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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혼자 맛있는걸 먹어두,
게시물ID : freeboard_19401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베어남등짝♥
추천 : 2
조회수 : 175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20/11/24 18:16:58

아주 가난했던 어린 시절

어무이가 오랜만에 쉬는 일요일 아침이면 끓여주셨던 삼양라면 

누나랑 엄마랑 셋이 옹기종기 모여서 먹던 그 1000원도 하지 않던

라면만 하지 못하다,,

 

근데 그 때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어.

우리 어무이는 이미 그 때의 빛을 잃어버렸고,

나랑 우리 누나는 빛났던 딱 그 때만큼

반대인, 그림자로 가득한 어무이만 남은 현재를 살아가야 하니까

 

시간은 쓸데없이 공평해서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은 그 누구도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자식 두 명 다 키워내면 행복할 줄 알았을 어무이의 인생은

아무것도 남지 않은 빈 껍데기가 되어버렸고,

 

그런 어무이에게 자란 우리들도

마음이 그렇게 넉넉하지 못하다.

 

서로 공격만 하며 지낼꺼야.

 

퇴사를 더 고려하는 이유를 조금 더 보탤 수 있었던건

어무이는 혼자 여행하면 안될 것 같아서

 

비루한 사회 초년생이면서 첫 직장이 무서워 도망쳐나온 내게는 조금 변명같이 들릴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조금 변명인 것두 맞지만

그냥 우리 가족의 행복을 좀 찾고 싶어가지구.

 

겉만 화려하고 속은 썩어 문들어가는 인생과 가정사보다는

조금 허름하고, 자랑할 거리 하나 없더라도

두 모자가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이야기가 저는 더 좋을 것 같아가지고..

 

그래서 더 퇴사를 결심할 수 있었어요.

어쩌면 어무이는 제가 내세울 직장이 아니라는 사실에 불행할 수 있겠지만,

어쨌든 둘 중 하나는 행복할테니깐,

상대방한테 행복을 조금 나눠줄 수 있잖아요.

 

저도 매일 우는데,

전화 올 때 마다 우는 어무이 전화 받는 저도 너무 불행하고 힘드니깐,

일단 내가 행복해질게요.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고 챙겨볼게요... 

 

 

네,

 

누군가는, 어쩌면 당신이라면 버틸 수 있었을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온 것에 대한 지지부진한 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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