오라고 했으면서 시작하자마자 둘은 서로 경쟁하 듯 질주하기 시작했다. 내가 진격타를 쓰며 열심히 따라가려 했지만, 내 대머리 수도사는 
페라리를 따라 잡으려는 3회 충전하고 쉬어아햐하는 경운기 같이 느껴질 뿐이었다. 바닥과 화살을 피하고 나를 향해 달려드는 사생팬 몇을 떼어 
놓는 생사의 고비를 몇 번 넘어서야 그들을 따라잡은 뒤 간신히 대균열을 마쳤다. 
사장님과 법사 친구분이 괴물로만 느껴졌다. 

"이 아저씨 생긴 것만 도살자가 아니고 게임에서도 괴물이었어.."

그리고 잠시 후 법사 친구분이 "수도사님 카나이의 함 추출 안 하셨네요." 라고 하셨다.

"그게 뭐죠? 어디서 먹는 건가요?" 

옆자리에서 지켜보던 사장님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시며,

"아저씨 꼭 수도사 하셔야 해요? 차라리 악사나 법사 하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

"그래도 시작한 캐릭터인데, 하는데 까지는 한 번 해 봐야죠...."

사장님은 "아저씨는 디아블로를 정말 사랑하시는군요..."라고 말했다.

쩝... 내가 사랑하는 건 와이프하고 아들인데..

아.. 요즘 마조히스트 대머리 수도사를 새롭게 사랑하기 시작했음. ♡
출처 디아블로가 너무 재미있는 와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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